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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보는 재무제표] 모뉴엘 매출채권

재무제표로 배우는 회계용어(5)

Intro | 대출사기 분식회계, 재무제표로는 모를까?


6,000억 대 대출사기, 법정관리 등 2014년 당시 로봇청소기 업체 모뉴엘 분식회계 사태는 시작부터 설마~ 설마~ 했지만, 뒤로 갈수록 일파만파 피해자를 낳았습니다. 관련 뉴스를 보자마자, 모뉴엘의 재무제표를 읽어 봤고, 몇 가지 의심적인 부분을 기록해 두었지만 그때는 진행 중인 사건이기에 공개하지는 않았던….

재무제표 읽기의 효용을 위해서 당시 기록을 재편집해 올립니다. 모뉴엘은 비상장사로 감사보고서를 Dart에 공시했기에, 여전히 정보로 남아있습니다. 모뉴엘의 재무제표는 지금도 다운받을 수 있습니다.


Body | 자산총계 4,475억 원의 매출 1조 혁신기업…


모뉴엘의 손익계산서를 보면 2013년 12월 31일 기준으로 매출액이 1조 2,737억 원이며, 영업이익이 1,103억 원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로봇청소기 업체로 빌 게이츠가 방문해서 칭찬한 회사라고 홍보되던 때입니다. 매출규모가 대단합니다. 매출액을 12달로 나누면 한 달에 평균 평균 1,061억원 파는 셈입니다. 그런데 재무상태표상으로 매출채권 934억 원이니깐, 한 달치 정도가 외상으로 남는 걸로 봐서는 현금화가 잘 되는 것으로 봐야 합니다. 근데 현금흐름표를 보면 영업활동현금흐름이 -15억 원입니다.

문제가 있다는 걸 뉴스로 보고 읽어 보는 재무제표라서 그렇겠지만 이상한 점입니다. 영업활동현금흐름이 매우 좋아야 합니다. 영업이익이 1,103억 원 ← 881억 원으로 계속 좋았으니까요.

매출액이 크고 이익이 잘나는 데도 불구하고, 모뉴엘의 매출채권 주석을 보면, 이해 안 되는 부분이 보입니다.


“모뉴엘은 유동성의 위기가 있었다. 또는 팩토링으로 버티고 있었다.???”


<주석5번 매출채권> 항을 보면 “연결회사는 당기 중 금융기관에 1.058,056백만원에 상당하는 매출채권을 양도하고 현금을 수령하였습니다.” 라는 표현이 있습니다. 매출채권의 대부분을 은행에 미리 팔아서 현금을 돌리고 있습니다. 할인을 해서 팔기 때문에 매출채권처분손실이 136억 원에 달합니다. 이익이 나는 제조업 기업으로써는 드문 경우입니다. 아무리 1103억 원의 큰 이익이 난다고 해도 할인비용 136억 원이면 큰 돈입니다.

보통의 재무제표 주석의 경우 매출의 10% 이상 되는 거래처의 매출 규모를 영업정보에 기재합니다. “모뉴엘의 매출이 가공이었다.”라는 게 드러난 후에는 기겁을 할 내용입니다.

주석 27번 <영업의 집중>을 살펴보면 거래처 A, 거래처 B, 거래처 C로 표기된 표가 보입니다. “상기 상황에서 연결회사의 영업은 동 회사들과 영업관계에 중요하고 의존하고 있으며, 이러한 영업관계가 당분간 지속될 거이라는 가정 하에 작성된 것입니다.” 라고 합니다. 이 3개의 거래처가 거의 9천억 원을 사주고 있습니다. 거의 모뉴엘의 실적을 좌지우지 하는데, 이 거래처가 가상이라니…. 그러고 보니 저 정도 구매처라면 A, B, C라도 알만한 회사일텐데 하는 생각도 듭니다.

모뉴엘이 그래도 정상적인 거래를 했던 더 오래 전 재무제표를 찾아보니 과거 2008년도 재무제표에는 매출 700억 원 정도이며, 매출 상대 회사로 ASI Computer Technologies(usa)와 ㈜케이티네트웍스에 대부분의 제품을 판매하고 있었습니다.  


Outro | 재무제표에 남아 있는 흔적


웃기는 이야기지만 성선설과 성악설처럼 사람을 믿고 보면 이해되는 것도, 의심하면서 보면 다 의혹으로 비칩니다. 모뉴엘은 법정관리 직전에 제주도로 본사를 옮기는 등 혁신기업처럼 보이려고 했습니다. 대표가 법정관리를 신청하면서 눈물을 흘렸다는 기사도 났습니다만, 그 실체를 보면 모뉴엘에게 대출을 준 은행과 임직원들 수많은 피해자를 낳았습니다. 당시에 모뉴엘의 매출을 의심해서 대출을 회수한 은행 계약직 이야기가 뉴스가 되기도 했습니다.

회계정보인 재무제표는 기업이 작성한 과거의 그림자와 같습니다. 실체와 가깝지만, 재무회계 정보로써 기업의 윤곽만을 보여줍니다. 하지만 1조 원의 매출, 1천 원 이상의 재고 등 너무나 잘 나갔던 회사에 비해서 정상적이지 않았던 부분을 눈치챌 순 없었을까요? 재무제표만으로는 부족한 건 사실입니다. 하지만 내부의 임직원들은 회사를 다니면서 공개된 재무제표를 보았다면 이상한 점을 느끼지 못했을까요? 신기술 개발, 중국시장 개척 등 굿 뉴스가 즐비한데 우리 회사 공장과 창고가 가득한지, 중국 쪽 사업체가 누구인지? 다 지난 후에 무슨 무용한 덧붙임이라고 생각합니다. 여하튼 매출채권은 기업의 외상값으로 매출액과 함께 경영활동을 순조롭게 이뤄지고 있는지 살펴 볼 수 있는 회계자료입니다.



글쓴이 소개- 숫자울렁증 재무제표 읽는 남자 저자

 https://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14094377  

이미지 출처 - 상기 사용한 모든 이미지는 FreeQration, 뉴스, DART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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