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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을보라니까 Nov 03. 2023

#5. 천문학자는 별을 보지 않는다

심채경 / 문학동네

참 예쁜 표지다. 작은 탁상용 스탠드가 한 사람 앉을만한 작은 책상 주변을 밝히는 사이에 밤은 멈춘 듯 깊어지고 하늘에는 별이 총총. 외롭고 힘들지만 천문학자가 된다는 것은 참 멋지고 낭만적이라고 말하려고 하는 것 같다. 둥글게 그린 지구 모양에서 작은 디테일을 놓치지 않는 천문학자스러움과 너디한 재치가 느껴지기도 한다.


그런데 책 내용과 표지가 잘 안 붙는다.


천문학자는 '당연히' 별을 보겠지. '당연히' 밤에 관측을 하겠지. 매일매일 모든 신경을 '당연히' 관측과 연구에 쏟느라 '당연히' 우리 같은 보통 사람과는 다른 삶을 살고 있겠지 하는 등등의 많은 '당연히'에 저자는 No라고 말한다. 관측은 천문학자가 하는 일의 극히 일부일 뿐이고, 그나마도 우리가 상상하듯 망원경에 눈을 대고 목이 빠져라 지켜보는 것이 아니라 여러 천문대에서 촬영된 자료를 모니터로 보는 게 일상이라고. 


그렇다. 책표지의 책상은 천문학자의 책상이면서 동시에 엄마의 책상이고 아빠의 책생이기도 하다. 그들도 다른 평범한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딸의 진학문제를 걱정하고, 이직을 고민하면서 살아가는 생활인이고. 


맞는 말이다. 생활만큼 경계를 무시하면서 파고드는 게 또 어디 있던가. 


하지만 이 표지를 누가 그렇게 읽어줄 것인가. 책을 읽으면, 보통 사람은 절대 이해하지 못할 수학과 공학을 척척 해내는 똑똑한 사람들도 나처럼 이런저런 걱정과 고민이 있는 일상을 산다는 "놀라운" 발견이 있다. 하지만 이 표지는 책의 내용과 취지를 요약하고 전달하는데 얼마나 도움이 될까? 무해하지만 무용하다. 따로따로는 참 예쁘고 정겹다. 하지만 함께 있으면 무색무취무향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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