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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aVidaCoreana Jan 12. 2019

에스파뇰 타임이라고?

스페인에서 외국인으로 살아가기 #14 시간 약속

한국에는 코리안 타임이 있고 스페인에는 에스파뇰 타임이 있다. 코리안 타임도 만만치 않은데 그 보다 더 심한 것이 에스파뇰 타임이다. 


친구들과의 약속, 회사에서의 미팅 그리고 심지어는 학교 수업에 까지도 에스파뇰 타임이 적용이 된다는 사실에 처음에는 적지 않게 놀랐었다. 스페인에 온 첫해 친구가 저녁 초대를 해서 간 적이 있었다. 약속이 저녁 8시여서 최대한 예의를 차리기 위해서 7시 55분경에 맞추어 그 집에 갔었다. 


그런데 내가 제일 먼저 도착한 케이스이고, 8시가 넘어도 약속한 친구들이 도착하지 않았다. 나를 더욱 당황하게 했던 것은 저녁 약속을 주최한 친구 역시도 음식을 절반도 준비하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약속은 분명 8시였는데, 호스트 친구는 여전히 음식을 준비하고 있었고, 다른 초대받은 친구들 역시도 올 생각을 하지 않아서 호스트 친구의 음식 준비를 도와주면서 다른 친구들을 기다리게 되었었다. 


그날 저녁은 결국 9시가 훌쩍 넘어서 시작이 되었고, 그 저녁 식사 덕에 나는 에스파뇰 타임에 대해서 잘 알게 되었다. 




친구: 오늘  Kim 이 8시 되기도 전에 온 거 알아?

친구들: 정말?

나: 저녁 약속이 8시라서 늦지 않게 7시 55분에 도착했어.

친구들: 하하하 

나: 8시가 지나도 아무도 안 와서 나 너무 당황했어

친구: 스페인에는 에스파뇰 타임이라는 것이 있어. 특히 점심이나 저녁 약속의 경우 에스파뇰 타임이 심하게 적용되지

나: 에스파뇰 타임?

친구: 어. 약속은 8시경으로 하지만 결국 한 시간쯤 늦게 만나게 되는 걸 말해.

나:아...




실제로 8년 넘게 스페인에서 생활해 본 결과 스페인 사람들은 에스파뇰 타임을 즐긴다. 특히 식사 약속의 경우. 게다가 회의나 수업 등 공적인 자리에서도 5~10분 늦는 것은 기본이다. 그럴 때마다 그들 역시도 '여긴 스페인이니까'라고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 


그래서 나도 가급적이면 그들의 에스파뇰 타임이라는 문화에 맞춰 살아가려고 노력한다. 코리안 타임과 같은 듯 같지 않은 에스파뇰 타임, 스페인에 살아가면 살아갈수록 스페인은 생각보다 한국과 비슷한 점이 많은 듯하다는 것은 느낀다.


물론 모두가 이런 것은 아니고 사람 따라 그리고 자리 따라 다르겠지만 스페인의 많은 부분에서 에스파뇰 타임이 존재한다. 그러니 혹시라도 스페인에서 저녁 식사에 초대를 받는다면 너무 정각에 맞춰 가진 않기 바란다. 내가 겪은 것처럼 호스트와 단둘이 1시간여를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으니 말이다.



by. 라비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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