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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킴 소여 11시간전

사려니숲과 새 등산화

자연주의 vs 물질주의

내가 가장 사랑하는 계절 가을.

10월 가을의 미치도록 완벽한 날씨와 만난 이번 두 번째 집은

'예쁜 애 옆에 예쁜 애'처럼 아름다운 계절에 어울리는 멋진 집이다.

9월에 머무른 리조트 내 첫 번째 숙소와 다르게, 10월 한 달을 보낼 이곳은 조용한 전원주택 단지에 각 가구당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는 프라이빗하면서도 너무 무섭지 않은 평화로운 동네에 위치해 있다.

집 주변에 다음 집까지 사이의 공터가 갈대로 무성한데, 마치 의도적으로 이 집의 뷰를 위해 설치한 조경처럼 넓은 스케일의 갈대밭이 장관을 이룬다.


넓은 마당이 있는 복층 독채 주택.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새삼 또 깨닫는다.

'돈이 좋긴 하구나..'




집이 넓어서 짐 정리도 지난 숙소보다 빨리 끝나고 어느 정도 이사의 피로를 푼 후 좋은 날씨를 벗 삼아 등산을 하기로 한다. 사실 날씨는 핑계고 며칠 전 새로 산 등산화가 도착하여 개시해보고 싶은 마음이 컸다.


제주에 오기 전까진 운동에 크게 관심이 없던 나는 일상용 운동화만 있지 등산화는 전혀 사본 적이 없었다. 그러다 퇴사 후 제주살이를 하면서 시간도 자연도 많아지다 보니 걸을 일도 많아지고, 특히 지난번 첫 올레길 트래킹 등산화의 필요성을 확실히 느꼈다. 울퉁불퉁 비포장길에서 전문 등산화로 편안히 걷는 남편과 달리 일반 운동화였던 나는 발에 현무암 바위들의 재질을 그대로 느끼면서 몸을 비틀며 걸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필요에 의해 알아보던 등산화도 알면 알수록 종류가 너무 많아 기능을 강조하던 남편과 달리 디자인을 가장 중시하는 나는 모든 국내브랜드들을 다 시장조사한 끝에 마음에 쏙 드는 등산화를 찾아 구매하였다. 등산양말까지 세트로 갖추고 나니 빨리 산에 가 개시해보고 싶은 마음이 들끓는다.






자연물질.

자연주의를 표방하면서 물질이 여전히 좋은

이중적인 .



자연을 사랑해 도시를 떠나 제주를 오는 와중에도 헨리데이비드 소로우처럼 완전히 고립된 자연 속 삶을 택하진 못했다. 자연 속이기는 하나 비싸고 편안한 호화로운 자연을 택했다. 아이들이 함께여서 쾌적한 환경이 필요했다고 변명하기에도 좀 과한 컨디션이다.

등산도 그렇다. 자연이 좋아 사려니숲 산행을 택하면서도 등산용품을 필요 이상으로 디자인과 기능을 욕심내 택하였다.


이 부끄러운 이중적 잣대를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음.......

나의 철학을 표현하기 위해 자연주의도 물질주의도 정확한 단어는 아닌 것 같다.

자연이냐 물질이냐를 구분해서가 아닌

자연이든 물질이든 반드시 내 기준에서 아름답다고 여기는 것을 진리로 쫓는다.

아름다움을 느끼는 대상이 자연인 경우가 더 많아서 굳이 양자택일을 해야 한다면 자연주의에 가깝지만 동시에,

예쁜 것일수록 비쌀 확률 또한 높아지기 때문에 물질주의를 배제할 순 없다.

(그저 비싼 것을 좋아하는 것과는 엄연히 다르다.)


이런 복잡한 이유로 자연주의도 물질주의도 정확하게 나를 대변하진 못하는 이유다.

그럼 도대체 나는 무슨 철학관을 가진 걸까?



지금 글을 쓰면서 깨달았는데,

나는 '미진주의자'다.

 is .

아름다움을 진리로 추구하는  

그래, 내가 옳다고 느끼는 것은 '미'였다.

내 본명이 '미진'인 이유를 깨닫는 순간이다.

나 스스로를 '미진주의자'라고 자칭하고 싶다.


사려니숲을 걸으며 깨달은 자아 '미진주의'




P.S. 기다려 주신 분이 계실진 모르겠지만,
여행으로 이틀 늦은 연재 죄송합니다 ㅠ_ㅜ
그리고 제 글을 읽어주셔서 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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