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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예나네 Feb 08. 2023

소소한 뜨개질


이번엔 분홍색 털실을 골랐다.



꽃이불을 뜨고 남은 실이다. 공간을 채울 때 큰 부터 넣고 소소한 머지 채우듯, 을 고르는 일도 마찬가지다. 커다란 뭉치의 이불 먼저 뜨고 남은 자투리 실로 품인 모자와 머플러를 다. '뜨개질'전에 검색해 보면 "털실이나 실 따위를 얽고 짜서 옷, 장갑 따위를 만드는 일"이라 나온다. 짜다보면 맞춰야 할 게 많다. 인생럼.





먼저, 코바늘 크기 실의 굵기 맞춘다.  모자패턴은 처음 22코로 시작한다. 코를 잡을 때는 4 mm 코바늘을 사용한다. 그 한 줄만을 뜨고 다음 선부터는 3mm짜리 코로 바다. 큰 코에 작은 바늘  잘 먹혀들어가면서 보다 더 촘촘하고 가지런한 편물 짜기 위해서다.



두 번째, 코바늘과 실과  의기투합다. 3mm짜리 이 바늘은 가끔 실 한가닥을 놓치는, 칠칠치 못한 성질머리를 고 있다. 그건 뜨는 사람손이 분하게 정리하여야 한다. 게으른 이 바늘을 좀 더 눕혀서 잡고, 로 얼굴을 마주 보듯이, 코를 내쪽으로 향하려서 뜬다. 코바늘과 편물의 각도를 180으로  손을 가볍고 날렵하게 움직 때 도 손과 비트를 맞추듯이 매끄럽게 잘 딸려온다.



셋째, 손이 어미처럼 인내를 감당한다. 이 코바늘은 불현듯 고집불통으로 돌변하는 아기처럼, 실을 엉키게 하며 특별한 관심을 유발한다. 그때는 아이 달래듯 두 손, 아니 온 신경이 합심하고 온마음을 초집중하여 코 가지런해지도록 킴을 풀고, 다음 코부터는 다시 엉킬지도 모를 코를 살살 달래 가며 떠야 한다. 코가 지독히도  코바늘의 성질머리를 맞춰가며 실을 가볍게 당겨서, 날실과 씨실을 한 코씩 차례차례 인내하며 차분하게 짜나가는 수밖에 없다. 



넷째, 색상을 상의하품의 길이를 재단한다. 이번에 뜬 자와 머플러는 블랭킷 바디스 교실의 미리암할머니와 상의했다. 두운 브라운 색 모자에다 하늘색 폼폼을 달면 어떨지 그녀에게 물어보았다. 할머니는 동일 아이템인 자신이 뜬 편물을 꺼내보여 주면서, 이리저리 맞춰본 후 좋다고 하셨다. 옆자리 리자할머니도 베리나이스라 했다. 덤으로 머플러의 너비와 길이까지 어드바이스해 주셨다. 라운 14칸에 하늘색 3칸을 떠서 총 17라인 맞춰서 뜨라 하다.




소한 뜨개질  게 많다. 하물며 사람의 일은 어떤가. 하나의 점인 양, 따로 서 있던 한 사람과 또 다 한 사람이 만서, 두 사람으로 선을 이루고, 네 사람으로 면적을 만들고, 많은 사람이 어우러져 서로서로의 사연으로 공간을 채워 부피를 이룩하기 위해서는 또, 얼마나  삶의 보푸라기와 톱니를 맞춰 하는가. 



풀고, 매듭 지우고, 의견을 고, 색조합하고, 길이와 너비를 재고, 코바늘을 달래 오늘도 난, 시지프스처럼 털실을 코바늘에 모자와 머플러를 뜬다. 털실을 빌어 인생단면다.



내가 짜는 편물들이 어떤 사람에게로 가서 어느 옷들과 짝을 이루게 될지 궁금하다. 이왕이면 가난하나 성실하고 선한 사람에게 가면 좋겠다. 또 지금 뜨는 분홍털실이 어떤 모자가 될지 기대된다. 추운 사람을 따스하게 보듬어주면 좋겠다. 더불어 남은 내 생의 자투리 판은 또 어떻게 짜이게 될지 상상해 본다. 맞추고 조절하여 짜여지는 모든 생의 판이 다 존귀하고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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