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너가 별이 아닌 해가 되었다. 표현하겠다.
별을 찾아 헤매고 싶지 않다.
너가 나의 밤을 지켜주고 있다. 생각하고 싶지 않다.
나는 너의 밤을 지켜주지 못했는데 어찌 너에게 나의 밤을 지켜달라 말할 수 있나.
내가 온전히 나로 살아가는 낮을 너에게 선물 받았다 칭하고 싶다.
너를 마주할 시간이 많은 낮에 우두커니 자리를 지키는 해라 부르고 싶다.
그리고 너를 바라보고 싶다.
고개를 돌리면 해처럼 웃던 너가 이젠 고개를 올려야 볼 수 있는지 묻고 싶지 않다.
너의 선택을 그저 그랬듯이 늘 그랬듯 다독여주고 싶다.
우린 늘 그랬다.
기도해 주고 다독여주고 울어주고 인내해 주고 그게 우리의 대화 방식이었다.
타인의 시선 속 가장 모난 순간 우린 함께 했다.
가장 깊고 어두컴컴한 숲 속 기댈 수 있는 나무였다.
나는 늘 말이 없는 자를 원망했다.
너가 떠나니 너에 대해 말하던 나를 원망하게 된다.
배려라 치고 다독였던 위로가 더 깊은 동굴로 너를 가뒀나 되새긴다.
추억 속 눈빛은 왜 이제야 안녕을 말하고 있었나 싶고
추억을 쌓던 순간에 같은 공간에서도 왜 난 너의 눈빛을 손길을 용기 내어 받아주지 못했나 싶다.
그저 푸르른 날 들리던 너의 웃음소리만 떠올리려 하지만
푸르른 하늘을 찍던 네가 울음을 참고 있단 걸 몰랐을까.
아니 어쩌면 세상에 울부짖을 힘조차 사라져 안녕을 준비했을지도 모른다.
같이 거닐던 울거진 숲 속 어쩌면 너란 나무가 가장 외로웠나 보다.
나도 누군가를 이해하는 어른이 되고 있나 싶다.
죽음을 마주하고 나서야 왜 어른이 되는 걸까.
두려움은 왜 다른 모양으로 문득 파고들까.
푸르른 날 타들어 가던 넌 왜 이제야 나를 찾아왔을까.
눈 감으면 불꽃 속으로 타들어 가는 너의 모습은 멀어지며 안녕을 말하고 있다.
눈을 감지 못 하고 지새우던 밤,
네가 보고 싶지만 찾아올까 겁이 나기도 한다.
무슨 말을 해야 할까.
타들어 가던 너에게 미안하다는 무의미한 말조차 이제는 무의미하다.
인간이란 탈을 쓴 내가 닿을 수 없는 곳으로 흘러간 너에게 뭐라고 해야 할까.
네가 숨멎은 겨울엔 시리지 않았고
니가 숨 쉬던 여름엔 마음이 애릴까
나조차 짓눌린 이기심이 너를 밀어냈나 되뇌인다.
고뇌가 한꺽풀 꺾이고 찾아온 녹음엔 너의 눈물이 짖게 드리웠다.
내가 좋아하던 푸르른 계절이
니가 힘겨웠던 회색빛 순간이었다는 게 아직 믿기지가 않는다.
우리가 처음 만나던 해, 우리는 죽음을 말했다.
너는 나의 생각이 좋다 끄덕여줬다.
너는 이런 내가 좋다 했다.
다가오는 죽음을
몰아치는 강박을
달려오는 핏박을
그저 지켜본다 했던 나를 지긋이 바라보았다.
벼랑 끝 기댈 곳이 비상 밖에 없었다는 선택이 너다웠다.
모든 걸 바쳤기에 너는 비상했다.
도망치듯 추락이 아닌 그저 먼 곳에서 삭막한 굴레를 바라보기 마음 먹은거라 믿는다.
쏟아지는 잠결에 너가 있다는 게 다행이다.
아무렇히 짓 거려도 그저 그러려히 괜찮다 말해준다.
마지막 추억은 온통 너의 계획으로 빼곡했다.
문득 계획 속 안녕은 존재했을까 생각했다.
우리의 안녕을 위해 너의 안녕은
아스라히 준비했을지도 모른다.
고스란히 전해지지 않았던 한숨을 이제야 뱉으며 한 까치 이해한다 말한다.
타들어 가는 죽음을 마주하지 못한 겨울을 지나
쨍함에 가려진 푸르른 찡함이
세상을 뒤덮은 여름. 사무치게 그립다.
너의 청춘은 언제 부서진 걸까.
떠난 자가 기록을 남겼다는 게 이제와 감사하다.
기록을 읽다 보니 파편이 주위를 애운다.
부서지는 파편 속 해맑게 추억을 남긴 우리는 그래 행복했다.
언제부터 메꿀 수도 없이 산산조각이 난 걸까.
다시 생각해 보니 죽음을 마주했던 날 너는 태연했다.
그저 길가에 핀 민들레처럼 어디서 온 지도 모르는 바람에게 몸을 맡긴 듯했다.
결국 바람 따라 너는 흘러갔지만 난 그저 멍하니
그 자리에서 아직은 기다리고 싶다.
함께한 여정을 곱씹으며 다신 말할 수도 느낄 수도 없는 그때를 바라보고 싶다.
요즘의 나보다 그때의 내가 왜 좋은 걸까.
해맑았고 해맑음을 너는 있는 그대로 지켜줬다.
그저 같이 웃어주고 아름답다 말해줄 때 온기가 불어왔다.
손을 잡지도 않아주지도 않았지만
사진도 기록도 그저 너의 품 같다.
떠나고 나서야 왜 너의 온기가 그리울까.
다시 볼 수 없다는 생각은 그저 나를 한 없이 작아지게 만든다.
욕심내어 만나러 갈 용기도
파고들어 지켜줄 마음도 없는데
왜 죄책감에 홀로 이러고 있는 걸까.
현실이란 벽 앞에 담벼락을 올려다본 너는 무엇을 생각했을까.
깨부술 수도 뛰어넘을 수도 없는 관념은 결국 희생이란 껍질로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
너에게는 그저 넘으려 열심히 뛴 죄밖에 없다.
담벼락에 처절하게 새겨진 핏방울들은 말이 없다.
한기가 서린 외침만 있을 뿐이다.
끌어올려줄 생각조차 못 한 나를 원망했을까.
오르려 하면 겉어 차던 세상을 외면했을까.
그래 죽은 자는 말이 없다.
꿈에 찾아와 말했다는 거짓말은 그저 나에 대한 원망을 씻어내려는 가장 치졸한 외침일지도 모른다.
한 여름밤, 꿈에도 현실에도 없는 너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