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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을보라니까 Nov 05. 2023

#7. 노동의 시대는 끝났다

대니얼 서스킨드 / 와이즈베리

표지 한가운데는 엔진인 것으로 짐작되는 커다란 기계장치가 그려저 있고, 로봇팔과 망치와 굴뚝 그리고 크레인 같은 정치들이 연결된 파이프가 테두리를 둘러싸고 있다.


뭔가 잘못 됐다.


물론 기술 빅뱅도 에너지와 동력의 생산과 이용이 필요하다. 하지만 표지에 그려져 있는 구닥다리 엔진이 소위 4차 기술 혁명을 상징하는 것일리 없고, 우리의 일자리를 위협할 존재로도 보이지는 않는다. 게다가 테두리에 로봇팔같은 최신 기계들과 함께 그려진 망치나 파이프 같은 구식 물건들은 또 뭔가. 기술혁명과 그로 인한 일자리 소멸을 이야기하면서 망치나 굴뚝같은 게 어울린다고 생각했을까? 신기술이 구기술과 조화롭게 공존한다는 혹은 공존하기를 바란다는 의미일가?


원서 표지를 찾아보니 로봇팔 두 개가 그려져 있었다. 하나는 노동 work에서 K를 떼어내고, 다른 하나는 저자이름인 Daniel에서 D를 떼어내고 있었다.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저 기계들은 컴퓨터 수치 제어를 통해 작업을 수행할 것이고, 인공지능과 강화학습으로 사람만 할 수 있다고 여겨졌던 섬세하고 정치한 일들을 대신한다. 처음에는 K와 D를 떼어내지만, 야금야금 R과 S를 그리고 결국에는 일과 인간 사이의 연결을 해제하게 될 것이라는 저자의 포인트를 심플하고 정확하게 구현한다.


한글판은 원서의 표지에서 시작했다. 하지만 중간에 구식엔진을 떡하니 그려 넣고, 로봇팔 두 개로는 허전하다고 생각했는지, 망치 같은 물건들을 더 그려 넣으면서 회수를 건넌 귤이 탱자가 되고 말았다.


표지를 만들면서 고민이 부족했다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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