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예나네 Sep 09. 2022

이웃집 칼리 할머니네와 친해진 이야기

- 칼리 할머니는 호주 스타일 •4

2022. 9. 8. 목.



관계가 각별해지는 덴
특별한 고리가 있다. 이웃집 칼리네와도 얽힌 스토리가 있으니.




나의 첫 외손주가 태어난 2018년도부터 코로나가 시작된 2020년 3월까지 의 집을 떠나 있었다. 큰딸이 직장에 복귀하 육아를 담당하러 시드니 딸네서 살았다.

집에서 시드니까지는 1279km,  자동차로 14시간 45분, 비행기로는 1시간 40분 거리다. 그러니 한 번 가면 계절이 바뀌어 옷을 가지러 오거나, 특별한 볼일이 있을 때만 잠깐 집에 올 수밖에 없었다. 아참,  사이 그땐 울에 계시던 딸의 시어머니가 6개월 첫 손주를 봐주셨으니 그때도 난 집에 있었다.



내가 집을 비운 사이엔 살림에 잼병인 둘째 딸이 살림을 맡아 해야 했다. 밥 짓기(혼밥), 설거지, 청소뿐 아니라 뜰에는 내가 키워놓은 수많은 식물 친구들이 득시글했다. 집 좌우에는 잔디밭이 있었으니 초제거는 고사하더라도, 물 주기 시간 많이 걸린다. 투잡 일이 호락하 않았니 그간 말라린 꽃들과, 벌레 먹어 망사가 된 들깨도 물론 있었.




그때 칼리 남편 릭 할아버지는 매주,
우리 쓰레기통을 우리 집 문 앞에 갖다 주셨더랬다.



릭은 그때부터 내가 하던 잔디밭의 물주는 일도 큰 떼기 하나를 뚝 떼어가셔서 도맡아, 지금까지 해 주고 있다.  동안매주, 타인  건 고마운 일이다.





그러고 보니 맨 처음 호주에 왔을 때, 집마다 하나씩 는 이 쓰레기통이 한국의 아파트 앞에 놓인 모과 똑같아서 반갑고 신기했었다. 머나먼 낯선 나라에서 어떻게 똑같이 생긴 통을 사용하고 있을까, 하며 여간 신기해 게 아니었다.  여기에서도 저렇게 생긴 녹색은 매주, 노란색은 활용 이니 두 주에 한 번씩 길 가에 내다 놓으면, 한국과 똑같이 생긴 커다란 트럭이 크게 용트림을 하면서 하나하나 비워간다.


이렇게 빈 bin의 모양이 똑같다.




오늘 해 질 녘에도 길가에는 어김없이
녹색  통이 나오기 시작한다.




내일 아침이면 나는 우리 타운 하우스 12개를 공동 게이트 안으로 들여놓는다.

2020년 3월, 시드니에서 온 후부터 내가 릭 할아버지의 일을 낚아채어?  있. 내가 집을 비운 사이  내 딸을 위해 해 주었던  대한 일종의 보답이. 인지상정이랄까. 별 거 아닌 일 같지만 서로 흐뭇한 일이 되고 있다. 순이 넘으신 은 이거 말고 다른 일을 도맡고 계시니 일의 능률면에서도 내가 빼앗아오길 잘한 일 같다. 간이 지나면서 이웃 간의 친밀감도 살이 붙으니 일거양득이다. 



매주 금요일 아침이면 내가 한국에 살 때 우리 아파트로  것과 똑같이 생긴 커다란 트럭이 다. 고맙게도 거리를 샅샅이 다니면서 빈 bin 하나하나 빠짐없이 비워간다. 매주 이른 새벽부터 운전을 해주시는 드라이버를 볼 때면 손을 흔든다. 그저 감사의 표시다. 아저씨도 웃으며 손을 흔들어 주신다.




이렇게 생긴 게이트 안으로 빈 bin 12개를  차곡차곡 들여놓으면 각자의 집주인들이 자기 집 호수가 쓰인 빈을 찾아간다. 돌돌돌  바퀴소리를 기분 좋게 내면서 자기 집안으로 하나 끌고 들어간다. 떤 집은 일찌감치, 어떤 집은 늦게 찾아가는데 대분분은 오전 중에 끝이 난다. 난 이제 그들이 빈을 찾아가는 시간 만으로도 각 집주인들의 성격의 특을 감지할 수 있다. 누구는 부지런하고, 누구는 깔끔하며, 누구는 느긋하며, 누구는 자애롭고, 누구는 게으르다는 걸.


어쨌든 금요일 아침은 나의 쓰레기통 끄는 소리에 잠을 깨는 이웃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남보다 일찍 일어나 안으로 들여준다는 걸 고맙게만 여긴다니, 다행이다.


 



이 일을 계기로 칼리네와도 각별히 친해지게 되었다.


우선 서로가 서로를 어떤 사람인지 알게 되었으니 서로 믿게 되었다. 그러니 의지처가 된다.

이웃사촌으로 살다 보니 위로해주고 용기를 줄 일도 생긴다. 리네 강아지 브언이 죽었을 때 칼리 우리 집에 와서 그저, 조용히  한 잔 함께 며 나는 그녀를 포옹해주었다. 나도 나의 속내를 이 노부부한테 툭 털어놓기도 한다. 칼리하고 쩌다 쇼핑을 갈 때면 우리의 참새방앗간 카페들러 하하호호 거린다. 그땐 가차 없이 각자 따로 커피값을 낸다.  더치페이가 음엔 어색해서 내가 내기도 했으나 차차 적응이 되어간다.



서울에 계시는 큰시숙님 부부와 동년배인 이분들은 나의 부침개, 잡채, 김밥, 닭백숙을 즐겨 드신다.  시숙 부부께서는 이곳 목가적 풍경과 해변의 풍광이 세계 어느 장소보다 경치 좋고 살기 좋은 데며 한 달씩 두 번을 머물다 가셨는데, 코로나 기간에는 못 오셨다. 코로나 중에 아주버님께서 병환에 들고 마셨으니, 팔순이 넘으신 연세여서 한 번이라도 오실 수 있을지, 생각하면 너무 아쉽고 슬프다. 발길 닿는 데마다  우리 가족과 함께 한 추억이 오롯하게 떠 마음이 더 찡할 때도 있다. 골프장을 볼 때마다 이번에 오시면 릭 할아버지를 좋은 골프 벗으로 소개해드리고 싶었는데, 불가능하게 되었으니, 마음먹은 대로 기다려주지 않는 게 인생이라지만, 우리의 시간은 때때로 냉혈동물만큼이나 매몰차다.



칼리는 오늘 록햄턴에서 딸, 킴이 오기로 해서 우리의 약속을 깨게 되었다며, 아침에 뒤뜰로 난 우리 집 문을 따고 들어  기별해주고 가셨다.

숙제로 내드린 뜨개질이 잘 되어가냐고 물으니, 잘 돼 가는데 양쪽 선이 자꾸 삐뚤빼뚤해진다며 아쉬운 표정을 살짝 짓는다. 칼리에게 뜨개질은 여전히 어려운 작업이다. 


그럼에도 그녀, 불굴의 의지녀다.
다음 주 오후 두 시에 모자 뜬 걸
가져오시기로 했다.

이번엔 저번보다 좀 더
잘 해오면 좋겠다.



모양이 버틀 브러쉬처럼 생긴, 호주에서 흔한 버틀브러쉬 꽃.

이전 07화 우리 타운하우스 2호는 연애박사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