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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인의 정원 Sep 18. 2024

4화: 게임은 이제부터가 시작입니다.

4화 : 게임은 이제부터가 시작입니다.


사고가 난 지 3일이 경과한 날

마비 증상이 없음을 확인한 후

병원에서는 나를

준중환자실에서 일반실로 옮겼다.


담당 교수님께선

사건이 일어난 울릉도에서부터

현재까지 쭉 착용 중인

‘필라델피아’라는 보조기 대신


머리부터 갈비뼈까지

상체를 모두 압박하는

‘미네르바’라는 보조기 착용을

권하셨다.


경추 1번은 우리 몸에서

목의 회전을 담당하는 뼈인데,


이 뼈의 왼쪽 측면

상하단이 부러진 상태라

목을 최대한 회전하지 않고

정자세 그대로를 오래 유지하는 것이

현재로서의 최선의 치료방법이라는 것


뼈가 자연유합이 되기 위해서는

부서진 뼈가 이동하지 않고

본래 자리에 그대로 위치해 있는 것이

중요한데, 보조기를 통한 강력한 압박과

고정이 바로 그 역할을 해준다고 한다.


이 보조기는 자신의 몸에 딱 맞춰

착용을 해야 하고

머리와 목 상체 세 부위를

동시에 고정하고 압박하는 장치라

착용방법이 어렵기도 해서


반드시 처음에는

의료상사에서 직접 방문하여

착용을 도와줘야 한다고 하셨다.






보조기 착용이 처음엔 힘들 겁니다.

하지만 지금 현재로서는 보조기 착용만이

수진님의 뼈를 붙게 해줄 수 있는

유일한 약이라고 생각하셔야 해요.

경추 골절 환자들은 이 보조기구를

24시간 내내,

최소 3개월 이상 착용해야 합니다.

정말 힘들거에요. 그래도

수술하는 것보다는 백번 낫다는 생각을

하셔야 합니다.



미네르바 보조기는

머리 뒷통수부터 목 전체,

그리고 가슴팍이 쇠로 구성되어 있고


이마와 귀, 어깨와 갈비뼈

총 4군데에 달린

밸크로를 통해 머리의 무게를

최대한 분산시켜

목의 부담을 줄여주는 동시에

목의 상하전후의 움직임을

최소화 시켜주는

고정기구다.





지금은 이 보조기 사용이

꽤나 익숙해져 불편함이 적지만

4개월 전 사고가 난 당시에는

나는 선생님의 주문과 엄포에도 불구하고


이 보조기 착용이

나에게 얼마나 많은 고난과

숱한 고통을 가져올 지 미처

짐작조차 할 수 없었다.


사고가 일어난 날부터 줄곧

목 뒷 편 왼쪽에서부터

정수리 끝까지


굉장히 기분 나쁜 경직감과

신경통, 전류흐름 같은

지속적인 통증이 있었지만

그건 정말 이 미네르바 보조기 사용 후의

통증에 비하면 고통의 예선전에 불과했다.




그날로부터 나는

24시간, 하루종일

모든 시간을

이 미네르바 보조기를 찬 채로 누워서 보냈다.


보조기를 찬 채로 누워서 밥을 먹고

보조기를 찬 채로 누워서 천장을 보고

보조기를 찬 채로 남편과 얘기하는 일상…


누군가가 끊임없이 내 머리를 뒤로 밀고

턱을 집어 넣게 하며

어깨를 단단히 묶고

가슴팍을 죄고 있다는 느낌의 연속…


딱딱한 쇠로 구성되어 있는

목부분의

보조기 뒷판 때문에

뒷통수가 배겨 도저히 잠을 잘 수 없는 날들…


자는 순간 마저도

오로지 정면만 바라봐야한다는 강박에

감옥에 갖힌 듯

온몸을 결박하고 옴짝달싹 못했다.


불편하다 라는 표현 말고는

더 적합한 어떤 말도 찾을 수 없을 정도로

너무나도 불편한 1분 1초를 견디며

그렇게 나는 일상을 겨우겨우 버텨내고 있었다.



깨어있는 낮은 그나마 견딜만 했지만

온 몸의 긴장을 풀고 잠을 청해야 하는

밤이 되면, 보조기착용으로 인한

심적, 육체적 고통은 배가 되었다.


머리부터 상체가 모두 압박되어 있는

상태로 잠이 올 리가 없었다.


(나는 원래 잘 때 몸부림이

매우 심한 사람이었다.

그런 사람을 옴짝달싹 못하게

만들어 놓고 잠을 자라니

잘 수가 있겠는가…)


한시도 몸의 긴장이 풀어지지 않으니

사지가 릴렉스가 되지 않고

신체의 압박으로 인해

잠이 들려다가도 깨는 순간이

반복되었다.


결국 잠이 들려고 할 때마다 몸의 근육과

신경이 제 멋대로 움직여 잠을

청할 수 없는 ‘수면놀람증’까지 생기게 됐다.



하지만… 고통은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고대안산병원으로 옮겨진 날 이후로

먹기 시작한 진통제와 소염제,신경안정제 등

내가 매 끼니마다 먹어야할 약의 갯수는

어림잡아 가짓수만 7가지가 되었는데


누워서 식사를 하는 탓에

식사량이 적은데다

한 뭉텅이의 각종 신약을

매끼니 마다 먹어대니

위장이 버텨내질 못했다.


매일 식후 약을 복용하고 나면

어김없이 약의 부작용 중의 하나인

구토증상에 시달렸다.


속 울렁거림이 심해지는 날이면

구토억제제를 수액으로 처방받았다.

구토억제제를 맞지 않으면 단 1초도

견딜 수 없을 것 같다는 불안이 엄습했다.


구토하고 싶다는 욕구는

자연스레

울릉도에서의 사고와

육지로 올라올 때의 배멀미를 떠올리게 했다.


그래서 더욱 견디기 힘들었다.

어떻게 참고 올라온 서울인데…

여기서도 이 울렁거림을 견뎌야 한다니…

도대체 이 고난의 끝은 있는걸까...?


그렇게 불면과 전신 긴장,

위장장애 등 각종 증상들을

떠 안으며 나의 본격적인

투병생활은 시작되었다.


게임은 지금부터가 시작인 것이다.




5화에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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