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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킴 소여 Jul 27. 2024

제주살이 중 손님 초대하는 흔한 이야기

드디어 손님이 왔다.

제주에 이주하게 되면 손님치레를 그렇게 많이 하게 된다던데..

절친도 E인 줄 알 정도로 E처럼 보이는 하이브리드형 극 I인 나는 혼자 노는 걸 제일 좋아한다.

그래서 제주살이 3개월 동안 손님초대도 가족 외엔 하지 않았는데, 딱 한 명.

고등학교 같은 반, 대학교 같은 과, 출산도 같은 해에 한 뗄레야 뗄 수 없는 운명 같은 단짝인 친구와 그 아들을 이번에 초대했다.

동갑내기인 친구 아들과 첫째 율이는 자연스럽게 엄마들 덕분에 서 가까워졌고, 그래서 이번 손님 방문을 율이가 더욱 기다렸다.


금요일이라 어린이집에 아이들을 등원시키러 가자

눈치 잔머리 100단 율이는 바로 꾀병이 도진다.

원에 도착해 둘째 찬이는 해맑게 자기 반으로 들어가고,

아침까지 멀쩡하던 율이는 갑자기 배가 아프다고 끙끙거리는데, 선생님도 나도 도무지 진짜인지 가짜인지 구분을 할 수 없을 정도로 리얼하였다;;

진짜든, 가짜든 일단 속아주기로 하고 율이만 데리고 원에서 나왔다;;

동영상 스틸컷 나오게 할 줄 아시는 분..ㅜ 왜 시커멓지

역시나...

나오자마자 언제 그랬냐는 듯 신이 나 뛰어노는 두 아이 ^^;;;ㅎㅎㅎㅎ

예쁜 카페 가서도 눈에 꿀 뚝뚝..


10월이라 아직 제철도 아닌 덜 익은 귤 따기 체험도 하고


쇠소깍에서 배도 한번 타주고..


관광객과 현지인의 중간에서 애매한 생활을 하고 있던 내게

손님은 관광객의 눈으로 다시 제주를 보도록 새로운 마음가짐을 불어넣었다.






1년 전 4월.

친구와 함께했던 제주, 표선.

그때 표선은 너무 이상적여 보였다.

내가 알던 시끌벅적 화려한 제주가 아닌

고요한 듯 청순가련한 그레이 블루의 표선 바다.

표선 바다의 만조를 보지 못했다면 표선을 안다고 할 수 없다.

왜냐면 표선의 만조는 정말 홀리듯 은은한 아름다움이 있지만,

그 만조를 보는 게 쉽지 않기 때문이다.

만조와 간조의 차이가 매우 크고 대부분 간조인 표선 해변의 모습을 본 사람은

표선하면 광활한 모래사장만 기억한다.


표선 바다를 바라보며 친구들과 했던 말이 분명히 기억난다.

"여기서 살고 싶다..."


그리고 1년 반 뒤

완전히는 아니지만 비슷하게나마 꿈을 실행하고 있다.

이곳 표선에서.




친구와 다시 찾은 표선 바다.


'바닷가에 아이와 구경만 하러 갈 생각'을 하는 어른은 아직도 아이를 잘 모르는 부모다.

이제 10월 중순에 접어든 제법 쌀쌀한 가을에 물놀이는 생각도 하지 않고 준비 없이 해변 산책을 갔다가 또 당한다.

온몸으로 해양과학자보다 세상 진지하게 간조로 물이 빠진 갯벌 같은 모래사장 위를 질퍽질퍽 느끼며 관찰하는 율이.... 그러고 나선 나올 땐 찝찝하다고 또 얼마나 세상 무너지듯 울어대는지 하하하하하 남이 보면 시켜서 들어간 줄 ;;;;

 

친구 아이는 옷 버리는 게 싫다고 해변 위를 운동장처럼 뛰어다니기만 한다.

정답은 없지만 내 아이는 비록 빨래거리는 만들지언정 너의 '탐구정신'은 높이 사마. ㅠ-ㅜ근데 왜 자꾸 눙물이 나지..;;ㅎㅎ 청바지에 모래 낀 거 안 빨아본 사람은 모른다 ㅠㅠ

어린이집 마당이 놀이공원 되는 순간

혼자 어린이집 간 것도 모르는 찬이를 데리러 간 두 형아. 이미 관광지이냐 아니냐는 중요하지 않다. 어린이집 마당에서도 세상 신난 아이들.


그렇게 이틀간 신나게 놀고 마지막 피날레로 천문과학원 '토성관측'을 미리 예약해 두었었다.

이때부터 토성과의 밀당은 시작되었다... 처음이라 잘 몰랐다. 예약해서 가면 무조건 볼 수 있는 줄 알았다. 그렇지 않고는 그 야간 산길운전을 1시간, 아니 왕복 2시간을 강행하면서 까지 토성에 목을 매진 않았을 것이다.


근데 우리나라에 3대 있다는 가장 큰 천체망원경이 제주에 있고,

마침 이번달 관측 대상이 '토성'이고,

예약도 빠르게 성공하여

아이들 교육에도 내 호기심 충족에도

여행의 대미를 장식하기에 더할 나위 없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도착해 관측 전 부푼 마음으로 전시물들을 구경하며 한껏 업되어 4D 상영까지하면서 40분간 관측전 프로그램을 체험하였다. 

이제 망원경 관측실 입구에서 줄 서, 입구 문이 열려 드디어 직원이 나오는데!!


 "이제 들어오시면 되는데요. 죄송하지만, 기상관계로 구름이 많이 껴 오늘 관측은 불가합니다. 망원경만 차례로 보시고 가세요."

라고 한다.


망원경..  보라고라...?

망원경으로 보는 게 아니고 ??????!!!!

이럴 수 있다는 걸 전혀 예상하지 못한 나는 뒤늦게 안내 문자를 살펴본다.



하... 망햇다.

그렇게 친구의 제주관광은 끝났닥.

미안하다 친구야 - -;;;



그리고 남아있는 나에게

 토성과의 밀당은 그 후에도 계속되는데...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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