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와 한국어 사이의 발음은 오묘하다.
아무리 [쳐치]와 [매거진]이라는 발음을 인지하고 있어도, 대화 중에 그들이 알아듣지 못하면 소위 말짱 도루묵이 된다. 난 아래 세 단어의 발음 때문에 난항을 겪은 경험이 있다.
교회, 잡지, 과수원.
얼마나 쉬운 단어들인가.
하지만 내 입술에서 거듭 최선을 다하여 흘려 내보낸 이 보통명사의 영어 짝을, 그들이 오리무중 찾아내지 못하는 해프닝을 빚게 되었다.
내 입술 사이에서 꼬부랑거리며 빠져나와 도망갔던, 매거진이라는 단어를 그들이 마침내 발견해내고 나서는, 코믹 영화라도 만난 듯 탁자를 두들겨가며 재밌어 죽겠다고 야단법석을 피운 적도 있다. 에휴. ㅎ
하긴 그들도 우리의 안녕, 을 안너, 안넝, 안느, 안는...으로 괴상하게 끊어내 놓기는 마찬가지긴 하다. 그러니 영어 발음이 잘 안된다고 무조건 기죽을 필요는 없다.
대신, 젊은 시절에 발음을 잘 익혀두시라.
왜, 내 발음은 안 먹혀들었을까.
우선 이 명사의 스펠링을 알아보자.
첫 번째, Church, 쳐어~ 치!
[쳐어~치:]가 아니다. 치 발음에서 손뼉 치듯 짧게 얼른 끝을 맺어야 한다. 내 마음만 믿고 뜨거운 떡국처럼 축~늘였뜨려 "치:"를 혀끝에다 내놓았다가는 원어민들의 귀에 1도 안 들어간다. 아, 1은 들어가려나.
여하튼, 다시 해 보자.
[쳐어~치!]
치!를 얼른 싹둑 끊어야 한다.
한 번에 안된다. 100번은 연습해 봐야 그들 전두엽에 닿을 수 있다.
두 번째, Magazine, 매거진.
Bag처럼 Mag 맥 를 발음하다가 얼른 azine을, 마주 보고 아귀 맞춰 닫아 둔 대문처럼 그렇게, 아랫니와 윗니의 마주친 양 이빨 사이로 ㅓ진~을 흘려보내야 한다.
[매거진~]
이때 진~ 은 "진"도 아니고 "신"도 아닌 두 음의 중간음이, 마주 닿은 아래 윗니 틈 사이로 약하게 바이브레이션 하듯 떨려 나온다. 꽃잎이 떨리듯.
Zine ~. [매거진~]
세 번째, Orchard, 옷~쳐드.
난 이 발음을 아직도 그들이 단번에 알아들을 수 있도록 발음하지 못한다. 아니 내가 발음하면 그들이 이 말을 못 알아챈다. 내 귀에는 그들의 발음이나, 나의 발음이나 똑 같이 들리는데, 그들의 귀에는 내 소리가 과수원을 뜻하는 말이 아니란다.
교회 멤버 록센은 나보고 옷~쳐드 대신에 그냥 Farm을 과수원의 뜻으로 써먹으란다. 애초 포기하란 뜻이다. 발음이 잘 안 되는 건 괴의치 않기로 했는데, 그들이 수십 번은 더 연습한 내 [옷~ 쳐드]를 끝내 인정하지 않으니, 슬프다. 이때껏 외워 둔 내 노력들에게 미안타.
물 마시듯, 밥 먹듯 연습하다 보면 좋은 수가 생기긴 할 테지만 갈길이 멀~다. 빗물에도 댓돌이 뚫리긴 한다지만, 이토록 느림보 거북이 같이 기어가다가는 내 평생 그들과 온전한 대화를,
몇 마디나 나눌 수 있으려나.
그래도 포기란 배추 포기밖에 없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