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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ony Nov 17. 2019

착실한 회사원이 되자

직업에 대한 방황을 오랜기간 하면서 회사생활에 어려움이 몇가지 있었다. 회사 사람들이 나를 힘들게한다던가 일이 너무 많아 매일 야근을 한다던가 하는 외부적인 요인이 아니라 지극히 개인적인 문제들이었다.

하고싶은 일이 아니라 생각하다보니 더하기싫어진다던가 조금만 어려운 일이 닥쳐도 난 역시안돼 이 일과 맞지 않아라던가. 부족한 내모습을 감추기위해 날카롭게 반응한다던가 하는 그런 문제들이었다.

대학교 때부터 직업에 대한 고민을 참 많이도 했다.
고등학교 때는 다들 그렇듯 성적에 맞춰 좋은 대학에 들어가는 것이 목표였기 때문에 정확히 어떤 전공을 할지에 대한 깊은 고민을 하지 않았다.

그러다가 막상 고등학교 3학년 때 전공을 정하라고 하니 정말 막막했던 기억이 다.
이과를 전공했는데 수능을 칠 때까지 수학점수가 안나와서 '나는 문과를 전공했어야 했나보다' 후회막심인 시간들을 보내다가 운좋게 수시로 서울의 어느 대학, 기계공학을 전공하게 되었다.

처음 합격 연락을 받았을 때는 전공에 대해 고민하지 않아서 막막했던 순간들은 다 잊어버리고 대학에 가면 처음부터 새로운 인생이 시작될 줄 알았다.
그 때는 기계공학이라는 전공도 잘 알지 못했고 어렵겠지만 열심히 하면 잘 할 수 있을 줄 알았다. 그리고 하다보면 재미가 저절로 생기지 않을까라는 무한 긍정에너지로 충만한 스무살이였다.
하지만 대학교에 들어가면서부터 방황이 시작되었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나는 어떤 일을 해야하는지 답을 내리지도 못한데 졸업을 하고, 회사를 다니고 어느새 30대가 되었다.

조금 안쓰럽고 부끄럽고 안타까운 지난날의 기억들.

교양과목들로 3.0을 겨우 넘기고 운좋게 (취업이 잘되는 전공이었고 그 당시에는 지금보다는 신입사원을 많이 뽑았다는 것이 운이 좋았다고 밖에는생각할 수 없다.) 서울에 있는 회사에 입사, 엔지니어로서 또 다른 시작을 맞이했다. 그 때도 처음 대학 입학통지서를 받은 날처럼 모든 것이 새롭게 시작될 것이란 기대감에  방황이 드디어 끝나겠구나 막연히 긍정적으로 생각했던 것 같다. 하지만 회사생활은 대학생 때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를 더 큰 방황 속에 밀어넣었다.

회사를 다니면서 엔지니어라는 직업이 내가 꿈꾸던 직업이 아니라는 생각을 했다.
대학교 때 전공에 대해 고민했던 시간들이 관성처럼 붙어서  일 자체를 처음부터 받아들이지 못했는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작년까지 직업을 바꿔야 겠다는 생각에 다양한 시도를 하다가 올해 초 가 꿈꿨던 모습들을 이루기 위해 버려야 할 것들이 많다는 것과 지금 내가 갖고 있는 것들이 얼마나 큰 것이었는지 깨닫는 시간들이 있었다.


가 그토록 찾던 파랑새를 얻기 위해 내 손에 있는 놓아야 할 것들을 쳐다보니 그것들이 생각보다 그리 나쁘지 않다, 놓치고 싶지 않다라는 마음이 들었다가 솔직한 마음이었다.

그리고 이제는 조금 더 착실한 회사원이 되자고 다짐했다.
그런데 그 '착실한 회사원'도 쉬운게 아니였다.


일과시간에는 업무에만 집중하기
부족한 부분이 있으면 회피하지 말고 정면돌파하기(아직도 잘 안되긴 하지만)


내가 하는 일도 나의 한부분임을 인정하고 왜곡없이 있는그대로를 받아들이기로 노력하자 마음이 조금은 편해졌고 내 하루가 조금은 만족스러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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