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을 잘 그리고 싶다기보다는
놀아도 돈이 벌리는 부자가 되고 싶어요
우리 엄마는 이것저것 소질이 많은 사람이다.
내가 어렸을 적에는 점토공예를 하셨고, 조금 더 큰 후에는 종이접기를, 성인이 된 이후에 본 엄마는 수채화, 색연필화, 그릇 빚기에 유화까지 우리 집 고양이 그리는 것 빼고는 다 잘 그리게 되었다.
이런 엄마를 보고 큰 터라 언젠가는 나도 좀 크면 그림 좀 그리게 될 줄 알았다.
(그리고 나는 어린이집 대신 미술학원을 졸업했다.)
부모님의 무한한 지원 속에 중학교 졸업 때까지 (수행평가나 이런 이유로) 그림을 가르치는 개인교습을 받은 덕택에 내 그림 수준은 처참한 정도는 아니다. 하지만 끈덕지게 앉아서 그린 데를 또 그리고, 칠한 데를 또 칠하고 또 칠하고 하는 지난한 과정이 나와 맞지 않다. (비슷한 의미에서 캘리그래피도 잘 맞지 않다. 서예도 배웠지만 매번 장려상을 받았고, 딱 한 번 '금상'을 받았는데 그 직후 관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신년 계획에는 늘 '이모티콘 만들기' 따위의 그림과 관련한 목표가 항상 한 개씩 들어있다. (지켜진 적은 없다.) '인기가 많아지면 굿즈 개발도 할 수 있고 돈도 벌 수 있다더라'는 막연한 상상과 함께.
실제로 드로잉 클래스를 듣는 데까지 간 적도 있다. 아이패드에 애플펜슬까지 사서 프로***라는 유료 앱까지 깔아 두었고, 완강은 아니지만 반 정도 들었다. 하지만, 그때뿐이었다. 그때 배운 그림 외에는 작품활동도 없을 뿐만 아니라 앱 다루는 걸 분명히 배웠는데 아직도 까막눈이다.
이런 꿈을 '돈이 벌고 싶다' 부분만 빼고 주변에 나눠보면, 누구든 그림에 관련한 꿈이 하나씩은 있더라. 옆에 앉아있는 동료는 실제로 출품까지 해봤다고 하고(떨어졌지만 꽤 잘 그렸다.), 공대를 박사까지 마친 내 동생까지도 그 바쁜 와중에 수채화로 작은 갤러리에서 전시회도 해봤다.
학사를 졸업해 취업만 한 나는 그들의 발치만큼도 가본 적이 없으니, 진짜 내가 그림으로 밥벌이를 하고자 했다기보다 놀아도 돈이 벌리는 상상을 즐겼음이 분명하다.
'언젠가 (돈 벌어) 이 바닥 뜨리라'는 말만 많은 게으른 직장인인 주제에 말이다.
(올해는 이모티콘 만들기로 세웠던 목표를 조금 수정했다. 인스타툰 만들기로. 그런데 문제가 있다. 애플펜슬이 보이지 않는다. 올해도 망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