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JTBC 신년 토론] 레거시 미디어와 뉴미디어의 역할
올해 신년 토론도 진보의 토론 강자 진중권 교수와 유시민 이사장이 참여해 많은 관심 속에서 진행됐다.
https://www.youtube.com/watch?v=wJHOHXOIIqc
토론을 보지 못했다면 위 링크를 통해 한번 시청해 볼 것을 권한다.
하지만 2시간은 긴 시간이기에 그럴 여유가 없다면 그냥 스킵하고 아래 필자의 글을 계속 이어 보길 추천한다.
이번 글은 작년에 게시한 "구독과 좋아요는 공짜일까?"라는 글과 일맥상통한 주장이 담겨 있으니 참고해도 좋다.
신년 토론 1부는 "한국 언론, 어디에 서 있나"라는 주제로 시작했지만 진중권 교수의 딥빡으로 인해 조국 사건 이야기가 계속 언급되는 안타까운 시간이었다. 조국 사태로 인해 동양대 교수직을 사직할 수밖에 없었고 그동안 조국을 비평하는 과정에서 맺힌 한이 많아 보였다. 하지만 모두가 좋아하는 핫하고 핫한 조국 이야기를 잠시 접어두고 이번 토론의 핵심을 짚어보자면 그건 바로 "언론 (Media)의 진화"가 아닌가 싶다.
KBS, JTBC, 조선일보, 경향신문, 한겨레 같은 레거시 미디어, 또는 "전통 언론"들은 오래전부터 말도 많고 탈도 많았지만 어쨌든 지난 몇십 년간 우리 민간인들의 삶 속에서 국민들의 알 권리를 충족시켜준 언론사들이었다. 덩치가 컸고 그만큼 전문적으로 움직였기에 저널리즘의 역할을 충실히 이행해주는 고마운 기관들이다. 물론, 여러 정권을 거치며 정치적 색이 뚜렷해진 언론들도 있으며 편향적이고 질 낮은 콘텐츠로 비판을 받기도 했다.
때마침 소셜미디어가 널리 우리 일상에 자리잡기 시작하면서 시사 콘텐츠는 더 이상 전통 언론들 고유의 영역이 아니게 되었다. 유튜브의 확산으로 인해 너도나도 유튜브를 시청하기 시작하며 1인 미디어 채널들이 탄생하기 시작했다. 몇 인기 채널들은 기존 레거시 미디어들 보다도 온라인 구독자가 많아지는 현상도 일어났다. 그중 시사 콘텐츠를 다루며 뉴스의 대안 역할을 하는 채널들이 바로 대안 언론이라고 할 수 있겠다. 신년 토론에서 언급되었던 노무현재단 채널의 "유시민의 알릴레오"나 TBS 채널의 "김어준의 뉴스공장"도 대안 언론의 일종이라고 볼 수 있다.
뉴스는 팩트만을 추구하는 저널리스트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기반으로 그에 따른 가치가 생긴다. 하지만 정치 경제의 기득권층을 견제하는 역할에 실패하고 오히려 정치인들과 대기업 광고주들이 쥐락펴락 할 수 있는 존재임이 드러나자 국민은 실망과 좌절감에서 헤어 나오지 못했다. 진실을 알기 위해선 대안이 필요했다.
뉴미디어의 성공요인 첫 번째는 바로 기술의 발전이다. 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정보는 그 어느 때 보다도 훨씬 빠르게 퍼져나갔다. 두 번째 요인은 재미가 있기 때문이다. "요즘 젊은 애들은 뉴스를 안 본다" "정치에는 관심이 없다"라는 이야기는 이제 옛말이다. 뉴미디어는 조회수로 돈을 버는 구조로 대부분 이루어져 있어 관심을 끌기 위해 그 어떤 뉴스보다도 재미있게 이야기를 풀어 나가야 살아남을 수 있다. 딱딱한 뉴스룸 보도와는 달리 토크쇼나 화려한 그래픽을 통해 티브이에서는 볼 수 없는 과감하고 자극적인 발언들로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았다. 무엇보다 어려운 정치 경제 이슈를 시청자의 눈높이에 맞춰 쉽게 해석해주고 풀어나갔기에 전통 뉴스에 관심 없던 사람들도 유튜브 시사채널은 구독하기 시작했다.
진중권 교수는 이번 신년 토론에서 뉴미디어의 위험성을 강조하며 유시민과 김어준의 방송을 "선동 방송"이라며 비판했다. 기승전 조국 사건으로 넘어가 논점이 흐려진 부분이 없잖아 있지만 오늘은 진중권 교수가 언급한 대안언론의 위험성에 대해서만 다뤄보려고 한다.
