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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을보라니까 Nov 13. 2023

#24. 뉴호라이즌스, 새로운 지평을 향한 여정

앨런 스턴, 데이비드 그린스푼 / 푸른 숲


책 표지가 매우 아쉽다.

왜 이 사진을 썼을까? 다른 좋은 사진도 많고, 멋진 이야기도 많은데.


표지사진은 일식현상이다. 다만, 지구에서의 일식과는 달리, 달 대신에 명왕성이 태양을 가리는 우주적 현상이다. 암흑이 된 명왕성 주변으로 보이는 옅은 파란 띠가 명왕성에도 옅으나마 대기가 있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대단한 과학과 공학의 성과임은 틀림없다. 특히 뉴호라이즌스에는 속도와 방향을 변경할 수 있는 엔진이 없다는 것을 생각하면 처음 발사할 때부터 모든 것이 조금도 틀림없이 계획되고 상상하기 힘들 정도로 정확하게 실행되어야 한다. 차라리 서울에서 농구공을 던져서 달에 있는 골대에 넣는 것이 훨씬 더 쉬울 것이다.


그러나 이 사진에는 감동이 없다. 과학과 공학이 이룬 기적적인 성취에도 불구하고, 과연 이 사진이 사람들의  눈과 마음을 흔들고 오래 기억될 수 있을까? 아니다 그럴 수 없다. 우주의 다른 어느 행성이나 위성도 사진 속의 명왕성처럼 태양을 가릴 수 있고, 그중 일부는 사진처럼 파란 띠를 만들어 낼 수 있다. 사진에 제목을 명왕성임을 밝히는 설명이 없다면 명왕성임을 누가 어떻게 안다는 말인가.


10여 년을 날아서 뉴호라이즌스가 명왕성에 도착해서 사진을 찍어 보내왔다. 일반에게 공개된 사진을 보고 사람들은 놀라고 슬퍼했다. 분노하기도 했다. 스푸트니크 평원 지역에 선명한 하트 모양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비록 자신은 태양계 일원에서 쫓겨나 왜소 행성이 됐지만, 명왕성은 자신을 찾아 먼 길을 온 뉴호라이즌스를 위해 따뜻한 환영인사를 준비해 둔 것이다.


그 사진을 보고 우리는 얼마나 미안해하고 고마워하고 기특해했던가.


뉴호라이즌스는 명왕성에 머물지 않는다. 심지어 궤도도 돌지 않고 바로 다른 목적지로 떠나는 탄도비행을 하는 것이다. 명왕성을 찍고 지나간 것이고 영영 지구로 돌아오지 않는다. 뉴호라이즌스는 텅 빈 우주공간을 날다가 내장된 연료가 떨어지면 사진을 찍지도 지구와 교신을 하지도 못하고 죽음의 강을 건너게 된다. 놀랍게도 뉴호라이즌스에는 명왕성 최초 발견자인 클라이드 톰보의 뼛가루 28그램과 25센트 동전이 실려 있다. 동전은 톰보와 호라이즌스를 명계로 데려갈 카룬(Charon)의 뱃사공에게 줄 노자돈인 셈이다. 얼마나 뭉클하고 감동적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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