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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을보라니까 Nov 11. 2023

#20. 신들을 위한 여름

에드워드 라슨

참 못 만든 표지다

책의 주제가 종교와 과학의 뜨거운 논쟁임을 감안하면 표지가 너무 소극적이다. "여름"에서 모음 둘을 길게 뽑아서 십자가를 연상하도록 만든것 외에는 텍스트 뿐이다. 그나마 그게 십자가라고 알아봐 줄 사람이 얼마나 될까. 어색하기 짝이 없다.


하긴, 이해 못 할 바도 아니다. 우리나라 사람 절반은 종교가 없으니 종교, 특히 기독교 이미지를 책의 전면에 내세워서는 홍보와 판매에 승산이 없다고 출판사가 판단했던 것 같다. 나름 합리적인 결정이기는 하다.


그러나 꽤 심각한 실수가 있다.

“종교의 신과 과학의 신이 펼친 법정 대결”이라는 부제는 넌센스다. 마치 과학을 대표하는 신이 등장해서, 종교를 대표하는 신과 대결하는 것처럼 들리는데, 아마도 원제의 "신들 (Gods)"을 잘못 이해한 것에 기인한 실수로 보인다. "신들"은 신에 의한 생명의 창조를 신앙체계의 일부로 가지고 있는 기독교를 포함한 모든 종교를 의미한다. 과학에는 신이 존재하지 않고, 당연히 '신들'에 포함되지 않는다.


아무튼 못 만든 표지다. 십자가를 그리려면 제대로 그리는 게 차라리 나았을 텐데, 하는 척만 해서 아무 임팩트가 없다. 그리고 부제는 책의 취지를 오도한다. 차라리 미국 책처럼 원숭이 사진을 사용했다면, 논란이 있더라도 책의 주제를 훨씬 더 잘 전달할 뿐 아니라 책의 홍보와 판매에도 도움이 됐을 텐데 왜 이리 방어적이었을까. 노골적이면 어떻고 얄팍한 상술이면 어떤가, 어차피 논쟁에 대한 책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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