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조미진 작가. 20170412.
행복을 받을 수 있다면 받으시겠습니까. 바보 같은 질문이라고 타박하시겠지만 행복을 주는 나무가 있습니다. '해피트리(HAPPY TREE,행복나무)'입니다. 질주하는 시대, 욕심 가득한 시대, 동무가 사라진 시대를 산다는 것은 몸과 마음이 아프다고 말하는 황인옥 화가. 행복해서 그림을 그린다기 보다 행복하고 싶은 마음이 '해피트리'를 키웠다고 말합니다.
화가는 '행복의 가치'에 대해서 여전히 연구 중입니다. 결과는 언제나 그림이죠. 행복나무 나이테는 10개. 10년 동안 행복나무를 가꿨다고 합니다. 나이테는 자신을 돌아보는 거울이라고 화가는 말합니다. 오늘도 거울에게 행복을 묻습니다. 그때마다 행복나무는 7가지 빛으로 화답해준다네요. 무지개는 행복나무에서 뻗은 가지인가 봅니다.
'그림으로 행복해질 수 있다'는 화가의 소명 의식이 감동적입니다.
사람들은 오래전부터 나무를 신성시했습니다. 피팔나무 열매는 인간의 영혼이라고 여겼습니다. 인간이 염원하는 것을 나무는 모두 담아줍니다.
그늘을 만들어 쉴 수 있게 합니다. 듬직한 덩치는 믿음직하죠. 속마음을 털어놓을 수 있을 만큼 속도 깊습니다. 뿌리가 깊은 나무는 삶의 중심을 잡아주기도 합니다.
나무가 외롭다는 것은 우리 생각입니다. 낮밤으로 태양과 달이 나무와 더불어 있습니다. 화가는 나무의 이런 모습을 보고 행복했을겁니다. 나무를 위태롭게 하는 인간의 욕심을 행복으로 돌려놓고 싶었을 겁니다. 화가의 장기인 색깔로 말입니다. 그런 연유로 오래 두어도 색이 변치 않는 물감 코팅을 화가는 마디마디 한답니다. 10년이 지나도 생생한 건 이 때문인가 봅니다.
나무에 대한 이런 생각을 담은 '나무론' 하나쯤 누구에게나 있지 않을까요. 곽재구의 나무, 도종환의 나무, 정희성의 나무까지. 휴식, 위안, 그리움이 곧 나무입니다. 하지만 행복을 나무에 두는 경우는 흔치 않는 것 같습니다.
화가의 마음 따라 산보를 갑니다. 어제 봤던 나무에서 빛이 쏟아집니다. 엊그제 지나 친 나무에게 말을 거니 웃어 줍니다. "너는 언제 온 거니?" 묻자 아주 오래전에 와 있었다고 합니다. 그래도 서운해하지 않습니다. 손을 내미니 친구가 되었습니다. 이름이 있으면 좋겠습니다.
무엇이 좋을까. 화가의 나무, 시인의 나무들이 세상 이치를 잘 정리해서 담고 있습니다. '이치를 잘 담아주는 나무'라면 '로직트리(Logic Tree)'가 좋겠습니다.
로직트리는 '생각 정리 나무'입니다. 뿌리는 MECE이구요. 로직트리도 여느 나무처럼 2~3개의 큰 가지가 있습니다. 얽히고설킨 실타래를 한 올씩 풀어봅니다. 한 올 한 올은 서로에게 보색입니다. 나뭇가지 하나씩 차지해서 묶어두기 쉽네요. 잠시 후 한 발 떨어져 전체를 보는 겁니다. 엉켰으면 무채색이 될 생각들이 이치에 거스름이 없는 세상을 만들어 냈습니다. 해피트리가 만든 세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