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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을보라니까 Nov 05. 2023

#8. 랩 걸 Lab girl

호프 자런 / 알마

광합성을 "한 전자에서 다음 전자로 태양에서 받은 흥분감을 전달"하는 것이라고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이 또 있을까? 과학자가 쓴 과학과 과학자의 삶에 대한 책인데 깜짝 놀랄 만큼 글이 좋다.


식물분류학자이자 식물세밀화가가 표지 그림을 그렸다. 그런만큼 디테일이 매우 훌륭할 뿐 아니라 책의 함의를 아주 잘 표현했다. 정말 빼어난 작품이다.


표지그림을 찬찬히 살펴보면 "하나도 똑같은 것이 없다는 사실"과 "모든 잎은 완벽하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된다. 무성한 생명과 활기는 무질서해 보이고, 조건만 맞으면 얼마든지 생겨날 것 같지만 사실은 "진액 한 방울을 흘릴 때마다 씨앗 하나가 열리지 못하고, 가시 하나를 만들 때마다 이파리 하나를 만들지 못"한다는 것을 절실하게 이해한 그림이다. 그래서 생명은 차가운 방정식의 노예임을 직시하는 저자의 섬세하지만 담감함을 정확하게 표지에 그려낸 것이다. 생명은 이런 것이고, 특히 식물은 더욱 그렇다. 오랜 기다림의 끝에 완성된, 느리지만 매순간 살아남기 위해 치열하게 탐색하고 판단하여 단 하나 뿐인 배아를 터트려서 불가능하면서도 필연적인 세월울 자내 온 식물. "모든 우거진 나무의 시작은 기다림을 포기하지 않은 씨앗이었다"


호프 자런이 넙죽 절 해야 하는 멋진 표지다.

자기 책이 한국에서 이렇게 멋진 옷을 입는다는 것을 알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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