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딱지만 한, 한 코 두 코... 일일이 헤아려보진 못했지만, 어림잡아 수만 코가 모여 이불이 된다. 1.2m × 1.1m 크기의 꽃이불이 완성된다. 뜨개질 한 편물의 코가 풀리는 것도 한 코에서 시작된다. 다 된 이불에서도 어쩌다, 한 코가 풀리기 시작하면, 건물이 와르르 무너지듯 걷잡을 수 없다.
이불을 뜨는 사람은 한 코, 두 코, 실을 코바늘에 걸 때마다,건축물의 벽돌을 탄탄하게 쌓듯이정신을 바짝 차려, 실을 제코에다 튼실하게 걸어야 한다.좋은 엄마가 되겠다는 꿈도, 대통령이 되겠다는 꿈도 다 당차고 귀한 꿈이다. 생각해 보면 소박한 꿈은 없다.
코바늘이 건 코 하나가 잘못되면,보잉 747의600만 개 부품 하나가 삐딱선을 타서, 비행기가 날지 못하게 되는 일과도 같아진다. 부품 하나하나 따로 떼어놓으면 비행기가 절대로 날아오르지 못하듯, 한 코 두 코가 코바늘 뜨개의 법칙성에 의하여 유기적으로 연결되어야, 비로소 이불이라는 이름을 달게 된다.
실을 걸어 꿈을 향해 나아갈 때마다문제는 늘 발생한다. 인생이 순탄치만은 않듯, 이불을 만드는 뜨개질을 해봐도 늘 그렇다.
이번엔 색상조합에, 문제가 생겼다.
꽃 56송이를 이어 붙여서 가로세로가 반듯한 직사각형의 이불을 계획했다. 꽃색은 노랑, 분홍, 보라, 주홍으로 실이 충분했다. 뜨다 보니 바탕색인 크림색이 조금 부족했다. 쓰다 남은 파랑과 보라를 빌려와서 크림색을 대신하여 바탕색을 메웠다. 아, 저 꼭대기 노란색도 좀 빌렸다.
색을 조합하기 전엔 늘 마음이 조마조마해진다. 빌려온 색의 조합이 전혀 안 맞을까 봐 걱정을 하면서 실을 손가락에 걸어 실을 떠서 코를 더한다. 코를 떠서 평면을 만들어나가는 일은 꿈을 키우는 일이다.
중간에 문제가 생겨 가슴이 덜컥할 때도 있지만, 하다 보면 이 세상에 다틀린 건 없다. 꾸역꾸역 인생의 실을 마음에 걸어서, 인생을 떠가다 보면 인생의 평면이된다.
뜨다가 틀리면 실을 풀듯 다시 시작하면 되고, 색상이 부족할 땐 대체하면 된다. 완벽한 건 없다. 이번에 덜되면 그 경험으로 다음에 잘된다. 내가 뜬 인생을 내가 사랑해 주면 된다. 그러면 남도 나의 인생을 좋아하게 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