움직일 수밖에 없던 이유

생각보다 빨랐던 나

by 실재


친구들과 만나기 위해 수원역에 내렸다. 우리는 저녁 식사 전까지 남은 시간을 보내려고 카페를 찾았다. 그런데 주말이라 그런지 가는 곳마다 자리가 없었다. 바람은 거세고 날씨는 몹시 추웠다. 패딩을 입었는데도 몸이 절로 웅크려졌다. 실내로 얼른 들어가고 싶었지만 들어갈 곳이 없었다. 계속 카페를 찾아 걸었다. 그렇게 1시간쯤 돌아다닌 끝에야 역에서 꽤 떨어진 카페에서 빈자리를 찾을 수 있었다.


집에 갈 시간이 되어 다시 수원역으로 돌아갔다. 추위는 여전했다. 아뿔싸, 지하철 탑승장도 실외에 있었다. 발을 동동거리며 지하철이 오기만을 기다렸다. 집 근처에 도착해 버스로 환승하러 가는 길도 매서웠다. 그때 알게 됐다. 사람이 너무 추우면 온몸이 굳어 뛰지도 못한다는 걸. 할 수 있는 건 온몸에 힘을 잔뜩 주고 버티는 것뿐이었다.


그 순간 도착한 버스는 구원자 같았다. 문이 열리자마자 따뜻한 공기가 훅 밀려왔다. 그렇게 포근할 수가 없었다. 한순간에 평온해졌다.


집에 돌아오자마자 씻었다. 따뜻한 이불속으로 빨리 들어가고 싶어서였다. 평소 같았으면 씻기 전에 마음의 준비만 15분, 화장실에 들어가서도 핸드폰을 한참 만지고 나서야 겨우 움직였을 텐데, 오늘은 달랐다. 늦장 부리지 않고 바로 화장실로 직행했다. 놀라울 만큼 신속했다. 나도 이렇게 빠르게 씻고 나올 수 있는 사람이었구나, 새삼 깨달았다.


그러면서 문득 생각했다. 사람은 궁지에 몰리고, 간절해지면 어떻게든 해낸다는 걸. 머리로는 알고 있었지만, 오늘은 몸으로 체험했다. 추위라는 극한 상황에서 내가 얼마나 빨리 움직이고, 결단하고, 행동할 수 있는지를 스스로 확인했다.


하루 종일 움직였다. 추위 속에서 등 근육을 쓰고, 허벅지는 돌려 깎은 듯 여전히 아리다. 그 대신 체력을 얻었다. 잠을 부족하게 자고 하루 종일 돌아다녔는데도 생각보다 괜찮았다. 조금 졸릴 뿐이다.


오늘은 별일 없이 지나간 날 같지만, 나에게는 작게나마 어떤 확인이 된 하루였다. 상황이 만들어낸 절박함이, 평소에는 도무지 되지 않던 일을 가능하게 만든다는 것.


그런 걸 몸으로 겪은 하루였다.

아마 오늘은 금방 잠들 것 같다. 온몸으로 추위를 버티며 에너지를 많이 썼다. 익숙한 이불속이 오늘따라 더 안락하게 느껴진다.



2025.0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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