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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델리러브 Sep 23. 2020

당신의 마지막 숨결, 마지막 소리

존재는 소리로 말한다

존재는 소리를 포함한다. 당시 당신의 소리는 입에 집중돼 있었다. 거칠게 나오는 숨소리는 마치 문을 닫기 직전, 삐걱대는 소음 같았다. 그 문이 닫히면, 다시는 들을 수 없는 소리였다. 당신의 숨소리는 언제라도 멈출 기세였고, 겨우겨우 힘겹게 파동을 일으켜 소리를 내고 있다. 



그때 내가 가진 소리는 몸의 가장 낮은 곳에서 들리던 발소리였다. 당신을 기다리던 나는 분주한 초시계처럼 단 1초도 멈추지 않았다. 시간이 지날수록 발소리는 커졌다. 100m 달리기를 하다 결승점에 다다랐을 때, 수만 가지 감정들이 각자 바쁘게 내는 소리 같았다. 그 소리는 날카로웠고, 치명적인 소음을 유발했다. 순간, 모든 소리가 죽고, 내 발소리는 당신의 숨소리를 찾고 있었다.



지난밤, 당신의 위독한 소식을 듣고 나는 한달음에 달려갔다. 당신의 숨은 고르게 퍼지지 않았고, 공기 중에 흩어지면서 거칠게 파열음을 냈다. 당신의 소리가 이승과 마찰을 일으키며 파멸을 맞이하고 있었다. 어느 순간, 소리는 작동을 멈출 것 같았다. 얼마 못가 당신은 더 이상 소리를 내지 않았다. 


말없이 사라진 당신을 생각한다. 어쩌면 우리가 사는 세상은 의태어나 의성어로 이뤄졌을지도 모른다. 아!라는 감탄사 하나 만으로도 모든 순간을 표현할 수 있다. 당신의 목소리가 갑자기 기억나지 않을 땐 당신이 라면을 삼킬 때 내던 면발 소리와 뜨거운 커피를 식히던 입김을 떠올린다. 당신의 소리를 떠올릴수록 당신이 가까워진다. 하지만 붙잡을 수 없는 소리들이 공기 중으로 사라진다. 당신이 갑자기 이 세상 속에서 증발하듯 소리도 마치 기화 현상을 일으키듯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우리는 각자 자신만의 소리를 가지고 있다. 그 소리가 서로에게 어떤 파장을 일으킬지는 모른다. 오늘따라 내 주변은 숨소리가 멈추고, 발소리가 크게 들린다. 갑자기 당신의 소리, 당신의 울림이 그립다. 이제 내게 소리는 들리는 것이 아닌, 기억되는 것이다.  마치 존재하지 않는 무형의 어떤 그리움이 내는 울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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