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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처음이 누나 Aug 13. 2018

고양이는 어렴풋이 무서웠고 또 무서웠다

처음에 관하여


  그러니깐 시작은 친구의, 오빠의, 고양이가, 새끼를 낳았다는 것이었다. 고양이의 이름은 초코이다. 초코는 올해 3살로, 2월 다섯 아이의 엄마가 되었다. 초코는 홀로 출산의 모든 과정을 해냈다고 한다. 고양이가 대단한 건지 엄마가 대단한 건지 '감동'이라는 단어가 머리에 그려졌다.


  '고양이 키워 볼 생각은 없지'라는 친구의 질문에 이상하게도 고민이 시작됐다. 그동안 다양한 고민을 해 볼만큼 하며 남부럽지 않은 고민 속에 살아왔지만, 이런 고민은 처음이었다. 내 삶에, 관심사에, 고양이는 없었다. 고양이는 어렴풋이 무서웠고 또 무서웠다.






  집에 돌아가 고양이 이야길 꺼내자 식구들의 반응은 제각각이었다. 강경파는 아빠였다. 고양이는 원한을 갖게 되면 사람에게 해코지를 한다는 것이었다. 해코지라... 동생은 고양이보다는 강아지를 원한다고 했다. 강아지라... 그나마 온건파는 엄마였다. 엄마는 찬성이었다. 하지만 엄마는 외출이 아주 잦아서...


  그러다 화제가 엉뚱하게 고양이 이름으로 튀었다. 아빠는 고양이를 데려오는 것에 좀 더 신중을 기하자면서도 어느새 고양이 이름 짓기에 빠져들었고, 개똥이라는 이름이 오래 살고 좋을 것 같다고 했다. 저마다 각자의 기호에 맞는 이름들을 하나 둘 읊었고, 아빠는 고양이의 이름을 검색해 보는 건 어떻겠냐고 했다. 검색이라... 그렇게 우리 집 강경파는 단순히 이름 짓기 하나로 설득이 되었고, 예비 집사 공동체의 길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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