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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예나네 Sep 03. 2022

우리 타운하우스 2호는 연애박사

- 칼리  할머닌 호주 스타일 •3

2022. 9. 1. 목.


  사람 만나는 걸 좋아하는 칼리는 이웃에 자주 놀러 간다.



칼리뿐 아니라  그녀의 남편 릭 또한 남의 일, 자기 일을 구분하지 않고 자주 굳 아이디어를 내어 이웃에게 움을 주는 덴 일등 선수다. 특히 릭은 거의 매주, 인근 농장에서 나온 바나나를  준다. 어떤 땐 초록색일 때도 있는데 그땐 한 사나흘 후에 먹으라는 정보를 잊지 않고 함께 준다. 즘은 나나를 좋아하지 않던 나도 릭이 들고 오는 바나나 뭉치를 기다리게 되었다. 신선 달콤 향으로 맛깔스럽게 익은  바나나는 내게 돈 주고도 구하지 못하는 귀한 과일이 되었으니.

 


그들은 대여섯 살 즈음부터 브리즈번 해변가 숀 클리프라는  서로 마주 보는 이웃집으로 살다가  앤 보이로 눈이 맞아 우먼 앤 맨이 되었다. 칼리가, 우린 63년째 같이 살고 있다 하지만, 알고 지낸 건 한참 더 오래됐으니 들의 오래자랑할 만하다. 동서양을 불문하고,  툭하면 방짝과 헤어지고 곧 다시 누굴 만나는 요즘 세상에 칭찬받을 만도 하다. 햄턴에 사는 그들의 고명딸 킴은 나보다 두 살 더 많으니, 그들은 가끔 나를 딸처럼 대한다.



오늘도 칼리는
뜨개질 가방을 메고 오셨다.
까만 원피스에 스카프를 하고 화장을 풀로 한 칼리는 이쁘다. 양손 가락엔 가락지를 거의 다 끼고 오신다.


예상대로 이번엔 숙제를 잘 해오셨다. 털모자의 마무리에 해당하는 쉬운 부분 두줄만 뜨면 됐으니까. 오늘은 블랙베리 미니머핀과 바닐라 크림이 코팅된 도넛30초 데워서 라테 함께 다. 그녀는 반색을 하며 유쾌하게 그릇을 비웠다. 역시 지난주 구워드렸던 코리언 스타일의 떡볶이 떡보다는 머핀과 도넛이, 호주 스타일인 그녀에게 숙하  먹혀들었다. 난 당뇨가 있는 그녀를 배려하였었는데 그날의 떡볶이 떡은 하나 남니, 똑바로 봐도 거꾸로 봐도 그녀는 영없는 호주 스타일이다. 



하지만 이 부부는 나의 매운 해물야채 부침개, 잡채, 닭백숙, 매운 떡볶이는 물론 여기 한국식당, 라온의 탕수육 무척 겨 드신다. 매운 고추를 좋아해서 내가 고추 씨앗 몇 알 더니 집 앞에 추나무를 훌륭히 잘 키놓았다. 칼리는 그 추를 따서 작년에 내가 가르쳐 드린 해물야채 부침개에 넣거나, 그녀 방식 칠리소스를 들어 눠주기도 한다.




내가 준 씨앗으로 칼리 할머니가 단풍나무처럼 알록달록하게 키워놓은 고추나무. 호주 사람들 매운 거 잘 못 먹는데 이들 부부와 딸, 킴은 매운 음식을 무척 좋아한다.


칼리네는 2호 집의 부모와도 친하게 지낸다.


만삭의 몸으로 남편과 우리 타운하우스로 이사를 왔던 그녀 2호, 지금은 갓 돌을 지난 딸아이와 단 둘이 산다. 칼리에게 들으니 그녀는 아직 23세의 앳된 애송이었다. 그러니 2호 친정 엄마도 나보다 훨씬 젊다.

칼리 말에 따르면 2호 엄마는, 2호가  청소를 안 해도  안 해서 걱정태산같이 한다. 하루는 칼리가 가서 2호네 기를 닦아주고, 하루 종일 아기를 봐준 적도 있다 살짝 힘든 표정을 지었다. 래도 칼리는 2호 집 애송이 엄마하고도 친하게 지낸다.

