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대로 지난주배운 뜨개는못해오셨다. You're a naughty student, 농땡이 학생, 이라고 놀리니 생긋, 웃으셨다. 잘해보려고무진 애를 쓰셨는데 난공불락, 견고한 털실 성채를 무너뜨리지 못하셨나 보다. 뜨개질을 시작은 해 놓았으니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시니난처하고, 내게도 조금미안해하는그녀다. 한 주 동안 몇 번이나 떴다 풀기를 반복하셨다며 손때 묻은 실뭉치를 내보인다.동서양 남녀노소 막론하고 맘대로 안 되는 게 인생이던가.
난 하얀 떡볶이 떡을프라이 팬에다노릇하게 다섯 개씩 굽고, 카푸치노를 내렸다. 요즘 들어 한결 따스해진베란다에서 티 타임부터시작했다. 그녀가 당뇨가 있으니 단 음식은 피했다. 지난주그녀가 갖다 놓은 칠리소스에다 구운 떡을 찍어먹었다. 그녀는 내가 해 드린 음식은 다 맛있다고 한다.
두어 시간 정도 시간이 흐르고 있었다.
햇살한 줌 든 데크에 마주 앉아 내가 그녀의 뜨개질 거리, 그녀증손주에게 줄 모자, 를 받아 뜨기 시작한다. 그녀는 뜨개질의순서를따라잡아보려고 고개를 이리 갸우뚱 저리 갸우뚱하신다.코바늘이 끌어올리는가느다란털실에서씨줄 날줄의 촘촘한 평면이 되어가는, 이 신기한 핸드 매이드의 동선, 그 디테일을챙기시느라그녀 온몸이바쁘다. 지금. 원, 투 하며 소리 내어외우기도 하신다.
그 와중에도 우리는 중간중간에이런저런, 사는 이야기를 뜨개질 사이에 끼워 넣었다.물론 고요가 공기 속에 살짝,뜨개질 무늬처럼 고이기도 했다.
이 모자의 뜨개질을 배우시는데, 무늬가 칼리 할머니한테 무척이나 어려운가 보다. 9주동안 진도가 안 나간다. 내가 다림질을 어려워하듯 할머니는 코바늘 뜨개질이 안되시는 것 같다.
그녀는 증손주가 자폐 증상이 있다며, 폰에서 한 가족사진을 찾아 보여주었다.
5학년이라는 누나랑 아빠랑 셋이서 찍은 사진이 밝고 다정하고 이쁘다. 작년에 아이들엄마는 딴 남자와딴 애를 낳고 딴 데서 산다니. 나도 모르게 한숨이 나왔다. 그녀는 애처로운 증손주의 모자를 위하여 살빛 다른 이 사람의 눈치를 살피며 이렇게,뜨개질을 배우려 애를 쓰고 있는 거였다.
내 손에 힘이 더 들어가고 뜨개질 속도가 빨라졌다. 겨울이 가기 전에 얼른 다 떠서, 아이에게 따스한 털모자를 전해주고 싶어 진다. 하지만 그녀는 나와 달리 그런 내색은 전혀 없다. 시간이 되자 가든에 물 주러 간다며 가차 없이 일어섰다. 이처럼 여기 사람들, 아무리 가깝고 친해도 타인을 위해 희생 하는 덴 짜다. 난뜨기 쉬운 두 단을 남겨서 그녀에게 건네주었다.
다음 주에 마무리하고 폼폼이라는 방울을 만들어 달면 그녀와의 뜨개 시간도 이제 끝이 난다.
내가 뜨던 실을 받아서 그녀가 연습을 하는 사이, 나는 태블릿 넷플릭스에서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를 찾아그녀에게 보여주었다. 자폐이나 똑똑하고, 착하고, 이쁘고, 그리고 엄마가 떠나고 아빠가 혼자 잘 키웠고, 지금 한국에서 빅 히트 중이라고 알려드렸다. 관심을 가지고 1회를 켜서 보다가 그녀는 내가 적어준 제목, "Extraodinary arttorney Woo"를 받아 들고 총총 돌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