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등하다는 착각 / 메리 앤 시그하트 / 앵글북스
젠더 이슈를 다룬 책은 읽다보면 힘들다. 나와 같은 성별을 가진 사람들이 인지하지 못하는 폭력과 억압이 실재할 뿐 아니라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는 사실에 끔찍함과 무력감을 느끼기 때문이다. 비록 단번에 모든 것이 해결되지 않더라도 우리는 비틀대며 앞으로 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동의 여부와 상관없이 이런 종류의 책은 가치가 있다.
이 책은 표지와 제목을 잘못 만들었다고 생각된다.
동일한 혹은 우월한 능력을 보유했더라도 여성의 권위는 남성보다 덜 인정받는다는 포인트가 책의 주제다. 그래서 원제가 Authority gap이다. 그러나 한글본 제목에 굳이 "평등"이라는 단어와 "착각"이라는 단어를 넣는 바람에 주제는 희석되고 그냥 젠더이슈로 뭉뚱그려지고 말았다. 마이클샌들의 유명한 책제목과 비슷하게 만들어서 소위 제목장사를 하려고 한 거라 짐작된다.
표지에서 읽히는 메시지는 다수와 소수다. 맥락을 감안해서 읽더라도 전반적인 젠더 이슈다. 두리뭉실하다. 반면 영문본 표지는 남성과 여성이 딛고 서 있는 위치의 차이(gap)가 한 눈에 보이는 그림을 썼다. 메시지가 구체적이고 직접적이다.
한글본의 표지를 만든 사람들은 책을 읽지 않았거나, 내용을 잘못 전달받은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