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 ; 무심쟁이 그녀

- 맥신

by 예나네

그녀를 본 지 9개월이 넘었다.

어느 날 바이블 스터디 그룹에 들어갔는데, 우리 집에서 도보로 10분 거리에 혼자 산다고 하는 그녀를 만났다. 특수학교 선생으로 일하는 그녀는 주 2,3일 학교에 나가고, 매주 화요일은 홈리스를 위해 밥, 아니 빵 짓는 팀에 들어가 봉사를 한다. 도시락을 만들어서 물과 함께 배달한다고.


그다음 주부터 나는 바이블 그룹에 갈 때마다 그녀를 픽업하여 카풀을 하게 되었다. 1년 여를 수요일 저녁마다 그녀와 함께 다녔다. 바이블 클래스 안에서도 그녀가 옆에 앉으면 왠지 마음이 편했다. 말이 많지도 않고, 말이 어렵지도 않고(특수학교 교사니까 말을 천천히 한다.), 말을 조용히 가려서 하는 그녀가 난, 아직도 좋다.

아, 그녀가 조용하고 순하고 성실한 소를 닮았다고 하면 실례일까?

여하튼 한우 하면 경북 예천이 호명되듯이, 그녀는 비프스테이크로 유명한 록햄톤의 목장집에서 자랐다고 했다. 그녀의 어린 시절 이야기를 들으며 나는, 유년의 환경은 어른이 되어서도
몸속 어딘가에서 숨은 듯 붙어살다가, 때가 되면 어쩔 수없이 몸 밖으로 뿜어 나온다고 생각했다.


그녀 성격처럼 단정하게 정리된 에밀리네 집. 나는 가끔 이 주변으로 산책을 한다.
그녀 집에서 우리 집으로 돌아오는 길. 오른쪽은 벤자민 나무인데 세 그루의 나무가 커도 너~무 크다. 우람하고.


나보다 14살이 더 많은 그녀는 내가 문자를 안 하면 늘 고요하다. 나를 잊어버리진 않았을 텐데. 아마도 지금 학교 방학 중이니 시드니나 브리즈번에 사는 자식들의 빈 집을 봐주거나, 자신이 섬 여행을 하고 있을 거다. 남은 시간은 빵 봉사를 하고, 또 보이 프렌드와 토킹도 해야 하니, 바지런한 시간을 보내고 있을 것이다.




말이 나왔으니 말이지, 일흔이 찰랑찰랑 갓 넘은 그녀에게 보이 프렌드가 있다는 게, 난 이제 신기하지도 놀랍지도 않다. 이 동네 싱글 맘들은 대부분 보이 프렌드가 있는 걸 아니까.
70 중반인 M.할머니, 옆집 여자A., 앞집 여인G..

처음엔 그녀들이 남자들을 동반한 채 마켓에서 우연히 만나지거나, 자기 집에 데려오거나, 교회에서 마주치면 내가 먼저 움찔했는데, 그녀들은 아무렇지도 않게 보이 프렌드, S 라며 소개하곤 했으니까. - 난 이 사람들의 이런 투명성이 좋아서 닮으려 한다. - 보이 프렌드하고 20년이 넘도록 같이 살고 있는 어느 여인은 아직 웨딩마치를 올리지 않았다. 그래서 그녀는 동거남에 대한 호칭을 '허즈번드' 대신 '파트너'라 부른다.




그녀의 사는 일을 이렇게 대충만 헤아려봐도 에밀리, 그녀는 바쁠 것이 뻔하니, 오늘은 내가 먼저 그녀의 폰으로 띠리링, 문자를 보내봐야겠다. 시드니에서 돌아왔다고. 당신이 그립다고.
그러면 그녀가 참 좋아한다. 반가워하는 마음을 가득 담아 따끈한 답장을 띠리링 돌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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