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을 품은 길, 세 번째 이야기
이 꿈같은 마을을 가기 위해
꼭 우리가 머물러야 할 장소는
오르차 템플뷰 게스트하우스
올해도 여전히 추워서 냉기가 도는
하루 3명에 5,000원짜리 방
아침마다 우리에게 건네주는 따뜻한 짜이
모든 모습이 자유를 지향하는
나라라는 것을 보여주는
옥상에서 눈을 감으면 노래와 얼굴을 스치는
미적지근한 흙냄새에 풍기는
바람의 냄새를 맡을 수 있어서
눈을 뜨면 저녁노을에 밝은
하얀 달을 볼 수 있어 좋았다
사실
바람 냄새를 보고
하얀 달을 맡는 게 더 어울리는 곳
모순을 사랑하는 우리들만의 아지트
오르차를 여행 가서 어디서 머물지 모르겠다면 제일 추천하는 곳 '템플뷰 게스트하우스'
이 곳과 인연이 된지도 7년이 되었다. 찬드라반만큼 오고 가는 정이 무섭도록 짙다. 하루에 350루피로 3명까지 잘 수 있는 매우 저렴한 가격이다. 물론 그 가격 덕에 한국에서 못해본 엽기적인 경험들을 해볼 수 있다. 그게 바로 인도 게스트하우스의 큰 매력이다.
게스트하우스의 주인 딘데이알은 'We are the family, You are my daughter.'라고 매일 말한다. 진짜 그렇게 함께한 시간이 오래 지나고 나니 정말 가족같이 되어버렸다. 가족이란 게 참 어려운 관계인데 우리의 관계를 한 단어로 말하자면 '애증'이 적당하겠다.
가끔 물이 나오지 않고, 쥐가 나오고, 와이파이가 터지지 않고, 물갈이를 해도 늘 찾아오는 대답은 'No Problem' 이곳에서는 모든 문제가 문제가 아닌 것이 되어버린다. 그래서 화가 나지만 결국 웃음이 빵 터져버리는 장소-
오전 일찍부터 길거리의 다양한 소음들은 '아침이 드디어 왔군'하며 찌뿌둥한 몸을 깨운다.
언제나처럼 일어나서 짜이 한잔을 하며 보는 사원과 풍경, 그리고 2층 식당에서 바라보는 모든 것이 정리되어있지 않은 어설픈 길거리의 풍경까지 모든 것이 생생하다.
우리는 한번 머물면 질서 없이 방을 사용했다. 또 템플뷰 게스트하우스 하면 가장 큰 매력은 엉성함의 미학이랄까. 모든 것들이 정리되지 않은 채 널브러져 있는 물건들. 그리고 그 안에 널브러져 있는 사람들까지도 모든 것이 No Problem.
아침에 준비를 다하고 과일을 사러 밖을 나가면 보이는 한적한 풍경. 템플뷰 게스트하우스는 게스트하우스 사업도 하지만 1층에서 짜이와 스낵 종류도 판다. 그동안 딸이라는 이유로 정말 많은 짜이와 사모사를 먹었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시간은 저녁 시간대. 많은 것들이 고요해지고 그 시간에 따뜻한 라임 티 한잔을 마시면 몸이 노곤 노곤해진다. 그리고 한껏 사람들이 다녀와 지저분해진 테이블 위에서 글을 쓰면 마치 히피라도 된 마냥 모든 것이 평화로워진다.
추운 겨울 저녁 오갈 데 없는 사람들은 게스트하우스 맞은편 상점에 자리를 깔아 두고 모여서 잠을 청한다. 그때마다 '그들이 따뜻한 단잠을 잘 수 있게 해 주세요.'라고 자기 전에 기도를 했다.
정말 그들은 따뜻했을까?
부디 하늘에 기도가 닿았길 바란다.
나는 4번이나 생일을 템플뷰 게스트하우스에서 보냈다. 정말 신기하고 감사한 일이다. '내가 이곳에서 다시 태어났다.'라는 말이 무색하지 않을 정도로 이곳에서 많은 것들을 함께 했다. 이렇게 쓰고 보니 템플뷰 게스트하우스는 미우나 고우나 제2의 가족이며 고향이었던 것 같다. 내가 태어나서 자란 곳도 중요하지만 타지에서도 나를 더 나답게 해주는 곳을 찾는 것도 굉장히 새로운 경험이었다.
그 기반을 바탕으로 다른 어딜 가든지 나를 편안하게 해주는 곳을 찾아 헤매었다. 그리고 그런 사람들과 공간이 생기면 안도의 한숨을 '휴-' 쉬곤 한다. 아쉽지만 No problem이 가득한 이곳만큼 나에게 '희로애락(喜怒哀樂)'을 주는 곳은 아직 찾지 못했다. 오늘의 글은 간단한 질문으로 끝내고 싶다. 모두 그 질문에 대답하며 평안한 하루를 마무리하길 바란다.
당신들의 마음속의 고향은 어디인가?
어디에서 안정감과 평화를 느끼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