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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ony Nov 17. 2019

일 년에 한 번 추억을 정리합시다

 아이가 태어난 후 매년 가족 앨범을 만들기 시작했다.
그 전에도 남편과 여행을 가면 여행 때 찍었던 사진들을 사진첩으로 만들긴 했지만 일년간 찍은 사진을 정리하고 사진첩을 만든건 아이가 태어나고 나서부터다. 처음에는 아이의 예쁜 사진들을 정리하고 싶어서였다. 우리 엄마가 내 어릴적 사진들을 모아 사진첩을 만들어줬듯이 나도 아이가 커서 보여줄 수 있는 사진첩을 만들어 주고 싶었다.

아이가 태어나고나서 100일까지의 모습을 모아 만들었던 사진첩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총 5권의 사진첩을 만들었는데 처음에는 아이의 사진만 정리하다가 점점 남편과 나 그리고 우리 가족에 대한 사진첩을 만들게 되었다.


안방과 작은방 사이  잘보이는 책장에 사진첩을 두고 지나가다 한번씩 꺼내보곤 한다.


사진첩으로 만들지 않은 사진들은 외장하드에 저장되어 있는데 이렇게 정리되지 않은 체 저장된 사진들은 보통은 꺼내보지도 않고 있는지도 모른 체 그렇게 쌓여만 있다.


핸드폰으로 사진 찍는게 너무 편해져서 아무때나 셔터를 누르는 바람에 일 년에 한번씩 이렇게라도 사진을 정리하지 않으면 소중한 추억들이 낙엽처럼 쌓여만 갈 듯해서 일 년이 지나면 나는 꼭 사진들을 꺼내  항상 볼 수 있도록 사진첩을 만든다.


올 해 초부터 만들어야지 생각만 하다가 10월이 되서야 드디어 작년에 찍은 사진들을 정리해 2018년 사진첩을 만들었다.  남편과 내가 찍은 사진을 모으고 그 중에서 사진첩에 담을 사진들을 고르고 정리하고 사진첩을 꾸미는게 생각보다 참 오래걸렸다.그래도 2020년이 오기전에 만들어서 다행이다.


그동안의 사진들을 보면 제일 눈에 띄는 변화는 딸이다.

갓난애기였던 애기가 뒤집기를 하고 기고 걷고 뛰고 장난치는 모습들을 보고 지금 내 옆에 앉아 있는 아이를 보고 있자니 짧지만 참 많은 것이 변했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그때의 나를 보면서 아이가 이만큼 자랄동안 나도 함께 자랐을까 물어보게 된다. 


일 년동안의 사진을 정리하는 일은 긴 일기를 쓰는 것과 비슷하다.

그날그날 내가 놓쳤던 행복을 깨닫기 위해 일를 쓰듯이 작년 한해도 이렇게 많은 행복한 순간이 있었구나를 깨닫기 위해 사진을 정리한다. 그리고 조금 더 큰 아이와 조금 더 나아진 나를 기억하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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