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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비와 같은 식당 다니는 사이

by 킴 소여

오늘 사려니숲으로 소풍 간다는 아이의 도시락 준비로 아침부터 바쁘. 과일 간식을 싸주기 위해 방울토마토와 샤인머스켓에 베이킹소다를 뿌리는데 싱그러운 색감이 예뻐 정신없이 도시락을 싸던 노동이 일종의 예술처럼 느껴져 기분이 으쓱해진다.

색 대비가 예쁜 방울토마토와 샤인머스켓


바쁘게 등원시킨 이후, 찾아오는 오전 시간은 더 평화롭고 나른하다.

도시락을 싸주고 남은 과일들에 간단히 토스트를 구워 식탁에 접시를 탁 올리는 순간,

매일 보는 창 밖 정원 풍경이 문득 아련해 온다.

까닭은 이제 5일 정도밖에 남지 않은 이 집에서의 시간이 훅 코 앞으로 다가온 것 같기 때문이다.

이 아련함은 제법 쌀쌀한 깊은 가을 날씨에도 불구하고 정원에 나가 식사하고 싶은 충동을 일으킨다.

남편과 나는 과일과 토스트, 커피를 챙겨 정원 테이블에 앉아 오물오물 소풍 같은 조식을 먹는다.


발 밑을 간지럽히는 민들레들이 사방에 피어 긴 줄기를 흔들며

기다란 줄기 위에 매달린 앙증맞은 작은 민들레 머리들이 노랗게 춤을 추고 있다.

목이 긴 소두 요정들의 춤이 우스우면서도 무해한 색감에 빠져든다.

3주 전 이 숙소에 처음 왔을 땐 솜털 홀씨만 가득했던 이곳이 언제 이렇게 정원 가득 노란 꽃잎을 가득 채워 놓았는지 매일 보면서도 이제야 알아챈다.


그때 노오란 꽃송이 위로 짙은 갈색의 낙엽 따위가 붙어있는 것이 눈에 띈다.

나뭇잎이라기엔 꽃 위에 붙어있는 모양새가 어색하고, 나비라기엔 강한 바람에도 꿈쩍하지 않아 갸우뚱하며 한참을 응시는데,

기다림이 지루해질 즘 접혔던 날개가 드디어 열렸다가 다시 금세 닫힌다.

'아! 나비 맞았구나!?'

왜인지 모를 작은 희열을 느끼며 포드득 다른 꽃으로 옮겨가는 나비의 움직임을 눈으로 좇는다.

좀 전의 꽃과는 달리 마음에 드는 꽃을 찾지 못하였는지 이리저리 여러 꽃들을 옮겨 다니다,

또 한 꽃송이 위에 안착한다.

그러곤 기분 좋은 강아지의 꼬리짓처럼 날개를 살랑 사알랑~ 열었다~ 접었다를 반복하며 꽃술을 빨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있으니 꽃의 황홀한 맛이 여기까지 느껴진다.


이 반복되는 나비의 행동 패턴을 한참 쫓고 나서야

'나비 한 마리를 이렇게나 오랫동안 보고 있던 적이 있었나?'

하는 생각이 머리를 때린다.


지금 이 순간을 저 위 전지적 신의 시점에서 본다면,

나비는 나를 경계하지 않고 꽃의 꿀을 들이켜고, 나 또한 그 옆에서 아침을 먹으며 서로의 식사를 함께하는 이 순간이

자연 속에 함께 공존하는

같은 식당을 방문한 이웃처럼 보일까?


문득 내가 글을 쓰는 이유를 알게 된다.

'삶의 아름다움을 표현하고 싶은 욕구.'

이곳에 오면서 나 자신을 좀 더 믿어주기로 했다.

옳다고 느끼는 '결정'도,

미를 느끼는 '감각'도.


여전히 위대한 작품들을 보면, 나 따위가 감히 글을 써도 되는가에 대한 자격이 의심되곤 하지만


미식가가 반드시 요리를 잘하는 건 아니지만 최소한 맛을 잘 느끼면 맛을 표현하는데 더 도움 되리라 보며,

나 또한 대작을 대작으로 느낄 줄 아는 내 감성과 미를 표현하고 싶은 이 욕구를 용기 내 믿어보겠다.


아름다운 자연 속에서 공존하며..


해질녘 창가와 노을빛에 드리워진 벽 그림자의 예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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