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영어나라에 사는 영어교실 학생들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모국어가 꼬부랑 말의 최전방을 지키는 총대가 되고 있다. 수업시간에 모르는 꼬부랑 단어가 나오면 재빨리 자기들 나라 사전을 톡톡 쳐서 뜻을 검색한다. 그럴 수밖에 없다.
제아무리 영어로 말하는 나라에 살더라도, 여기서 아무리 매력적인 영어문장을 만날 수 있을지라도, 자신의 언어로 표현할 수 없으면 그림의 떡이다.
그러니 영어나라에서 영어를 공부하고 있는 대부분의 사람들도 각자 모국의 유튜브에 들어가 자기 실력에 최적화된,
유 선생들을 모시고 있다.
그들도 가끔은,
오프라인 영어교실보다 유튜브가 더 좋은 선생이라고들 했다.
그들도 나처럼 우선 쉬운 문장을 통째로 달달달 외는 유튜브 사이트를 찾아서, 입에 영어문장이 착착 달라붙도록 따라 하고 기억한다. 그래야 여기 영어나라 종족들을 마주칠 때, 한 구절 시를 읊듯 유연하게 영어를 구사할 수 있다.
통째로 외는 문장이 늘어갈수록 점점 영어 레시피가 붙어서, 다른 문장도 능히 조립할 수 있는 융통성이 트이니 시나브로,
자신감도 붙고 흥미도 생긴다.
나는 3년 전부터 매주 1회씩 호주 노부부를 만나고, 호주교회를 나가 영어 설교를 듣는다. 용기를 내어 그렇게, 무모하게 일을 만들었다. 유감스럽게도, 내 영어는 여전히 유창하지 못하다. 진전이 안 보일 때마다, 두 가지 다 포기하고 싶을 때가 많았다. 내가 이 나이에 이러려고 영어를 시작했나, 하고.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보니, 처음엔 나도 그들의 말을 30% 정도밖에 못 알아들었었고, (천천히 말해주는데도) 그들도 내 말을 그 정도밖에 알아듣지 못했었다.
3년이 지난 지금은 70%까지 서로가 알아듣는다. 물론 이때까지 나누어 온 바디랭귀지가 있고, 만나 온 시간이 켜켜이 쌓이면서 서로 층층 속내를 알게 되었으니,
눈치로 말을 이해하기도 한다.
그분들을 만나면서부터, 시간이 날 때마다 여기 영어나라 TV 메인 뉴스를 틀어 놓고 귀를 바짝 기울이곤 했고, 차 안에서는 영어 대화를 틀었다. 그러나 거짓말처럼 '아무것도' 안 들렸었다. 무.
그래도 내 무모함? 은 포기를 몰랐다. 계속, 지속적으로 듣고 있었다. 언젠가는 내 귀도 양심이 있으면 뚫리겠지, 하고.
어쩌다 아는 단어가 하나라도 나오면 쾌재를 불렀으니, 도무지 처음에는 2%밖에 안 들렸다고 봐야 한다. 그때가 부끄럽지만, 영어나라에 몸담아 온 지 10년이 넘었을 때다.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는 긴나긴 세월. (곰쓸개처럼 빼놓은 나의 이 자존심이, 부디 누군가에게 양약이 되기를.ㅎ)
살짝 변명을 늘어놓자면, 난 그간 10년간 글쓰기에 전념하다시피 하고 살았었다. 세 아이들이 영어로 공부하는 시간에, 나는 짬짬이 한국 책을 읽고 한국 글을 썼다.
그러니 엄밀히 따져보면 나는 부끄러워 안 해도 된다. 그저 조금 진부하고 늦은 감은 있지만, 지금부터 영어를 열심히 배우고 익히면 된다.
무엇보다 즐겁게.
그래, 요즘 들어 내 영어에도 뜨거운 서광이 느껴진다. 영어 뉴스를 보면 50% 알아듣고, 솔직히 40%. 무엇보다 요즘은 시간 날 때마다 내 꼬부랑 말솜씨와 듣기, 꼬부랑 글쓰기와 문법에 지대한 관심이 붙기 시작했으니까. 절반은 성공한 셈 아닌가.
지금 내 나이가 몇 학년 몇 반인지,
뭐, 그리 중요한가. ^^
* 아기모델, 외손주 재영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