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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을보라니까 Nov 11. 2023

#21. 경제학이 풀지 못한 시장의 비밀

마이클 셔머 / 한국경제신문

이 책 표지에는 종이에 가려진 어떤 인물이 있다. 미화 100 달러에 인쇄된 벤자민 프랭클린이다. 제목과 연결해서 보면, 숨겨진 시장의 비밀을 알아내기만 한다면 큰 돈을 벌 수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낚시질이다. 표지를 만드는 사람들이 경제학에 대해 사람들이 갖고 있는 잘못된 인식을 이용했다. 흔히 경제학은 돈을 다루는 학문이고, 경제학에 통달하면 큰돈을 벌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경제학과에 진학한 신입생 중에도 그렇게 알고 온 경우가 적지 않다. 그러나 돈 그 자체 특히 개인의 치부책은 경제학의 대상이 아니다. 만일 경제학을 공부했던 사람이 돈을 잘 벌었다면, 애초에 돈을 잘 벌 수 있는 자질이 있는 사람이 경제학을 공부한 것이라고 보는 것이 옳다.


번역서들 중에는 이 책처럼 제목을 완전히 다르게 번역하고 표지도 새로 만들어서 사용하는 경우가 꽤 있다. 우리나라 독자들에게 잘 어필하기 위해서 당연히 출판사의 담당자들이 해야 하는 일이지만, 가끔은 지나치다는 생각이 든다.


제목만 보고 이 책을 산 사람들 중에서, 기대했던 것을 얻은 사람이 몇이나 될까? 아니면 서점에서 책을 집어 들고 좀 훑어보다가 내용이 제목과 달라서 다시 내려놓은 사람은 또 얼마나 될까?


책의 원제는 "시장의 마음" (the Mind of the Market)이고 부제는 "동정심 많은 유인원, 경쟁적인 인간, 그리고 진화경제학의 다른 이야기들"이다. 이 제목을 읽으면 이 책이 매우 전형적인 행동경제학과 진화경제학에 관련한 것임을 알 수 있다.


하지만 한글본 제목과 표지는 완전히 다르다. 이 책을 읽으면 마치 시장의 비법을 깨칠 수 있는 것처럼 씌여있고, 표지에는 숨겨진 돈이 그려져 있다. 이 표지를 만든 사람들은 제목의 "시장"을 사람들이 주식시장이나 부동산 시장 같은 것으로 읽어주기를 바랐을 거라고 생각한다.


과연 이들이 만든 제목과 표지는 책의 정신과 주제를 제대로 전달하고 있는가?

제목과 표지를 이렇게 만드는 것이 과연 올바르며 정의로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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