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brunch
브런치북
제주행 야간비행기
22화
실행
신고
라이킷
70
댓글
8
공유
닫기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브런치스토리 시작하기
브런치스토리 홈
브런치스토리 나우
브런치스토리 책방
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킴 소여
Jul 27. 2024
제주살이 중 손님 초대하는 흔한 이야기
드디어 손님이 왔다.
제주에 이주하게 되면 손님치레를 그렇게 많이 하게 된다던데..
절친도 E인 줄 알 정도로 E처럼 보이는 하이브리드형 극 I인 나는 혼자 노는 걸 제일 좋아한다.
그래서 제주살이 3개월 동안 손님초대도 가족 외엔 하지 않았는데, 딱 한 명.
고등학교 같은 반, 대학교 같은 과, 출산도 같은 해에 한 뗄레야 뗄 수 없는 운명 같은 단짝인 친구와 그 아들을 이번에 초대했다.
동갑내기인
친구 아들과
첫째 율이는
자
연스럽게
엄마들
덕분에
서
로
가까
워졌고,
그래서 이번 손님 방문을 율이가 더욱 기다렸다.
금요일이라 어린이집에 아이들을
등원시키러
가자
눈치 잔머리 100단
율이는 바로 꾀병이 도진다.
원에 도착
해 둘째 찬이는 해맑게 자기 반으로 들어가고,
아침까지 멀쩡하던 율이는 갑자기 배가 아프다고 끙끙거리는데, 선생님도 나도 도무지 진짜인지 가짜인지 구분을 할 수 없을 정도로 리얼하였다;;
진짜든, 가짜든 일단 속아주기로 하고
율이만 데리고 원에서 나왔다;;
동영상 스틸컷 나오게 할 줄 아시는 분..ㅜ 왜 시커멓지
역시나...
나오자마자 언제 그랬냐는 듯 신이 나 뛰어노는 두 아이 ^^;;;ㅎㅎㅎㅎ
예쁜 카페 가서도 눈에 꿀 뚝뚝..
10월이라 아직 제철도 아닌 덜 익은 귤 따기 체험도 하고
쇠소깍에서 배도 한번 타주고..
관광객과 현지인의 중간에서 애매한 생활을 하고 있던 내게
손님은 관광객의 눈으로 다시 제주를 보도록 새로운 마음가짐을 불어넣었다.
1년 전 4월.
친구와 함께했던 제주, 표선.
그때 표선은 너무 이상
적여 보였다.
내가 알던 시끌벅적 화려한 제주가 아닌
고요한 듯 청순가련한 그레이 블루의 표선 바다.
표선 바다의 만조를 보지 못했다면 표선을 안다고 할 수 없다.
왜냐면 표선의 만조는 정말 홀리듯 은은한 아름다움이 있지만,
그 만조를 보는 게 쉽지
않기
때문이다.
만조와 간조의 차이가 매우
크고
대부분 간조인 표선 해변의 모습을 본 사람은
표선
하면 광활한 모래사장만
기억한다
.
표선 바다를 바라보며
친구들과
했던 말이 분명히 기억난다.
"여기서 살고 싶다..."
그리고 1년 반 뒤
완전히는 아니지만 비슷하게나마 꿈을 실행하고 있다.
이곳 표선에서.
친구와 다시 찾은 표선 바다.
'바닷가에 아이와 구경만 하러 갈 생각'을 하는 어른은 아직도 아이를 잘 모르는 부모다.
이제 10월 중순에 접어든 제법 쌀쌀한 가을에 물놀이는 생각도 하지 않고 준비 없이 해변 산책을 갔다가 또 당한다.
온몸으로 해양과학자보다 세상 진지하게 간조로 물이 빠진 갯벌 같은 모래사장 위를 질퍽질퍽 느끼며 관찰하는 율이....
그러고 나선 나올 땐 찝찝하다고 또 얼마나 세상 무너지듯 울어대는지 하하하하하 남이 보면 시켜서 들어간 줄 ;;;;
친구 아이는 옷 버리는 게 싫다고 해변 위를 운동장처럼 뛰어다니기만 한다.
정답은 없지만 내 아이는 비록 빨래거리는 만들지언정 너의 '탐구정신'은 높이 사마. ㅠ-ㅜ근데 왜 자꾸 눙물이 나지..;;ㅎㅎ 청바지에 모래 낀 거 안 빨아본 사람은 모른다 ㅠㅠ
어린이집 마당이 놀이공원 되는 순간
혼자 어린이집 간 것도 모르는 찬이를 데리러 간 두 형아. 이미 관광지이냐 아니냐는 중요하지 않다. 어린이집 마당에서도 세상 신난 아이들.
그렇게 이틀간 신나게 놀고 마지막 피날레로
천문과학원 '토성관측'을 미리 예약해 두었었다.
이때부터 토성과의 밀당은 시작되었다... 처음이라
잘 몰랐다. 예약해서 가면 무조건 볼 수 있는 줄 알았다. 그렇지 않고는 그 야간 산길운전을 1시간, 아니 왕복 2시간을 강행하면서 까지 토성에 목을 매진 않았을 것이다.
근데 우리나라에 3대 있다는 가장 큰 천체망원경이 제주에 있고,
마침 이번달 관측 대상이 '토성'이고,
예약도 빠르게 성공하여
아이들 교육에도 내 호기심 충족에도
여행의 대미를 장식하기에 더할 나위 없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도착해 관측 전 부푼 마음으로 전시물들을 구경하며 한껏 업되어 4D 상영까지하면서
40분간 관측전 프로그램을 체험하였다.
이제 망원경 관측실 입구에서 줄 서, 입구 문이 열려 드디어 직원이 나오는데!!
"이제 들어오시면 되는데요. 죄송하지만, 기상관계로 구름이 많이 껴 오늘 관측은 불가합니다. 망원경만 차례로 보시고 가세요."
라고 한다.
망원경..
을
보라고라...?
망원경
으로
보는 게 아니고 ??????!!!!
이럴 수 있다는 걸 전혀 예상하지 못한 나는 뒤늦게 안내 문자를 살펴본다.
하...
망햇다.
그렇게 친구의 제주관광은 끝났닥.
미안하다
친구야 - -;;;
그리고 남아있는 나에게
토성과의 밀당은 그 후에도 계속되는데...
To be continued...
keyword
천체망원경
손님초대
토성
Brunch Book
제주행 야간비행기
20
아무것도 하지 않은 아름다운 날들
21
사려니숲과 새 등산화
22
제주살이 중 손님 초대하는 흔한 이야기
23
부부싸움은 칼로 삼겹살 베기
24
썩은다리오름의 발견
제주행 야간비행기
킴 소여
brunch book
전체 목차 보기 (총 30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