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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킴 소여 Jul 06. 2024

나비와 같은 식당 다니는 사이

오늘 사려니숲으로 소풍 간다는 아이의 도시락 준비로 아침부터 바. 과일 간식을 싸주기 위해 방울토마토와 샤인머스켓에 베이킹소다를 뿌리는데 싱그러운 색감이 예뻐 정신없이 도시락을 싸던 노동이 일종의 예술처럼 느껴져 기분이 으쓱해진다.

색 대비가 예쁜 방울토마토와 샤인머스켓


바쁘게 등원시킨 이후, 찾아오는 오전 시간은 더 평화롭고 나른하다.

도시락을 싸주고 남은 과일들에 간단히 토스트를 구워 식탁에 접시를 탁 올리는 순간,

매일 보는 창 밖 정원 풍경이 문득 아련해 온다.

까닭은 이제 5일 정도밖에 남지 않은 이 집에서의 시간이 훅 코 앞으로 다가온 것 기 때문이다.

이 아련함은 제법 쌀쌀한 깊은 가을 날씨에도 불구하고 정원에 나가 식사하고 싶은 충동을 일으킨다.

남편과 나는 과일과 토스트, 커피를 챙겨 정원 테이블에 앉아 오물오물 소풍 같은 조식을 먹는다.


발 밑을 간지럽히는 민들레들이 사방에 피어 긴 줄기를 흔들

다란 줄기 위에 매달린 앙증맞은 작은 민들레 머리들이 노랗게 춤을 추고 있다.

목이 긴 소두 요정들의 춤이 우스우면서도 무해한 색 빠져든다.

3주 전 이 숙소에 처음 왔을 땐 솜털 홀씨만 가득했던 이곳이 언제 이렇게 정원 가득 노란 꽃잎을 가득 채워 놓았는지 매일 보면서도 이제야 알아챈다.


그때 노오란 꽃송이 위로 짙은 갈색의 낙엽 따위가 붙어있는 것이 눈에 띈다.

나뭇잎이라기엔 꽃 위에 붙어있는 모양새가 어색하고, 나비라기엔 강한 바람에도 꿈쩍하지 않아 갸우뚱하며 한참을 응는데,

기다림이 지루해질 즘 접혔던 날개가 드디어 열렸다가 다시 금세 닫힌다.

 '아! 나비 맞았구나!?'

왜인지 모를 작은 희열을 느끼며 포드득 다른 꽃으로 옮겨가는 나비의 움직임을 눈으로 좇는다.

좀 전의 꽃과는 달리 마음에 드는 꽃을 찾지 못하였는지 이리저리 여러 꽃들을 옮겨 다니다,

또 한 꽃송이 위에 안착한다.

그러곤 기분 좋은 강아지의 꼬리짓처럼 날개를 살랑 사알랑~ 열었다~ 접었다를 반복하며 꽃술을 빨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있으니 꽃의 황홀한 맛이 여기까지 느껴진다.


이 반복되는 나비의 행동 패턴을 한참 쫓고 나서야

 '나비 한 마리를 이렇게나 오랫동안 보고 있던 적이 있었나?'

하는 생각이 머리를 때린다.


지금 이 순간을 저 위 전지적 신의 시점에서 본다면,

나비는 나를 경계하지 않고 꽃의 꿀을 들이켜고, 나 또한 그 옆에서 아침을 먹으며 서로의 식사를 함께하는 이 순간이

자연 속에 함께 공존하는

같은 식당을 방문한 이웃처럼 보일까?


문득 내가 글을 쓰는 이유를 알게 된다.

 '삶의 아름다움을 표현하고 싶은 욕구.'

이곳에 오면서 나 자신을 좀 더 믿어주기로 했다.

옳다고 느끼는 '결정'도,

미를 느끼는 '감각'도.


여전히 위대한 작품들을 보면, 나 따위가 감히 글을 써도 되는가에 대한 자격이 의심되곤 하지만


미식가가 반드시 요리를 잘하는 건 아니지만 최소한 맛을 잘 느끼면 맛을 표현하는데 더 도움 되리라 보며,

나 또한 대작을 대작으로 느낄 줄 아는 내 감성 미를 표현하고 싶은 이 욕구를 용기 내 믿어보겠다.


아름다운 자연 속에서 공존하며..


해질녘 창가와 노을빛에 드리워진 벽 그림자의 예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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