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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을보라니까 Nov 12. 2023

#22. 조국의 법고전 산책

조국 / 오마이북


저자의 근래 저작을 읽는 데는 용기가 필요했다. 백면서생으로 아카데미아에 살던 그가 현실 정치에 발을 들여놓은 후 10년간 그에게, 그의 가족에게 그리고 우리에게 정말 많은 일이 있었기 때문에 그의 글에 내 손과 가슴이 베이고 찔릴까 두려웠고 또 한 편으로는 달라졌을지도 모를 그의 모습에 실망할까 두려웠다.


이 책은 마음이 편하다. 고전이 주는 시간적 거리감 덕에 현재를 잠시 잊을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 고전들이 우리의 오늘인 현대 민주주의 국가를 구성하고 있는 있는 구조물이자 재료이고, 그가 이 고전들을 다루는 이유가 오늘을 이야기하기 위함이기는 하지만.


표지가 차분하다. 파랗게 단색으로 뽑은 차분한 배경에 고전의 제목과 원저자 이름이 원어로 적혀있다. 외국어인 만큼 머릿속에서 한 번 해석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감정이 한 박자 늦게 도착한다. 덕분에 잠시 현재를 밀쳐놓게 해 준다. 원래 그런 의도였는지는 모르겠다. 


"산책"인 만큼 내용이 가볍다. 인류의 역사를 바꾼 책들, 그것도 15권이나 되는 책에 대한 이야기를 그리 두껍지 않은 책 한 권에 몰아넣기 위해서는 이런 산책이 아니면 다른 방법이 없었을 것이다. 각각 책에서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문장을 뽑아내서 그 책을 쓴 작가의 인생 이야기와 함께 맥이 닿도록 설명했으니, "법고전 산책"은 오늘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된다는 매우 건설적이면서도 막연한 용도와 함께, 어디 가서 자신의 지식을  잠깐 뽐낼 수 있는 다분히 실용적인 용도로 사용될 수 있다. 같은 것을 보고 듣고 읽어도 다들 제각각 다른 것을 기억하고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각각 자신이 원하는 것을 원하는 방식으로 말하는 동안 이 책에 나열된 사상은 더욱 다양해지고 현대에 가까워졌다가 다시 멀어지게 될 것이다. 이 방식으로 호모사피엔스가 현대의 구조를 구축했듯이.


표지 하단부가 아쉽다. 띠지를 두를 곳이라서 출판사명 외에는 아무것도 채우지 않은 것 같다. 띠지는 일회용이다. 잘해야 임시 물품이다. 잠깐 동안 쓰이다가 자꾸 걸리고 벗져지고 찢어져서 결국 버리게되는 띠지를 위해서 반영구적으로 존재하는 책의 표지를 비워두는 것은 옳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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