필자가 "구독과 좋아요는 정말 공짜일까?"라는 글에서도 언급했듯이 유튜브가 주류로 자리 잡고 있는 이 뉴미디어 플랫폼이 가장 크게 문제 되는 이유는 바로 "구독"기능 때문이다. 신년 토론에서도 이창현 교수가 언급한 "필터 버블"도 이 구독 기능으로 인해 나타나는 현상이다.
필터 버블 (Filter Bubble)이란 이용자의 관심사에 맞춰 필터링된 인터넷 정보로 인해 편향된 정보에 갇히는 현상이다. [출처: ICT 시사상식 2019]
평상시에 뉴스를 애청하던 사람들도 있겠지만 시사를 유튜브로 처음 접하는 시청자들에게는 필터 버블이 더 심각한 영향을 줄 수 있을 것 같아 보인다. 보기 싫어도 골고루 볼 수밖에 없는 정통 뉴스와는 달리 유튜브는 좋아하는 채널을 구독하는 방식으로 운영이 된다. 더 나아가 유튜브 특유의 알고리즘으로 인해 비슷한 성향의 동영상을 연이어 추천됨으로써 이용자는 계속해서 유사 성향 콘텐츠를 시청하게 된다. 이렇게 필터 버블에 갇히다 보면 자신이 "다양한 시점의 콘텐츠" "균형이 있는 관점"에서 정치를 이해하고 있다는 착각을 하게 된다. 이렇게 편향된 정보들을 습득하며 자연스럽게 갖게 되는 생각과 철학까지도 편향되게 된다.
이쯤이면 "다른 시사 채널들도 JTBC 유튜브 채널 같이 많고 많은 채널 중 하난데 뭐가 문제냐"라고 주장할 수 도 있다. 전통 언론의 뉴스 보도와 뉴미디어 방송의 차이는 바로 주관성에 있다. 팩트를 보도하는 것에 초점이 맞춰진 전통 언론과는 달리 유튜브 시사 방송은 재미를 덧붙이기 위해 군데군데 농담도 던지고 노골적으로 자신의 정치색을 드러내며 특정 인물과 단체를 비난하거나 적극 지지하는 데에 서슴지 않는다.
이제는 "유시민의 알릴레오"나 "김어준의 뉴스 공장"과 같은 개인방송들을 기존 레거시 언론 채널들보다 더 신뢰하는 독자들이 많아졌다. 유튜브 구독자까지도 전통 언론 채널을 넘어서는 막강한 영향력을 갖게 되었다. 진보진영의 방송만 계속 예로 들어 필자의 글이 한쪽으로 치우쳐진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더 유명한 방송을 언급하려 했을 뿐, 유튜브를 장악하고 있는 정치 채널들은 대다수가 보수진영의 채널이다. 유시민의 알릴레오의 채널보다도 더 구독자가 많은 "신의 한 수"만 봐도 현재 최소 116만 명의 지지를 받고 있다. 이렇게 양극화되어있는 유튜브 채널들을 시청하면서 국민들의 진영 갈등이 좁혀지기를 바라는 건 무리가 아니 일까 싶다.
선동 방송을 그만두라는 진중권 교수의 권면과는 상반되게 유시민 이사장은 유튜브 플랫폼에도 "균형이 있다"라고 반격했다. 뉴미디어는 전통 뉴스와는 성질이 다른 매체이고 유튜브 플랫폼 안에서 진보와 보수가 적당한 균형을 이루고 있으니 염려할 필요가 없다는 주장이다.
유시민 이사장 말대로 누구의 이야기가 더 정확한지는 국민이 알아서 판단할 문제임이 틀림없다. 모두가 분별력을 갖고 균형 있게 정보를 습득하여 자신만의 주관과 철학을 형성해 나가는 것. 우리 사회가 추구해야 하는 이상적인 방향이라고 믿는다. 그리고 그렇게 점차 발전할 것 이라고도 믿는다.
그러나 현재 극대화되는 진영 갈등을 살펴보면 많은 케이스가 가짜 뉴스 (Fake News)로 부터 시작된다. 서로가 서로를 헐뜯기 위해 팩트보다는 "카더라" 스타일 위주로 스토리를 풀어내는 것. 국민의 알 권리를 실현하기 위해서라기보다는 자신의 진영으로 끌어드리기 위한 정치 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뉴미디어의 다양한 관점과 생각은 존중받아야 마땅하다. 그러나 보다 건강한 사회를 위해서는 정통 언론의 공신력이 빨리 회복되고 국민들 또한 분별력을 갖고 다양한 시사 콘텐츠를 소비할 수 있는 훈련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깊어가는 좌파 우파 갈등을 어떻게 좁혀나갈 수 있을지 다 같이 고민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