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 수 영어 중급반인 "인터미디엇 잉글리시 클래스 lntermediate English Class" 학생 수를 세어보니 스물 두 사람이고, 우리들이 속한 국가를 선생님까지 합해보니 모두 열여섯 나라였다.
나와 그들, 즉 우리들은 타이베이, 네팔, 필리핀 2, 한국, 니콰라 구아, 중국 2, 모로코, 인도네시아 2, 인도 2, 우크라이나 2, 캄보디아, 베트남 2, 이스 티모 아일랜드, 홍콩, 러시아에서 모여든 이 나라의 이방인들이다.
그러고 보니 우리로 인해? 이국의 낯설고 물선 여기, 번다버그라는 호주 대평야 지대가 글로벌한 터전이 되고 있다. 이 나라도 이전에 비하여 점점 더 많은 사람이 지방으로 몰리고 있는데, 외국인의 경우 지방으로 나가면 비자 승인에 점수를 더 얹어주는 혜택이 부여되기 때문이기도 하다. 소위 지방 분산정책의 한 방편이랄까.
여러 가지 길 중, 자기만의 루트를 통해 호주 영주권을 받고 나면 510시간만큼의 무료 영어교육을 받을 수 있다. 그 시간에 영어실력을 다 충족하지 못하면, 시간을 더 신청하여 또 다른 510 시간을 더 확보하는 사람도 있다. 정부에서 한 학생 몫으로 $10,000 씩 학비로 지급한단다.
호주 전역에 분포된 정부 산하 교육기관인 "Tafe"라는 컬리지는 이 고장에도 한 군데가 있다. 내가 월, 수마다 다니는 "중급반 영어교실"뿐 아니라, 유아교육, 기술교육 같은 전문적인 기술자도 양성하는 전문대학 같은 곳이다.
위에 열거한 17개국에서 온 우리 반 학생들 22명이 소그룹으로 이야기 나누는 광경을 보다 보면, 한 마디로 "우스꽝스럽다"라고 표현할 수 있다.
거울이 없으면 자기 얼굴에 밥풀때기가 묻어도 볼 수 없는 것처럼, 나 자신의 "우스꽝스러운 영어 발음"이 내 귀로 이상하게 들리진 않는다. 참 다행이다. ㅎ
하지만 나 외에 16개국에서 온 그들의 어눌한 영어 발음을 듣다 보면 아기 발음도 아니고, 억머구리 울음소리는 더욱 아니며, 말 못 하는 장애우도 아니다.
요지를 똑 부러지게 설명할 수 없어, 징검다리처럼 아슬하게 건너뛰며 목소리를 타고 짤려 구사되는 그 어설픈 잉글리시를 듣다 보면, 우리들의 말소리가 멍청한 바보 같이 들리는 날도 있고, 귀가 어두우신 꼬불꼬불 꼬부랑 할머니의 꼬부랑 입김처럼 맥없이 겨우 희미하게 입안에서 우물우물 맴돌다 사라질 때도 있다. 그래도 누구 한 사람이라도 부끄럽다거나 창피하다며 꾸물거리는 사람이 없으니, 우리 반은 언제나 왁자지껄한 분위기다. 외국어를 흡수하고 습득하려면 얼굴에 철판을 깔 듯 용감할 필요와 책무가 있다. ^^
그래 16개국의 각기 다른 국가의 다른 랭귀지를 사용하던, 이상한 나라의 이상한 이빨 사이로 영어 발음이 어렵사리 나오더라도, 바로 코앞 입술 사이에서 떨어지는 그 발음을 경청하는 상대방은 해독이 어려워 쩔쩔맬 때도 있다.
서로가 말하려 하고, 들으려 귀 기울이고 입술을 뚫어져라 쳐다보며 최선을 다해봐도, 영어 구사 실력은 고삐에 매인 코끼리처럼 제 자리 걸음인 것만 같다. 그래도 우린 함께 웃는다. 늘.
역시 담임선생 맷이 랭귀지 해석력이 정확하고 빨라서, 어색해질 분위기를 아슬아슬하게 아리랑 고개 넘기듯 자알~도 넘어간다.
어떤 때는 나와 너의, 우리들 입술에서 문장이 되지 못할 미숙아 같은 발음이, 잘게 부스러뜨려진 라면처럼 빠지직하고 부서지며 빠져나올 때 우린 함께 더 큰소리로 까르르륵 웃기도 한다. 마음은 뻔한데 말이 되지 못한 말. 누구나 다 그런 경험을 해봐서인지 서로 더 깊이 공감을 한다.
하하하 호호호. 푸하핫.
웃는 건 자기 나라 발음으로 막무가내로 마음 놓고 웃어도 담박, 빨리 해독된다. 우리 교실에서도 역시 웃음은 만국 공용어다. 웃을 땐 애써 영어 발음을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 우히힛.
F를 P 발음으로 맘껏 웃어젖혀도 된다.
프프프. 아니 흐흐흐?
아니 ㅋㅋㅋ!!!
나는 폰카를 들고 사진 바깥에 있다. 내가 선생, 맷과 학생, 칼라를 찍으려고 폰을 들이대자 순식간에 온 학생들이 와~와! 몰려들었다. ㅎ
우리 반 웃음의 중심에 젊은 호주 바보 선생, 삼십 대 중반의 맷 Matt. 이 있다.
네버 앵그리. 굳 티처. 해피 클래스 메이커.
그는 말이 잘 통하지 않는 우리들을 매주 월, 수 아침 8시 30분에 만나면서도, 매번 "오랜만"이라는" long time no see."라고 학생들에게 농을 건네며 마음 고삐를 느슨하게 풀어놓고 수업을 시작한다. 오후 2시 반까지 웃다 끝나는 클래스가 우리 반이다.
맷, 그가 있어 중급반, 인터미디엇 클래스의 학생이 상급반, "어드반스드 클래스 advanced class"로 올라가지 않아 문제? 다. 요즘 우리 반 교실은 속이 꽉 차서 터질 것 같은 배추처럼 좌석이 만원이다.
그런데 맷의 와이프 멜리사가 담임인 상급반은, 이빨 빠진 일곱 살 아이 입속처럼 자리가 성글게 비어있다.
그래 우리 반 학생들은 맷을 좋아해도 너~무 좋아한다. 쉽고 재미있게 가르치는 맷의 시간이 나도 편안하고 재미있고 좋다. 스트릭트 strict 하게 엄격한 것보다, 플랙서블 flexible 하게 융통성 넘치는 분위기에서 하는 공부가 내 머릿속으로 쑥쑥~ 더 잘 들어온다. 그래도 대부분 하룻밤 지나면 톡톡 까묵는다. 아유, 나의 까마귀 고기 닮은 가련 올드한 브레인아!
그래도 렛츠 고 let's~g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