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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aVidaCoreana Nov 02. 2018

피소 꼼빠르띠도, 남과 같이 산다는 것.

스페인에서 외국인으로 살아가기 #08 피소꼼빠르띠도

앞 전 글 “내 집이 없다는 것”에서 스페인어로 피소 꼼빠르띠도(Piso Compartido) 즉 셰어하우스에 관한 것을 잠시 언급했었다. 금전적 이득, 외롭지 않다는 장점도 있지만 다른 사람과 함께 살아야 한다는 단점도 있는 셰어하우스, 나는 자의로 그리고 상황이 여의치 않아서 셰어하우스 생활을 여러 번 했었다.  


자금 사정이 여의치 않아서 혹은 혼자 사는 것을 좋아하지 않아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싶어서 등등의 이유로 셰어하우스를 선택한다면 아마 내가 했던 경험들이 조금은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내가 경험하거나 보고 들은 주관적인 경험이기에 모두 다 저럴 것이라고는 생각하지는 말기를…)


구성원 과의 합이 잘 맞아야 한다.


회사도, 학교도 그리고 작은 모임조차도 구성원들의 합이 잘 맞아야 별문제 없이 돌아간다. 이처럼 남과 함께 살아가는 셰어하우스도 구성원과의 합이 잘 맞아야지만 마찰이 없이 오래 살 수 있다.


생활 패턴이 같거나, 아주 다르거나

남미 여행을 마치고 다시 마드리드로 돌아와서 집을 렌트한 후 조금이라도 돈을 아끼기 위해서 남는 방 하나를 다른 사람에게 렌트했었다. 여러 장단점이 있는 친구였지만 가장 잘 맞았던 것은 나는 아침 일찍 출근하고 오후에 집에 패턴이었고 그 친구는 오후에 출근을 해서 새벽에 들어오는 패턴을 가져서 서로가 공용 공간을 사용하는데 크게 부딪히지 않았다.


생활 패턴이 달라서 많이 친해지지는 못했지만 그만큼 마찰도 없어서 1년 후 그 친구가 애인과 함께 집을 렌트해서 나갈 때까지 별문제 없이 같이 살 수 있었다.


따로 또 같이

셰어하우스는 방은 따로 그렇지만 다른 여러 명과 함께 산다는 것이다. 그래서 내 방에서는 나 혼자의 자유로움을 느낄 수 있고 외로울 때는 같이 사는 친구들이랑 어울려서 외로움을 떨칠 수 있다. 여러 명이서 모여 살면 마음 맞는 친구들끼리는 가볍게 한잔 할 수도 있고, 좋은 일이 있을 때는 함께 축하해주고 나쁜 일은 서로 위로해 주고 도와주기도 한다.(물론 좋은 동거인들을 만났을 때의 이야기이다...)


실제로 누군가의 생일이거나, 아니면 축하할 일이 있을 때 같이 요리해서 밥을 같이 먹고 좋은 날을 함께 보내면서 친해지기도 한다. 그리고 다양한 국적의 친구들과 함께 살면 당연히 그 나라의 문화를 익힐 수도 있고 그 나라 음식을 맛볼 기회가 생기기도 한다. 그리고 내가 모로코 친구와 살았을 때 라마단 기간, 그리고 그들의 식생활을 볼 수 있었던 것처럼 평생 살아가면서 접하지 못할 수도 있는 문화와 경험들을 하게 된다. 


비슷한 성향의 구성원

내 친구 중 한 명은 조용하게 명상을 하고 쉬는 것을 좋아하는 성격을 가졌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 친구가 들어간 셰어하우스는 파티를 좋아하는 젊은 친구들이 모여 사는 곳이었다. 처음 집을 보러 갔을 때 주인이 성격 좋은 친구들이 같이 산다고 설명을 했다고 한다. 하지만 실상은 주말, 주중 가리지 않고 친구들을 불러서 파티를 하는 바람에 같이 셰어 하던 친구들의 성격이 좋음에도 불구하고 결국 몇 달 살지 못하고 다른 집을 구해서 나오게 되었다고.  


