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해져야만 나아갈 수 있다.
요즈음에 들어 나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일까 곰곰이 생각해 보는 일이 잦아졌다. 단순히 '필요한 것'이라고만 지칭해 버리면 무엇이든 갖다 붙일 수 있으니, 필요한 노력이라고 설명하는 편이 이해하기 수월할 것이다.
내가 원하는 바가 무엇인지에 따라 필요한 노력은 당연히 달라질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원하는 바가 무엇인지부터 명확하게 설정할 수 있어야 한다. 오랜 생각 끝에 원하는 바는 이미 마음속 한 자리를 단단히 꿰차고 있지만, 이를 이루기 위해 필요한 노력이 부족하다는 반성이 틈만 나면 하루의 소소한 여백들을 꽉꽉 메워버리고 만다.
나는 항상 솔직하지 못한 탓에 원하는 바를 이루지 못하는 것 같다. 내 마음에 손을 얹고 솔직해지지 못했다기 보단, 속으로 수없이 곱씹은 표현을 입 밖으로 꺼내길 자꾸만 주저하게 된다. 주저하기만을 반복해서 기회를 놓치게 될 때마다 지구의 내핵까지 뚫고 내려가고 싶을 만큼 깊은 후회에 잠겨서 허우적대지만, 이러한 어리석음은 쉽게 고쳐지지 않을 것 같다. 솔직하게 표현하지 못하는 이유는 무슨 사정이 있든 간에 용기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이는 변명의 여지가 없다.
그렇지만, 용기가 부족한 이유도 샅샅이 파헤쳐봐야 용기를 채울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할 수 있다. 선뜻 용기를 내기 어려운 이유를 생각해 보면, 다름 아닌 솔직한 표현을 받을 대상이 나를 유독 너무 어렵게 생각하는 것이 아닐까 싶어 자연스레 조심스러워지기 때문이다.
문득 내가 평상시에도 편안하게 대하기 어려운 사람이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뇌리를 스쳤다. 내가 매우 소심한 탓에 먼저 연락이나 말을 잘 건네지 않는 편이어서 더욱 그렇게 느껴졌을 수도 있겠다. 사람에게 무관심하다기 보단, 그 사람만의 소중한 시간을 괜히 빼앗고 싶지 않다는 이유가 크다. 연락은 생각보다 훨씬 많은 시간을 마치 좀도둑질을 하듯 야금야금 갉아먹기 때문이다. 시간은 영원히 붙잡을 수 없는 탓에 누구에게나, 어디서나, 언제든지 귀하다. 귀한 것을 오로지 나를 위해 내어 달라고 할 수 없는 노릇이지 않은가.
결국 빛나는 별처럼 반짝이는 솔직한 표현들에 손을 뻗어 하나씩 소중히 모아서, 깨지지 않을 유리병에 담아놓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솔직해지지 못하는 관계는 반드시 육중한 관문에 가로막히게 되어 있다. 솔직해지는 일은, 진심을 담은 솔직한 표현을 건네는 일은 평생 달성하기 어려운 과업에 속할 것이다. 나는 이러한 점을 뼈저리게 통감하고 있으면서도, 여전히 제자리에 머물러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어리석음을 범하고 있다.
언젠가 나를 가로막는 관문을 함께 열어젖히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