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과 칼로리

뻔한 술 이야기 - 14

by 시그리드

내가 아니라, 세포가 많이 먹는 거야

술을 먹으면 평소보다 많이 먹게 된다.

예를 들어, 평상시 먹는 양이 100g이라면(그럴 리가 없지만 예시다) 150g 까지는 먹을 수 있다. 주변에 몇 없는 이과 친구이자, 약사인 친구 J에 따르면 알코올은 포만감을 느끼는 세포를 둔감하게 만들어, 계속해서 음식을 집어먹도록 유도한다고 한다.

친구에게 이 얘기를 들은 후로, 식습관이랄지 술 습관이랄지가 과학적으로 증명이 된다는 게 신기한 나머지, 한동안 주변 사람들(대부분 문과 출신들... 하하)에게 잘난 척하면서 떠들고 다녔던 적이 있다.

"우리가 그래서 많이 먹는 거야. 자연스러운 현상이야~"


작정하고 집에서 술을 마시는 날에는 일단 1차로 제대로 된 식사를 하고(고기가 포함되어야 한다), 양심이 있으니 채소나 견과류를 곁들인 음식을 2차로 먹는다. 그리고 점점 취하면, 이성을 잃은 냉장고 털이가 시작되는 식이다. 우리가 이렇게 많이 먹는 것은 세포 탓이지 내 탓이 아니라면서.


술과 칼로리

그러나 사실 이건 엄청난 합리화 수단이지, (보통) 기름지고 자극적인 안주를 많이 먹어 생기는 결과는 변하지 않는다. 게다가 뱃살의 원인이 꼭 안주에만 있는 것도 아니다.

"술은 0칼로리지~ 소주만 먹으면 살 안 쪄!"

라는 술꾼들의 공식 레퍼토리 또한 사실상 개뻥임이 밝혀졌는데, 소주 한 병당 400kcal가 넘고 맥주는 200kcal 남짓이라고. 물론 알코올의 열량은 에너지원으로 소비되기 때문에 체중에 미치는 영향이 상대적으로는 적다고 한다. 그러나 살이 찌지 않는 것을 결코 의미하지 않는다. (세계적인 주류 소비국이자, 맥주를 물처럼 마시는 독일인들의 모습을 떠올려보라)


이게 다 술에는 칼로리가 기재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라며 넘어가기엔 열일하는 공정거래위원회 덕분에 곧 주류 라벨에 열량 기재가 의무화된다고 한다. 이젠 핑곗거리도 사라질 모양인데. 문득 궁금해진다. 칼로리가 기재되면 술의 소비량이 줄어들까? 술 좋아하는 한국인들이 칼로리 앞에서 무너질 사람들일까? 과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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