매일 같이 파티를 한 그 친구들이 잘못됐다고 할 수는 없다. 그냥 서로의 성향이 달랐을 뿐이다. 이처럼 성향이 너무 다르면 아무리 사람이 좋아도 함께 사는 것이 정말 힘들다.


타인에 대한 배려가 있어야 한다.


한 집을 여러 명이서 나눠 쓴다는 것은 다른 말로는 방을 제외한 욕실, 거실, 주방 등 다른 공용 공간들을 셰어 한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서로에 대한 배려가 없으면 그야말로 살아있는 지옥이 되어 버린다.


조용할 때는 조용히…

예전에 살던 집의 남미 애가 장거리 연애를 하는 건지 남미 시간에 맞춰서 통화를 매일같이 길게 했다. 남미 시간으로 저녁이면 스페인은 밤이었기에 잠을 자는데 불편함이 많았다. 그 친구가 전화를 많이 하는 것일 수도 있지만 스페인 벽이 워낙 얇아서 다 들리는 것일 수도 있어서 별다른 말은 하지 않았지만 정말 밤이면 밤마다 힘들었던 기억이 있다.


소리 때문에 고생한 경험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나도 남에게 소리로 피해 준 적이 있다. 예전 학생일 때 논문 발표를 무사히 마치고 집으로 돌아와서 너무 기쁜 마음에 밤늦게까지 그동안 못 봤던 미드를 틀어놓고 열심히 봤었다. 너무 신이 나고 흥분이 돼서 그 시간이 밤이고 다른 애들에게 피해가 된다는 것조차 잊었었다. 


밤 12시가 넘어갔을 때 옆 방 친구가 와서 자기가 시끄러워 잘 수 없으니 소리를 좀 줄여달라고 했다. 그제야 아.. 내가 배려가 없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었다. 급히 사과하고 이어폰을 꼈지만 내가 싫어하던 남미 친구의 행동을 내가 똑 같이 했다는 것에 꽤 자책했었다.


바쁜 시간 욕실은 짧게!

한 때 내가 살던 집은 4명의 학생과 직장인으로 구성된 집이었다. 그래서 아침 시간이 매우 붐볐고 그렇기에 욕실을 내 집의 욕실처럼 마음껏 사용할 수가 없었다. 샤워와 세수를 한 후 머리를 말리거나 화장을 하는 행동은 자신의 방에서 하는 것이 예의이다. 하지만 그때 같이 살던 친구 중 한 명은 그러지 않고, 그 바쁜 시간 욕실에 들어가서 1시간 여를 있을 때가 있었다.  결국 나머지 사람들은 주방과 다용도 실에서 고양이 세수를 하고 집을 나서야 했던 웃픈 일이 발생했었다.


 남의 물건은 손대는 것이 아니야.

여러 명이 같이 살다 보면 각종 조미료라던가 주방, 욕실 용품의 경계가 무너질 때가 있다.  그게 작은 것이라면 말하는 것이 쪼잔해 보여서 넘어가지만 큰 것이라면 말이 달라진다. 나도 내가 쓰지도 않은 소금이 쑥쑥 줄어드는 것도 느꼈고, 실제로 쓰고 있는 것도 본 적도 있었다. 작은 것이었기에 그냥 넘어갔지만 만약 그게 내가 소중하게 여기거나 비싼 것이었다면 ‘왜 남의 것을 함부로 쓰냐’고’한 소리 했을지도 모른다.


