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해결 연구회
'문제해결 연구회' 시즌 8을 마쳤다. 한 시즌 3번 연구모임을 가졌으니 총 24번 만난 것이다. 시간으로 환산하면 96시간. 그 많은 시간 동안 연구회가 집중한 것은 '문제 정의'와 '원인 분석'이다. 요컨대 96시간 중 60%는 여기에 쏟아부었다. 그 결과 '문제 정의'는 연역법으로, 원인 분석은 5WHY를 도구로 쓰는 것이 자연스럽다. 다른 소득이 또 있다면 '연역법'과 '5WHY'는 문제해결 연구회를 차별화하는 정체성이 되었다는 것이다. 이를 '로직(Logic)'이란 말로 통칭해 쓰면서 '로직'은 가장 많이 쓴 낱말 1위 쯤 되지 않을까 싶다. 하지만 아직 개선해야 할 점이 산적해 있다. '더 쉬워야 한다(easy)'라는 점이다. 다른 측면으로 이를 따지고 들어가면 '문제 해결' 부분은 수준이 꽤 높아졌지만, '퍼실리테이션' 부분은 소홀했음이다. 2019년 황금돼지 해에는 이 점에 대한 성과를 내는 것이 목표다.
'문제해결'을 익히기 위해 제일 먼저 한 일은 용어를 체계화한 것이다. 이를테면 '이슈-문제-과제'가 그것이다. '이슈'는 '한 번쯤 생각해 볼 만한 것'으로 '문제'는 '바람직한 상태에서 벗어난 현 상태는 어떤 대응이 필요한 것'으로 '과제'는 '원인 분석 결과물'로 정리했다. 이 세 낱말만으로 문제 해결 프로세스의 '문제정의'와 '원인분석' 절차를 익힐 수 있다.
이 과정의 퍼실리테이션 도구로 선택한 것은 '5W2H'와 'S-C-Q-A' 다. 연구회 시즌 5 무렵부터 두 도구를 소개했고, 첫 번째 공개강좌에서는 이를 적극 활용했다. 하지만 S-C-Q-A 전개 방식이 '어렵다'라는 피드백을 받았다. 익히 알고 있는 퍼실리테이션 기법과는 다른 낯섦이라고 자조 하며, 반복학습이 낯섦을 극복하는 열쇠라고 단정하고는 시즌 6에서 이를 적극 활용했다. 조금은 익숙해지는 연구원이 생겨 안도하려는 순간 다른 상황이 발생했다.
'상황(Situation)'에 대한 기술은 능숙해졌지만, '전개(Complication)'에 대한 해석이 제각각였던 탓에 '질문(Question)'과 '답변(Answer)' 과정까지 꼬이는 일이 빈번했다. '전개' 부분을 '이슈(issue)'로 바꾸자 나아지는 듯 보였다. 하지만 '질문'을 만들고, '답변'을 내는 과정은 여전히 '어려운 대상'이었다. 두 번째 공개강좌를 앞둔 시점에서 고민이 깊었다. 해결책은 좀처럼 보이지 않았다. '쉽게'라는 말이 가슴을 누르는 무거운 짐짝 같았다. 궁리 끝에 '직관적 논리를 활용하면 어떨까?'라는 생각이 떠 올랐다. 두 눈을 감고 어떤 물체를 만졌을 때 얻는 감각의 정보와 그 물체가 무엇인지 알아내는 생각 에너지를 쓰는 것을 말한다.
의견내기 - 중복제거 - 문제정의
'의견내기 - 중복제거 - 문제정의' 과정은 '직관적 논리'의 산물이다. '의견내기'는 '직관' 부분이고, '중복제거' 활동은 '논리' 부분이다. '중복 없고 누락이 없는' MECE 개념을 장착한 것이다. 남은 것은 '문제 정의' 방법이다. 여기에는 '로직트리(Logic Tree)'와 'SO WHAT?' 개념을 적용했다. 그 방법은 이렇다.
