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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예나네 Apr 28. 2023

호주 영어교실 다이어리

2023. 4. 26. 수.

1년 만에 온 영어교실은
다정하고 반가웠다.

그 1년의 시간을 완전 헛되이 날려보내지는 않았다. 틈나는 대로 나의 영어실력을 끌어올리려고 노력을 모았다. 뜨개질할 때마다 내 영어에게 적합한 너투브를 틀어놓고 한국선생의 강의를 들었다. 넷*릭스 미드영화를 몇 번씩 되돌려가며 시청하였다. 영어책을 좀 읽었다. 수, 목은 이곳 문화센터에 나가서, 바느질이나 뜨개질하시는 호주 할머니들 틈새에 끼여서 뜨개질을 하였다. 할머니들은 한결같이 다정하고 친절하셨다. 하지만 내가 하고 싶은 말에 대하여 문장을 구사하더라도, 그들은 나의 발음을 잘 알아듣지 못할 때가 있었고, 나도 그분들 발음이 퍼뜩 다가오지 않을 때가 잦았다.  


그래, 돌아온 탕아가 되어 영어교실로 다시 왔다. 그래도, 수, 목 문화센터 교실에도 계속 나간다. 수요일은 시간이 겹쳐서 한 달에 한 번씩만 할머니들을 만나며 뜨개질을 계속하기로 했다. 옆집 칼리할머니는 앞으로 바뀌어질 나의 루틴을 듣고서, 유아 어 비지 걸이라 하셨다. 맞다, 나는 일을 만들어하는 타입의 바질바질한 사람에 속한다.



교실 친구들이 반겨주었다.


친구들 중, 더러는 가족을 잃은 짠한 일도 있었다. 베트남에서 국제학교 선생을 하다 온 50대의 그녀는 자기 주소를 보내주면서, 오전에 자기 집에 놀러 오라 했다. 오후에는 베트남 국숫집에서 일을 하기 때문이다. 우리 집 가까이에 사는, 젊은 태국여인은 자기 집에다 맛사지샵을 오픈했는데 지나다니면서 간판을 봤느냐고 물었다. 30분에 30불(약 27,000원), 한 시간에 60불(약 54,000원)이라 했다. 하고 순수한 두 사람이다. 시간 될 때 두 곳 다 가보기로 했다.


러시아에서 과의사를 하다가 여기 이태리 남자와 결혼하여 사는 그녀도, 자기 나라에서 어제 돌아왔다면서 반갑게 포옹을 했다. 아무리 고학력이어도 그녀 스피킹은 호주남자와 살아가는 국졸 태국녀들만큼도 안된다. 평소 영어로 말하는 횟수가 그들에 못 미치기 때문이다. 그러고 보면 모든 언어 그 자체 다, 해맑고 정직하며 평등하다. 여하튼 그녀, 러시 곁에는 우크라이나에서 온 긴 머리의 참한 걸이 나란히 앉아있었다. 두 나라는 전쟁 중이나, 개인적으론 서로 친밀한 풍경이 살가우면서도 뭔가, 내 안에서 저린 스쳐 지나갔다. 


우리 집에 부부가 몇 번 초대되었던 홍콩 가이 홍은 아예 내 옆에 앉았다. 역시 젊음은 역동적이다. 더듬거리던 그의 영어가 1년 사이에 가지런해져 있었다. 중간에 기가 좀 센 떠들네 중국녀가 와서 홍과 나 사이에다 의자를 끌어와 앉았다. 녀는 진저비어 팩토리에서 풀타임으로 일을 한다. 24시간 가동하는 음료공장이라, 어떤 날은 오후 6시부터 아침 6시까지, 12시간 동안 야간작업하는데, 그래도 해피하단다. 어차피 일주일에 38시간을 채우면 되기 때문에 상관없단다. 시간당 페이가 25불 (22500원 정도)밖에 안되어 아쉽지만 그래도 일은 수월하단다. 밤에는 30% 더 받는다고 했다.




교실은 학생들로 빽빽하였다.


귿자로 배열된 나의 맞은편에는, 처음 보는 젊은 일본녀가 수줍은 모습으로 앉아있었는데, 우린 서로 따순 눈인사를 나누었다. 한국인은 나 혼자였다. 태국 5명, 캄보디아 1명, 러시아 1명, 우크라이나 1명, 유러피언 1명, 베트남 1명, 홍콩 2명, 일본 1명, 중국 1명까지 15명의 학생이 돌아가며 자기소개를 했다. 내가 한국에서 왔다고 하자 처음 보는 태국녀가 대뜸, 안녕하세요, 하더니 자기 엄지와 검지를 들어 크로스하며 하트를 뿅뿅 날리활짝 웃었다. 시 K드라마와 K팝은 로벌하다. 여전히 최고다.


나와 동갑인 쿨녀,
 린 선생이 수업을 시작했다.





* 후편은 다음에 올리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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