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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봉규 PHILIP Mar 01. 2020

[문제해결] 원인분석·5WHY

조미진 작가. 20160915.


'5WHY(이하 파이브와이)'에 대한 관심이 심심치 않다. 얼마 전에도 '어려운 문제에 봉착했을 때 요긴하게 쓰는 방법'으로 파이브와이 소개 글을 읽었다. 이 글에서 눈길을 끈 것은 '뇌'의 역할이었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어떻게'라는 질문을 하면 뇌는 굳어진다는 것이다. 문제의 본질 보다 솔루션에 집중하면 뇌는 과부하가 걸린다는 분석이다. 공감하는 바다. 반면에 '왜'라는 질문을 하면 뇌는 스스로 답을 만들기 시작한다는 것이다. 이 글이 흥미로웠던 점은 '만들기 시작한다'고 표현한 점이다.


그동안 파이브와이에 대한 강의를 할 때, '왜'라는 질문을 하면 뇌는 알아서 반응한다고 설명을 했었다. 그런데 글에서는 '스스로 만든다'고 했다. 얼핏 보면 말장난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차이는 엄연하다. 그것은 '반응'과 '조작'으로 구분해 설명할 수 있다. 학습심리학에서 말하는 '자극-반응'의 관계다.


천둥 치면 사람들은 귀를 막고 몸을 움츠린다. 천둥이라는 자극이 귀를 막는 반응(행동)으로 학습된 결과다. 반면에 조작은 자극과 반응 간의 인과관계를 따진다. 예를 들어, '성적과 공부' '금메달과 훈련' '목표와 노력'은 모두 인과관계다. 주위 환경과 사건들 간의 연관성이 '연합(association)' 되었다고 말한다. 이 과정을 학습이라 말한다. 단순하게 말하면 반응은 경험을 연합한 것이고, 조작은 '원인과 결과'를 연합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래서 '스스로 만들기 시작한다'는 표현이 인과관계를 분명하게 밝히기 위한 '조작' 과정으로 읽혔다. 그동안 '반응'으로 표현한 것보다 한층 더 논리적이다. 또한 이 표현이 학습자를 더 주체적으로 말하는 듯하여 반성하는 계기가 되었다.


이처럼 파이브와이는 해결책을 찾는 방법으로도 활용되지만 처음부터 그런 것은 아니었다. 세기의 경영인 (또는 중성자탄 잭(Neutron Jack)) 알려진 제너럴 일렉트릭(General Electric)의 최고경영자(Chief Executive Officer; CEO) 잭 웰치(John Frances Welch Jr)는 식스시그마(6 SIGMA)를 완성하는 핵심 기법으로 파이브와이를 활용한다. 당시 맥킨지(Mckinsey &Company)와 함께 GE 스크린 매트릭스(GE Screen Matrix)를 창안할 즈음이니 파이브와이를 기법으로 완성한 것 역시 맥킨지가 관여했음을 짐작게도 한다. 


잭 웰치는 문제를 발생시킨 '근본 원인(Root Cause)'을 찾는 것이 곧 식스시그마의 철학이라고 강조했다. 그래서 집요하게 근본 원인을 캐물었다. "문제가 발생한 원인은 뭔가?" "왜, 그것이 원인이라고 생각하는가? 근거는 있는가?" 최고경영자에게 이런 질문을 받으면 뇌가 경기를 일으키기 마련이다. 답변을 내놓지만 대부분 구체적이지 못하다. 경험에 의존한 답변이거나 피상적이기 때문이다.


피상적이나마 최고경영자가 납득하면 다행이다. 하지만 그 답변에 '왜'를 붙여 두 번째 질문을 하면 역시 피상적인 답변을 할 수밖에. 세 번째 질문을 받으면 머릿속은 순간 하얘진다. 머릿속이 하얘지는 까닭은 답변할 수 있는 경험이 소진되었기 때문이다. 이 순간이 바로 논리가 등장하는 시점이다.


파이브와이 사례로 잘 알려져 있는 것은 "제퍼슨 기념관 외벽 부식 사건"이다. 실제 사례인 이 사건은 파이브와이를 전개하는 방법이 한눈에 쏙 들어올 정도로 잘 정리된 예시들이 곳곳에 있다. 하지만 간과해선 안될 것이 있다. 그것은 바로 '검증 과정'이 빠져 있음을 알아채야 한다.


예를 들어, "기념관의 외벽이 부식되는 이유는?" "청소를 자주 하기 때문"이라는 답변에서 '청소를 자주 한다'는 것이 답변이 되려면 '근거'가 제시되어야 한다. 또한 막연히 '청소'만으로는 적절한 답변이 될 수 없다. 파이브와이 워크숍이 '과제와 실력'의 함수를 몰입으로 몰고 가는 까닭은 바로 이 검증을 위한 향연이 펼쳐지기 때문이다.


필요에 따라서는 첫 번째 질문에 대한 답변을 가장 적당한 경험치를 답변으로 채택하면 된다. 그런데 경험을 답변으로 채택하는 것은 두 번째까지 참석자들이 동의한다. 하지만 세 번째부터는 묘하게도 더 이상 우연은 성립하지 않는다. 참석자들 스스로가 답변을 의심하기 시작한다. 합리성을 발현하려고 각성한 것이다.


앞서 소개한 글에는 '왜'로 시작하는 질문은 '기존 현상을 뒤집어 보게 하는 마력이 있다'고 했다. 그 마력을 더 고도화 시켜보면, 파이브와이는 문제의 비합리적인 요소를 스스로 제거하도록 한다. 대상을 객관화 시키는 데 독보적인 경쟁우위가 있다. 이는 '백만 분의 일' 오차도 허용하지 않겠다는 잭 웰치의 염원에 대한 감로(甘露)처럼 느껴질 정도다.


가끔 자신의 본성이 무엇인지 알고 싶을 때가 있다. 본성은 자신을 객관화 시켜야만 닿을 수 있는 곳이다. 파이브와이는 그 본성에 닿을 수 있는 합리적 가치이자 스스로의 철학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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