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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티나의 나무 Feb 16. 2024

Ep.7 슬픔의 단어장

슬픔은 그리움이 되고 그리움은 단어로 응고되어


언제부터였을까. 내 플래너와 휴대폰 메모장에는 오랜만에 들은 어휘, 내가 잘 쓰지 않는 단어가 아주 많이 적혀 있어요. 때로는 완성된 문장을 적어두기도 하는데, 바쁘게 살다 보니 시간은 없고, 어디 적어두긴 해야겠어서 급하게 단어만 나열해두는 거예요. 그걸 가만히 들여다보고 있으면 나의 내면이 보여요. 뭘 보고 느끼고 생각했는지, 지나온 인생의 계절이 어땠는지, 단어장을 보면 느껴지거든요.
일곱 번째 에피소드는 그래서 슬픔의 단어장으로 남겨요. 작년 연말부터 적은 단어장을 이 곳에 모으려고요. 제 소금기 넘치는 글을 읽으며 ‘꼭 내 마음과 같은 심경이 여기 써있어서 그 자체로 위안이 된다’고 말씀해주시는 분들이 계세요. 슬픔이 원동력이 되어 써내려가는 아픔이 누군가에게 위로가 된다니. 삶은 신비롭고 연대는 위대해요.
이 단어장은 미완성이에요. 앞으로도 계속 덧붙이고 써내려갈 거예요. 문장으로 완성되지 못한, 그럼에도 의미를 지닌 단어들을요.  


할머니. 친구. 스승. 단짝. 부모. 나의 꿈. 찬란했던 인생. 가르침. 덕망. 상담. 수다. 마음 터놓기. 원동력. 지음. 인내. 인자함. 어질다. 지혜. 나이테. 넘치는 사랑. 축복. 하나님의 선물.


애도. 비탄. 비통. 비애. 비극. 비가. 상처. 우울. 앓는다. 이별. 작별. 충격. 불안정. 혼란. 절망. 좌절. 무기력. 무감각. 망연자실. 힘겨움. 슬픔. 골몰. 침잠. 심경. 허망하다. 무너져내리다. 넋이 나간 듯. 고통. 기억. 감상벽. 마음. 그리움. 고투.


타인. 위선에 물든. 죽음 장사. 잇속. 거북함. 분노, 아니, 정당한 분노. 매정한 처사. 혼자. 홀로. 소외감. 섬. 태도. 곤두선 신경. 감정이 격화된 상태. 예의. 가벼움. 통념. 정체. 기능저하.


신성한 슬픔. 핏줄. 고귀함. 존경. 사랑. 부고. 추도사. 추모. 한숨. 강물 같은 눈물. 풀죽은 표정. 마음의 병.


죽음. 부재. 상실. 사별. 사망. 사망신고. 고인. 망자. 유족. 난자리. 허전함. 간절함. 파도. 두려움. 머물러 있음. 과정.


인간. 유한한 인생. 일생. 일평생. 순간. 찰나. 나약함. 스러지다. 피조물. 불가해함. 일장춘몽. 의미. 재회. 깨닫는 것들. 꿈. 목소리. 헤아림. 교훈.


위로. 위안. 직면. 대면. 수용. 마주하기. 홀로서기. 경험. 일상. 현실. 세계. 시간. 추억. 원동력. 보석. 신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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