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틴 그리고 비루틴
어른이 된다는 것은 루틴과 비루틴의 사이에서 균형을 잡을 줄 아는 것
루틴
매일 똑같은 시간에 눈을 뜨고
동일한 공간에서 주어진 행위를 하며
그렇게 반복되는 하루를 보내는 것.
대학생 때를 제외하곤 늘 같은 루틴이었다.
루틴에서 자유로웠던 적이 삼십년 인생에서 고작 5년이라니..
원래 줬다 뺐는 것이 제일 나쁜 것 아니던가.
짧은 순간이었지만 잠깐 맛본 꿀 같은 자율성에 중독되어버린 나는,
직장 생활을 시작하며 루틴을 다시 몸에 새길 때 두배로 괴로웠다.
소싯적부터 지루한 건 단 1초도 견디지 못하던 얄팍한 인내심 때문인지.
회사라는 공간은 내게 재수감된 감옥처럼 느껴졌다.
그렇게 늘 마음 한편엔 사직서를,
다른 한편엔 프리랜서로의 꿈을 품은 채
주어진 하루를 적절히 버텨낼 뿐이었다.
그러던 차에 코로나를 핑계로 재택근무를 시작하게 되었다.
비루틴
재택근무는 신세계였다.
루틴 하던 내 일상이 드디어 자율성이라는 날개를 달았다.
길에서 낭비하던 불필요한 출퇴근 시간이 사라지자
아침의 여유와 저녁이 있는 삶을 되찾게 되었다.
시간 분배도 마음대로 할 수 있어 심적으로도 여유가 생겼다.
게다가 사람들과 대면할 일이 없으니 타인의 시선에서 자유로워졌고,
그 덕에 성격이 조금은 온화해진 거 같다.
처음엔 그저 모든 것이 좋았다.
출근을 하고 있는 지금도 그때가 그리울 정도로.
하지만 재택근무에도 분명 단점은 있다.
비대면의 여파로 생긴 쓸데없는 보고절차가 시간을 잡아먹었고,
업무량을 제때 소화하지 못하자 밤낮없이 일하게 되는 불상사가 생겼다.
출근할 땐 야근을 하더라도 퇴근은 했던 것 같은데,
이 놈에 재택근무는 퇴근이라는 개념이 없다.
집안에서 최소한의 활동만 하니 몸은 더 게을러졌다.
그렇게 한차례 우울증을 겪었다.
그제야 루틴의 필요성을 절실히 깨달았다.
루틴이 있어야 비루틴도 있는 법이라는 것을.
평일이 있기에 주말이 비로소 주말 다울 수 있던 것이다.
1년 내내 열심히 일했기 때문에 휴가가 꿀 같을 수 있던 것이다.
소중한 경험이었다.
덕분에 루틴한 일상과 비루틴한 일상의 공존 관계에 대해 이해할 수 있었다.
매일 놀고만 싶던 어른이 마인드는 버리고,
올해는 루틴과 비루틴 사이에서 나만의 밸런스를 찾아가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