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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이라 말하지 마라

반둥 이후 / 김태균 / 진인진

by 달을보라니까


내 이익만 챙긴다고 대놓고 말해도 부끄럽지 않은 세상이다. 다른 나라 사람들을 희생시키더라도 우리만 잘 먹고 잘 살면 된다는 사람이 미국 대통령이 되는 시대이기도 하다.


그러나 인류애와 연대가 중요하던 때가 있었다.


1955년 4월, 인도네시아의 작은 도시 반둥에서 국제회의가 열렸다. 근대가 시작된 이후 내내 착취의 대상이거나 심지어 노예로 사고 팔렸던 유색인종이 최초로 자신들만의 대륙간 국제회의를 열어서 반식민지주의와 평화공존을 주창했다. 그들은 모두 갓 서구의 식민지배를 벗어난 신생독립국들이었고, 냉전이 시작된 세계에서 비슷한 처지의 사람들과 나라들이 연대해서 함께 잘 살아보기를 기원했다.


반둥회의 혹은 Afro-Asian conference라 불리는 이 회의가 열린지 70년이 됐다. 이 운동을 주도했던 네루, 주은래 (저우언라이), 수카르노 등 당시의 지도자들은 역사에 묻혔고 눈앞의 이익 앞에서 비동맹주의와 연대는 무력했다. 많은 이들은 이제는 지나 간 한 때의 꿈이었다고 한다.


언젠가 꼭 한 번 가보고 싶었지만 교통이 불편해서 계속 미루다가 마침내 반둥에 가면서 이 책을 읽었다. 장기지속의 관점에서 반둥회의와 그 이후에 있었던 일련의 노력들이 잘 정리되었다. 비록 그 노력들이 기대한 만큼 지속적이지도 영향력이 있지도 않았다는 아쉬움도 있지만 좋은 책이라 생각한다.


책 표지가 훌륭하다. 네루를 위시한 지도자들 앞으로 무장한 군인들이 지나가는 사진이 표지에 쓰였다. 반둥회의 60주년 당시의 사진이다. 변변한 행사도 없는 70주년과 달리, 당시에는 시진핑 주석을 포함한 많은 국가지도자들이 참가해서 소위 글로벌 사우스의 연대와 협력을 모색했다. 비록 현실은 어두웠지만.


표지 사진의 분위기처럼, 연대와 협력은 구호에 그치고 많은 신생독립국들이 독재와 군부 쿠데타 그리고 만연한 부패로 고통받았으며 여러 곳에서 아직 그 고통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생각을 하면 책을 읽는 내내 마음이 무겁다. 그러나 여전히 이 책이 반갑다. 어디선가는 아직 연대와 협력을 꿈꾸는 사람들이 있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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