 주나 한국이나, 요즘 젊은이들 청소 잘 못하고 애기 맡기는 건 비슷한 그들의 트렌드 같은 거라 말하면서 하하 웃었다. 나와 칼리는 이렇게, 조금 심각한 대화 서로 마주 보고 유쾌하게 웃어넘기는 코드가 잘 맞는다. 만나면 서로 편하고 재미있다. 그러니 호주 스타일 그녀와 한국 스타일의 내가 서로 부담 없이 오가게 되나 보다.



2호 네가 처음 이사 오고 몇 개월 동안은, 차로 10분 거리에 사는 그녀 부모 고명 딸네 집에 와 살다시피 하면서 신혼부부의 뉴 하우스를 고치고 페인트칠 주어서 훨씬 더 편하고 예 집으로 단장해주곤 했는데 요즘은 오는 게 뜸하다. 2호의 남편은 아기가 6개월 즈음에 이혼을 하고 여기를 떠났다. 내가 보기엔 두 사람 다, 친절한 선남선녀로만 보였고 아기도 인형처럼 귀엽기만 했는데, 왜 법정을 드나들면서 헤어지고 말았는지, 옆, 옆집이지만 그 이유를 알 수 없다.



요즘은 2호 남편 대신 낯선 오토바이가 부르르릉, 개선장군처럼 들어와 우리 타운하우스의 고요함을 흔들어 깨운다. 보이 프렌드가 생긴 2호는 오토바이가 있든 자기 기아동차만 있든, 아랑곳하지 않고 차고 문을 열어놓는다. 이건 호주  사람들의 특성이기도 하다. 난 행여 개코라 부르는 도마뱀이 집안으로 들어올까 봐,  파킹 후에는 도 안 돌아보고 부터 리는데 칼리네를 비롯한 여기 열 두 집 중 몇몇 집은 하루 종일 차고 문을 활짝 열어다.

그럼에도 어느 날, 우리 집에 생쥐 한 마리가 들어왔었다고 하자, 호주 친구 린은 생쥐가 귀엽다고만 해서 내심 의아한 적도 있다. 난 무섭고 징그러워 죽겠는데 귀엽다고 하니, 동서양의 관점의 차이 기도 했다.




열 두 집이 모여사는 우리 타운하우스


몇 주전부터는 그런 2호네 현관 등이 밤낮으로 켜있었다. 그녀를 보면 알려주려 했으나 낮엔 통 볼 수가 없으니 친하지도 않은데, 더욱이 영어도 겨우 되는 동양인 여자가 저녁에 노크하면 23 그녀, 깜짝 놀랄까 봐 잠자코 있었다. 대신 오늘 칼리에게 말해줬다.

칼리는 2호가 여기 온 후로 남자 친구를 세 번이나 바꿨다고 했다. 내가, 2호가 2년도 안된 사이에 보이 프렌드를 세 번까지 바꾼 건 좋은데, 현관에 불부터 먼저 끄고 바꾸라고 말했더니, 칼리가 눈물이 찔끔찔끔 나도록 을 못 끊는다. 는 그녀 웃는 게 우스워서 따라 웃는다. 나도 눈물이 나도록 웃었다.




웃음이 멎어진 틈을 탄 나는 또, 서른 살이 넘 여태 싱글 면치 못하는 내 딸이랑 옆집 치과의사 알리스연애박사 2호네 가서 연애 강의를 좀 들어야 된다고 하자, 깔깔깔  칼리 할머니 웃느라 숨 넘어가신다.




한 숨 돌린 칼리,
또 한 번 더 웃음보 터지셨다.  




도대체 뜨개질 졸업을 오늘 안 할 거냐고 내가 묻자, 탁자에 고개를 묻고 웃느라 대답을 못하신다. 나도 같이 하하하 웃으면서 다음 주 오후 2시에 다시  약속을 하고 오늘은 서로 바이, 하고 헤어졌다.

손주들에게 줄 모자 세 개를 다 뜰 때까지, 여태 모자 뜨개질을 마스터하지 못했으니 그녀, 다시 올 수밖에 없다. 서른 넘도록 연애 못하고 여태 싱글로 남아 있는 우리 딸과 옆집 치과의, 그리고 현재의 칼리,  세 사람 처한 형편, 지극히 유사.  팀 다 현재는 유급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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