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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예나네 Aug 15. 2022

몬 레포 해변의 자갈밭에 장엄한 시가 있네


물 빠진 해변에 파도가 부려놓고 간 이곳 자갈밭의 자갈은 다, 파도와 바람 소리에 각이 둥글게 닳아있다. 그들을 만지고 있다 보면 온정 있는 따스한 사람의 손을 잡은 느낌이다.



집에서 차로 10분을 달리면 몬 레포 비치에 닿는다. 11월부터 이듬해 4월까지는 난바다로 이민 간 어미 거북이들이 산란을 위해 귀향하는 해변이기도 하다. 물론 아기 거북이가 알에서 깨어나는 과정도, 어미가 한밤중에 산란을 하는 광경도 몬 레포 터틀센터에 예약을 하면 밤중에 바다에서 나오는 야생 거북이와 함께 볼 수 있다.  

가끔은, 캥거루 어르신이 해변에 출현하여 아주 고요히, 아주 엄중하게 바다를 감상할 때도 있다.


이렇게.


이 캥거루는 내가 호주에서 본 캥거루 중 가장 큰 체구다.




 몬 레포 Mon repos 해변에서 바라보는 바다는 여느 바다보다 더 푸르고 넓다.


드러운 곡선 하나로 둥글게 이루어진 해변은 자연의 품속 같이 안온하다. 인근 숲 에워싸여 아늑다. 물 때 파도가  모래사장 자갈 무더기들을 바다 바깥으로 ,  바닷물만 바다로 되쓸어 간다. 




다 밖으로 쫓겨 나온 여 무더기 자갈밭들 풍광나를 사념에 잠기게 한다. 마나 오랜 세월 구르, 하늘의 별무리만큼이나 옹기종기 모인 저 돌 하나하나의 선이 하나같이, 저리도 부드럽고 유연해질 수 있을까. 기껏 해봐야 100살까지 사는 사람의 수명으로는,  저토록 완벽하게 부드러운 마음선을 갖기는 어려울 .  다의 소금물과 해 빛 속 수억 년은 잠겨어야 총각으로 각진 선이 이리도 고운 곡선으로 닳을 수 있을 . 의 곡선은 어떤 무늬일지 궁금해진다. 문득.




순인 이 나이에도 난 가끔, 내 과거를 떠올리 마음이 뾰족해 때가 있다.  무시한 사람이 미워진다. 간한 꾀로 나를 이용한 사람이 원망스러워질 때도 있다. 그때 난 이 해변에 와서 이 자갈돌들의 부드러운 곡선을 만다. 햇빛 아래서 따듯하고 부드러워진 이 곡선을 만지다 보면, 내가 감히 그들, 자갈들을 위로하는 날도 있다.




 에겐 안주할 집이 있지만 돌은 굴리면 굴리는 대로 깨지거나 닳는데 나보다 수백 배는 더 험난한 고비를 넘겼을 것이다, 깜깜한 깊은 바닷속에서 거친 파도에 쓸려 다녔을 게다. 수 억년을 그렇게 구르다가 이곳 몬 레포에 닿았을 게다.


자갈은 오랜 세월 동안에 걸쳐  이토록 부드러운 곡선을 이루었는데, 연식이 60년 조금 넘은 난 아직 뾰족한 구석이 남아있는 게 당연하다. 자갈이라고 프지 않고 속상하지 않았을까. 자갈들은 더 곡선으로 겸허해지기 위하여 얼마나 자주 아프게, 탈피를 감행했을까.  




 햇빛 건조된, 아직 소금기가 가시지 않은 조개껍데기와 자갈들이 무작위로 뒤섞인 그들을 나도 무작위로  움큼 잡았다가 손가락 사이로 쏟아낸다. 차르륵거리며 떨어지는 느낌 유쾌하다. 드럽고 따스하. 이 일이 내게 숙해졌다.


해변을 산책하다 말고 자갈밭에  주저앉아서, 자갈과 장난 놀이를 렇게, 한다. 이 걷던 딸이  얹는다.  해,  헤헤거린다.


무엇하나 뾰족한 데 없는 이 대해에서 나 혼자 뾰족할 이유가 없다. 뾰족한 사람은 제 뾰족함에 찔리고 부드러운 사람은 부드럽게 조화를 이루어 세상을 아름답게 만든다. 이곳에 있다 보면 나도 넓어지고 푸르고 깊어지고 나도 모르게 세상 시름 다 잊는다.  내 손에 닿는 자갈의 선은  바닷속으로부터 왔으니 바다의 향기는 물론 바다를 닮아 한없이 깊고 넓기에, 속이 단단하다.




 햇빛은 순식간에 돌밭을 뜨겁게 달구어 놓는다. 나는 10여 년 전 동생이랑 조카 그리고 내 아이랑 주말만 되면 함께 가서 몸을 뉘었던 평촌역 근처 6층 찜질방의 맥반석실을 떠올리며 자갈밭 위에 슬쩍 드러눕는다. 등이 따끈따끈하고 시원하다. 앉아있던 자리와 누운 자리의 거리 차이만큼, 내 귓속을 때리는 파도소리 더 크게 더 가깝게 내 호흡 속으로 스흐흡 어온다.





신이 경작해놓은 이 돌밭에 누우니 세상 시름 다 잊는다. 오래된 사연 품은 자갈 한알 한알,
그 속에 장엄한 시 한 편씩 들어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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