'중복제거' 후 남은 의견을 3종류로 그룹핑(Groupimg)하고 이를 로직트리(Logic Tree)로 구조화 한다. 그 다음 각각의 그룹을 한 데 모아 결론을 내는 질문 'SO WHAT?'을 통해 '문제 정의'하는 방식이다. 이 방식은 구조화 까지 쉽다. 하지만 문제 정의 방식은 '복잡하다'라는 것이 피드백이다. 아무래도 '로직트리' '그룹핑' 'SO WHAT?'이라는 개념을 익혀야 '문제 정의'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두 번째 공개강좌를 마친 안도감은 뿌듯했지만 '복잡하다'라는 숙제는 남았다.
이슈 브리핑 - 우선순위 - 문제정의(연역)
시즌 7의 시작은 숙제를 마친 학생처럼 들떠 있었다. '문제 정의' 기법으로 '연역(deduction)'을 택했기 때문이다. 그동안 문제 정의는 '사실을 토대로 질문을 만들고, 답변을 찾는 활동'이었다. 하지만 연역법은 '바람직한 상태'와 '현 상태' 간의 '차이'를 논리로 드러내는 방식이다. 요컨대 '차이'가 곧 '문제'인 셈이다.
연역의 사례를 쉽게 찾아 학습할 수 있는 점도 마음의 부담을 덜게 했다. 우리의 일상적인 대화 방식도 따지고 보면 연역에 가깝다는 생각도 들었다. 연역을 전개하는 형식을 정확하게 익히면 문제 정의를 쉽게 할 수 있을 것이란 확신이 섰다. 무엇보다 복잡하지 않은 구조를 갖고 있는 점이 마음을 편안하게 했다.
문제가 발생한 '상황'에서 '생각해 볼 만한 것(이슈)'을 뽑는다. 이는 '이슈 브리핑'이다. 여러 명이 하나씩 선정한 '이슈'는 '중복제거' 활동 후에 '우선순위'를 선정한다. 여기까지의 과정은 두 번째 공개강좌 때 썼던 '중복제거' 활동을 '이슈 브리핑'에 포함한 것이다. '복잡하다'라는 피드백을 받았던 '로직트리' '그룹핑' 'SO WHAT?' 항목은 빼고 대신 '우선순위' 활동으로 대체했다. '바람직한 상태'의 범주를 좁혀 줄 것이란 기대감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했다. '이 부족함을 무엇으로 메울까?'라는 연구 끝에 맥킨지가 활용한 '7S' 관점을 써 보기로 했다. '이슈 브리핑' 결과물을 '7S'로 정리하자 '중복제거' 활동은 필요 없었고, 우선순위 선정 활동까지 꽃길을 걷는 듯 했다. 또한 '관점'을 정하자 '바람직한 상태'를 쓰는 일이 쉬웠다. 관점이 '바람직한 상태'를 기술하는 이정표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이제 남은 일은 'A는 B, C는 A, C는 B이다'라는 연역의 구조에 맞춰 쓰는 일이다. 연역법으로 낸 결론의 'not'이 곧 문제정의문이다.
이슈 브리핑·7S 관점정리 - 우선순위 - 문제정의
시즌 8에서는 '연역'을 활용한 문제 정의문 작성의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 1000 조각 명화 퍼즐을 완성하고자 하는 집념을 볼 수 있었고, 집중력은 상상을 초월했다. '문제 정의'를 완성한 후 '유레카'를 외친 일도 있었다.
연역의 문제 정의 과정은 '논리'를 자연스럽게 익히는 시간이다. 논리를 쌓고 다듬는 과정이다. 그렇게 쌓은 논리는 자산이 되고, 이 자산은 퍼실리테이션 수준을 한 단계 높이는 데 유익하게 쓰인다. 다만 한 가지 주의할 점은 인고의 시간을 보낸 퍼실리테이터 만이 만끽할 수 있는 정수라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