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사랑을 하자
ㅡ 파티마 부부의 사랑이야기
서로 이름을 불러서 그럴까.
나이 차이가 느껴지지 않는다.
나는 60년생이고 그녀는 89년생인데 우린 친한 친구 사이다. 그녀의 비밀을 나에게 털어놓고 나의 속내를 그녀에게 이야기한다. 오후 두 시 반에 영어수업이 끝나면 우린 가끔 도서관에 같이 간다.
홍, 잠시만 기다려줘. 나 화장실에 가서 화장 좀 고쳐야겠어. 응, 그래그래. 나는 그녀에게 엄지 척을 한다.
그녀 남편이 오는 시간에 맞춰 거울을 보러 가는 그녀의 뒷모습이 앳되고, 곱고, 이쁘다.
오후 다섯 시 반이면 집에서 8분을 운전하고 가 바닷가를 걷는다. 해가 짧아져 밤이 일찍 오니 달이 저만치 떠 있을 때 집으로 온다. 어제는 누군가 길가에 돌탑을 쌓아놓은 걸 보았다.
한국에 봄이 오면 여긴 가을이 온다.
이 풍경 속에서 나는 잠시 그녀, 파티마를 떠올렸다. 이역만리에 사랑 하나 품고 12. 25일날 산타가 되어 그를 찾아온, 자기 남편의 속 마음이 베리 굳이라는, 그녀를 생각했다.
아마 그녀도 지난 3년 동안, 모로코 카사블랑카 하늘에 뜬 저 달을 수없이 쳐다보면서, 별을 헤아리며 그를 그리워했을 게다. 때론 보름달처럼 가슴이 벅차올랐을 테고, 때론 초승달처럼 갈증이 일었을 거다. 하얀 그믐달이 뜬 날엔 노트북 앞에 앉아 양국의 꼬부랑글씨를 오가며 자판을 톡톡톡 두들겼을 거다.
내가 그녀에게 놀란 건,
호주에 사는 파키스탄 남자와 3년 전에 인터넷 어느 사이트에서 만났고, 2016년 10월 한 달을 그 남자가 오직 그녀를 만나기 위해 번다버그에서 카사블랑카까지 22시간 동안 비행기를 탔다는, 러브스토리만은 아니다. - 하긴 이것도 놀랄 일이긴 하다. -
남자를 처음 만났다던 3년 전,
그녀는 영어를 하나도 할 줄 몰랐다고 했다.
그 남자가 영어로 메시지를 보내오던 첫날,
3일 밤을 자고 나서 통역기를 이용하여 대답했고, 묻고, 답하고, 묻고... 그렇게 3년 동안 그들은 온라인 연애를 했다.
하룻밤 자고 나면 쑥쑥 자라나는 죽순처럼, 요즘 그녀의 스피킹 실력은 하루가 다르게 자라난다. 난 그게 더 놀랍다. 너무 놀랍다. 그녀 영어 비결에 대하여, 나 혼자 고개를 갸웃거려봤으나 해결이 안 되었다.
어제는 그녀에게 기어이 물어봤다.
너 맨 처음 어떻게 영어공부 시작했어?
유튜브로 내 동생과 같이 시작했어.
내 열다섯 살짜리 여동생.
내 동생은 영어를 엄청 좋아해서,
나보다 훨씬 더 잘해.
요즘은 아메리칸 드라마에 푹 빠져있어.
그래서 그런지 영어 발음이 완전 본토 발음이야.
Oh my goodness!!
그녀의 고국, 모로코의 카사블랑카와 번다버그는 계절이 어떻게 바뀌는지, 난 아직은 모른다.
그래도 내가 아는 그녀의 사연, 즉 그녀의 감동 러브스토리는 우리가 알아온 시간에 비해 꽤 길다.
작년 12. 25일 날 영어의 나라 호주땅에 처음 발을 디뎠다는 그녀. 아, 12년 차 내가 아직도 하지 못하는 걸 그녀는 혼자 다 해결한다. 전화로 일상 언어를 스스럼없이 하고, 유방 언저리가 아프다며 며칠 동안 혼자서 병원에 가서 의사에게 상담을 용감무쌍하게 받고 온 그녀의 영어실력 앞에서, 난 솔직히 입을 다물지 못한다. 어, 어처구니? 가 없다.
맞다, 사랑의 힘이다.
사랑은 힘센 선생이다.
그래, 사랑을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