펜촉 끝은 요즘을 알려준다
버석이는 잉크 자국이 물감처럼 번지는 날
서걱이며 끊어지는 구절을 새기는 방법을
찾지 못해 빈칸을 헤매기로 한 규칙
하나씩 손에 쥐어본 잉크병과 펜이
하나의 세트가 되어
가지런히 정렬하는 이유는
해야 할 일과 하고 싶은 일과, 그럼에도
그릴 수 없는 새벽을 남겨보고 싶어서
점점이 퍼져가는 얼룩이,
그 모든 검정과 파랑이
손아귀에 잡히지 않는대도
적어도 마냥 매끄럽게 뭉개지진 않기를
성실한 만족으로 끝날만한 일은
너무 많은 글자를 되뇌다
목소리마저 잃어버린 어제의
나로 충분하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