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생이 라면을 너무 자주 먹는 것 같아 걱정될 때가 있다. 나는 ‘오래 살아야 한다면 건강하게 살아야지, 아픈 것만큼 서러운 게 없으니까.’라고 생각하기 때문에...동생이 하루에 한 끼는 꼭 라면으로 때우는 것을 보며 자주 먹지 말라는 잔소리를 종종 하게 됐고, 지인 분과 우연히 이것에 대한 이야기를 하게 되었다. 그분은 부유한 가정에서 태어나 살아온 환경도, 그로 인한 식습관도 어쩌면 라면과는 거리가 멀 수 있었겠지만 나의 앞선 이야기들을 듣고는 이렇게 말하셨다.
“우리 집처럼 냉장고에 스테이크 같은 게 잔뜩 있어 봐, 그럼 네 동생이 라면을 찾겠어? 라면보다는 스테이크지.”
나는 저 말에서 ‘빈부격차’를 조금 노골적으로 느꼈다. 일말의 포용력도 없는 날 것의 말. 내 입장은 전혀 고려되지 않은 말이었다. 우리 가족이 지금 당장 라면으로 선반을 가득 채우기는 쉽겠지만 스테이크로 냉장고를 가득 채우기는 어려운 일이다. 또한 그분은 가난한 사람들은 자격지심 때문에 숲을 못 보고 나무만 본다며 시야가 좁다고 단언했다. 그러면서 '그사세(그 사람들이 사는 세상)'라는 말이나 자신이 금수저로 판단되는 것에는 굉장히 방어적인 태도를 취하셨다. (실제로 금수저라는 단어가 종종 비하하는 의미로 사용되는 것 같기는 하다.)
이 묘한 이야기를 들은 친구가 말했다.
“음… 스테이크나 라면이나 먹고 나서 행복지수는 비슷할 걸.”
와우... 깔끔하게 정리가 됐다. 스테이크를 먹고 나서나 라면을 먹고 나서나 배부름의 정도나 만족도는 비슷하다! 오히려 내 동생이 매일 스테이크만 먹게 된다면, 질려서 오늘은 라면을 먹고 싶다고 하게 될 수도 있다.
현재에 만족할 줄 알지만 앞으로 나아갈 줄도 아는 사람이 되어야겠다. "라면보단 스테이크지."라는 말을 나도 모르게 피해의식적인 태도로 해석한 경향이 있는 것 같다. 정말, 자격지심이었을지도 모르겠다. 라면의 입장에서 스테이크에게 무시당한 기분?(동생이 라면 먹는다고 뭐라 하지 말아야겠다)그런데 비교당하는 것을 마냥 기분 나쁘게만 받아들일 필요는 없었다. 내 삶에 만족하고 또 내가 열심히 살아가면 되지. 어차피 관점의 차이이고 그 사람 의견일 뿐, 그 안에 숨은 진실을 안다면 굳이 내 기분이 조종당할 일도 없어진다.
행복도 불행도 적응하면 무뎌지기 마련, 어차피 스테이크나 라면이나 먹고 나서 행복지수는 비슷. 그러니 매일매일의 소소하고 확실한 행복을 찾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