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질의 세계 / 에드 콘웨이 / 인플루엔셜
사소하고 흔하다는 것은 가격이 없거나 낮다는 것을 의미한다. "가격을 아는 건 좋은 일이지만, 가격은 중요성의 등가물이 아니다. 물질들의 시장가치가 아니라 우리가 얼마나 그 물질들에 의존하는지"를 보는 것은 책의 주된 포인트다. 늘 가격과 경제로 모든 것을 재단하고 결정하는 세계에서 잠시 벗어나서 흔하고 가까이 있기 때문에 중요함과 가치를 모르는 것들을 다시 보게 된다. 책에서 다루는 6가지 기본 물질이 없다면 현대 인류 문명은 성립하지 못했거나 지금과 많이 달랐을테니까.
생각해보면 걷기나 말하기 같은 기능들은 우리 삶을 구성하고 매개하는 필요불가결한 것이지만 아주 사소하고 아무 비용도 들지 않는 것으로 간주되는 것과 유사하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의 인생을 지탱하는 것도 사소한 것들인 셈이다.
책표지가 깔끔하니 마음에 든다. 굵게 쓴 제목의 알파벳을 활용해서 책에서 다루는 6개 물질을 질감과 색을 표시했다. 실제 색깔과 느낌도 그런지는 모르겠으나 물질세계를 구성하는 소재들이 어떨것이라는 느낌준다. 좋은 아이디어다. 배경도 밋밋한 단색이 아니라 석탄이나 광물같이 땅을 파고 내려가면 볼듯한 풍경이다. 이런데를 파면 책에서 나온 물질들이 나올 것 같다. 참 잘 만든 표지라 생각한다.
영문 원본 표지는 첫눈에 예쁘지만 볼수록 이상하다는 생각이 든다. 표지 그림으로 쓰인 모래시계는 책의 주제를 자원고갈 쪽으로 유도한다. 그리고 다양한 물질들이 마치 같은 곳에서 같은 방식으로 생산되는 것처럼 생각하게 한다. 뮬론 한정된 자원에 대한 이야기도 있다. 그러나 그게 주제가 아니지 않은다.
한글본 표지의 완승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