또 극단적인 예를 들어보면 내 친구 중 한 명은 건조하려고 널어둔 빨래 중에 팬티가 몇 번 없어졌다고 했다. 아마 바람에 날아가거나 아래에 떨어졌겠지라고 했는데 어느 날 같이 살던 모로코 아이의 빨래통에서 자기 팬티를 발견하고 기가 막혔다고 한다. 물론 이미 그 아이가 입었기에 돌려달라고 할 마음도 없었지만 그 뒤로 그 아이가 평범하게 보이지 않았다고 한다.


공용 공간은 말 그대로 함께 쓰는 공간이다.


공용이라는 말의 의미 – ‘공용 – [명사] 함께 씀. 또는 그런 물건’  사전적 의미 그대로 공용은 같이 쓰는 공간, 물건을 말한다. 그렇기에 항상 남과 같이 사용한다는 생각을 해야 하고, 내가 사용한 후 남이 사용할 수 있도록 잘 관리를 해야 한다.


인터넷은 공용이야!

논문을 열심히 쓸 때의 일이다. 어느 순간부터 새벽 시간에 인터넷이 안되기 시작했다. 가끔 인터넷 속도가 안 나오거나 인터넷이 끊기는 게 다반사여서 하루 이틀은 참았다. 하지만 여전히 새벽만 되면 인터넷이 안돼서 같이 사는 중국 친구에게 이야기를 했었다.


나: 새벽만 되면 인터넷이 안돼. 업체에 연락을 해야 할 것 같아.

중국 친구: 아.. 그거… 내가 요즘 불면증이 있어서 혹시 인터넷 전자파 때문인가 해서 라우터를 껐어 새벽에는..

나:….. 뭐?......  (정적..) 난 새벽에도 일을 하고 논문을 써. 인터넷을 끄지 말아 줬으면 좋겠어.

중국 친구: 어. 알았어…


같이 사는 집이고 각종 세금 역시 나눠서 내는데 인터넷을 자기 임의로 끄다니! 어이가 없었지만 좋은 게 좋은 거라고 그냥 다시 켜달라고 하고 넘어갔다.  하지만 그 뒤로도 다른 일에서 그 친구의 이기적인 행동은 크게 바뀌지 않았고 결국 얼마 지나지 않아 나는 집을 옮기게 되었다.


주방도 공용 공간이야!

아르헨티나 하우스 메이트랑 살 때였다. 총 5명이 하나의 주방, 하나의 거실 그리고 두 개의 욕실을 나눠 쓰는 집이었는데 아르헨티나 친구는 청결에 대한 개념이 나쁜 쪽으로 남달랐다. 같은 주방 용구들을 공유하기에 내가 쓴 후 바로바로 씻어둬야 하는데 항상 싱크대에 담가 두기만 했다. 


한 두 번은 급해서 내가 씻고 나중에 말을 했지만 그 후로도 변화가 없어서 결국 그 친구가 사용한 물건들은 고스란히 다른 곳에 옮겨두고 내가 해야 할 설거지만 했다. 그리고 그때마다 그 친구에게 치우라고 잔소리 아닌 잔소리를 하게 됐고 결국 얼마 지나지 않아 그 친구가 다른 집을 구해서 떠났다.


그 친구는 나를 참 별나다고 생각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나 외에도 그 주방을 사용하는 사람이 3명이나 더 있었고 그 한 명으로 인해 모두가 불편함을 겪었기에 그럴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실제로 그 친구가 나가고 난 뒤 집이 아주 많이 깨끗해졌다.




이 외에도 셰어하우스와 관련된 다양한 에피소드들이 있지만 구구절절 적자면 글이 하염없이 길어질 것이기에 이 정도로 하자. 셰어하우스에 살면서 좋은 경험뿐만 아니라 안 좋은 경험도 많이 했었다. 하지만 다르게 생각하면 가족과 함께 살아가는 것도 쉽지 않은데 하물며 남인데 오죽할까... 그리고 지금 생각하면 안 좋은 경험조차도 내 성격을 둥글게 만들고 살아가는데 도움이 되는 경험이 아니었나 한다. 



By. 라비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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