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급 교사 인생이지만 오늘도 살아남았습니다
갑자기 생긴 나의 질문에 생각을 해보니, 그동안 3개의 학교를 다니면서 4200여명의 학생들을 만났다. 내가 근무했던 학교 이외에 강의를 하면서 만난 학생들까지 포함하면 4~5천명의 학생들을 만났다.
아이들 중에는 벌써 어엿한 성인이 되어 찾아오기도 했다. 군대를 가고, 대학교 졸업반인 학생들도 생겼다. 그동안 학생들과 남긴 기록들을 살펴보니, 기분 좋은 기억들도 많다.
지난 달 간호학과 학생이라며 교직 인터뷰 요청을 해 온 학생이 있었는데, 내 첫 부임 학교의 학생이라는 것이었다. 너무 반가운 나머지 인터뷰 시간을 오버(?)했던 기억이 난다.
이 질문은 내 학창시절을 돌아봤을 때, 기억에 남는 좋은 선생님이 손에 꼽혔기 때문에 생각하게 되었다. 어떤 학생에게는 별 중요하지 않을 일개 교사이겠지만, 몇몇 학생에게는 도움이 되는 교사이길 바라는 마음으로 오늘도 기록을 남긴다.
기록이 좋은 이유를 이제야 알겠다. 그 동안 기록해둔 것들을 살펴보니, 내가 학생들과 소통하는 기분이 들 때 가장 큰 인생을 보람을 느꼈기 때문이다.
투덜이라는 별명을 붙인 학생을 처음 만난 건 중학교 2학년이었다. 늘 입을 삐죽 내밀고 불만이 있는 투로 어슬렁 걸어오던 아이였다. 보건실에 시도 때도 없이 찾아오는 VVIP중에 하나였는데, 아이들은 ‘관심병’이라고도 불렀다.
그런 투덜이에게 보건실에서 작은 역할을 맡기고, 곧 잘 해내는 녀석을 칭찬하면서 조금씩 변화가 나타났다. 그리고 1년 후 졸업 즈음해서는 뜬금없는 사랑고백을 할 정도로 많은 표현을 하는 사람이 되었다. 부정적이고 투덜대던 습성이 조금 밝고 명랑하게 바뀌었다.
투덜이를 만나면서 알게 된 것은 아이들의 천성은 외면과 많이 다르다는 것이었다. 이렇게 사람을 잘 관찰 할 줄 알고, 속 깊은 이 녀석은 내 제자 중에 손을 꼽는 진주같은 학생이다.
수현이는 꿈이 국회의원이다. 고3임에도 환경문제, 학생 인권 등 여러가지 활동을 꾸준히 하는 멋진 녀석이다.
수현이라는 가명은 나의 첫 책 <10대 인생을 바꾸는 성교육 수업> 의 주인공 중 한 명의 이름이다. 두번째 주인공으로 위에 수현이를 모델로 하고 싶은 생각에, 블로그에 글을 열심히 쓸 때 함께 소통 했던 기억이 난다.
졸업한지 오래 되서 내가 수업했던 걸 기억하지 못했을거라 생각했는데, 최근 학생대표로 나온 유튜브 토론회에서 나의 이야기를 하는 것이었다.
쑥쓰러우니... 학생의 실제 목소리가 담긴 영상으로 보셔도 좋겠다. (밑줄을 클릭하면 영상이 나온다.)
성교육시간에 '성관계 자체가 나쁘다' '청소년기 성관계가 나쁘다'라고 만
교육하는 것이 아니라 안전한 성관계를 할 수 있는
실질적인 교육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현재 이런 성교육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제가 중학교 당시에 굉장히 존경하는 선생님도
그런 실질적인 교육을 해주고 계십니다.
다음 브런치 북에서는 좀 더 깊은 성교육 이야기를 해볼까한다.
나 나답게 성장하고
무 무한한 가능성을
샘 샘솟게 돕는사람
이런 의미를 담아 나무샘이라는 활동명으로 살아가고 있다.
나와 함께 성장하는 학생들이 있어 나는 학교에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