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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 집

Van Gogh 의 흔적을 찾다.

by 은동 누나

2019. 6. 6 목요일



베르사유 궁전(Chateau de Versailles)을 보고 몽마르트르(Monmartre)를 돌아보기 위해 서둘러 숙소에서 나왔다. 파리의 아침은 쌀쌀하다. 출근하는 멋진 파리지앵의 옷차림은 다양하다. 가죽점퍼를 입은 사람, 겨울 패딩을 입은 사람, 반팔 티셔츠를 입고 뛰는 청년도 있다. 아침은 춥고 오후에는 너무 덥고 바람이 불다가 비가 오기도 하고 파리의 날씨는 파리 사람들만큼 변덕스럽고 알 수 없다고 들었다.


우리가 파리에서 지내는 숙소에서 베르사유까지는 지하철 M8과 Per를 타고 베르사유 역까지 1시간 10분 걸린다. 베르사유에 입장하는 가장 쉬운, (긴 줄에 서지 않고 ) 빠른 방법은 궁 안에 있는 'ORE' Restaurant'에서 Fast Pass가 포함되어있는 식사를 예약하면 식사 후 계산할 때 받은 티켓을 들고 직원이 열어주는 베르사유 궁전 문을 통해 바로 입장할 수 있다는 것이다.


9시 베르사유 궁전 ORE에 도착했다. 창으로 베르사유 뜰이 내려다보이는 Restaurant은 너무나도 멋진 곳이었다. 베르사유 궁전 fast ticket 포함 아침식사는 40 유로이고 빵과 오믈렛 요구르트 과일을 선택할 수 있고 커피와 주스가 나왔다. 빵은 부드럽고 곁들인 잼도 물론 맛있었다. 그런데 딸과 내가 ORE에 들어설 때부터 우리를 담당한 종업원의 태도가 이상했다. 물 잔을 소리 나게 놓고 빵 종류를 물어보는데도 무시하는 듯했다.

아름다운 궁전과 맛있는 식사가 불편하고 불쾌했다. 물을 더 달라고 종업원을 부르는데 우리를 보면서 무시하고 그냥 지나치자 딸아이가 도저히 안 되겠다며 매니저에게 말하겠다고 일어섰다. 나는 딸아이를 달래고 식사를 빨리 끝내고 일어섰다.


프랑스 여행을 하면서 가끔 혹은 어쩌면 자주 차별을 느꼈다. 파리의 지하철에서 딸과 나는 경찰에게 불려 가 티켓 검사를 받기도 하고 남프랑스의 와이너리에서는 와인 테이스팅을 하는 와인잔을 바꾸어주지 않고 레드와 화이트를 같은 잔에 주며 (물론 다른 사람들에게는 계속 와인잔을 바꾸어주었지만 ) 네가 과연 와인의 맛을 알까? 하는 야릇한 웃음을 보기도 했다. 한 달 동안 산티아고 순례길에 올랐을 때도 몸은 힘들었지만 차별의 느낌은 없었다. 이태리 3주 여행에도 성질 급한 이태리 사람들 때문에 웃기는 했지만 프랑스 같은 기분 나쁜 느낌은 아니다. 프랑스는 성질 고약한 친구 같은 느낌이다. 함께 하기는 힘들지만 매력 있는 그런 나쁜 친구 같다. 다시는 함께하고 싶지 않지만 그럼에도 생각나고 보고 싶은 친구!

그래서 다시 파리를 그리워하는 듯하다. 나도 못된 파리를 다시 겪어보고 싶다.


아름답고 화려한 베르사유에서 가장 인상적인 곳은 루이 14세가 애첩, 매트농 부인을 위해 지은 별궁,

'Grand Trianon'이었다. 이곳에서 루이 14세는 격식과 의무로 가득 찬 궁정 생활을 벗어날 수 있었다. 단층으로 된 궁전은 분홍색 대리석으로 장식되어 아름답고 우아하다. 화려함이 가득한 본성보다 이국적이고 소박한(?) Grand Trianon이 더 좋았다.

(딸의 사진 중에서 Grand Trianon)


베르사유에서 파리로 돌아와 몽마르트르로 향했다. 어제에 이어서 빵 순례가 시작되었다. 최고의 장소에서 최악의 기분으로 아침식사를 하고 하루 종일 걷고 지하철을 타고 몸과 마음이 쓰러질 것 같은 순간에 역시 파리는 빵의 나라다.

'Pain Pain'에서 바게트와 브리 치즈 바게트 샌드위치, 그리고 에클레어를 입에 넣고 다시 눈이 뜨였다.


(Pain Pain)

'Pain Pain'의 바게트는 어제 최고의 바게트 맛을 알려준 'Boulangerie Guilloton' 바게트와 다른 맛이었다. 어제는 할머니 부엌 장작불에서 만들어진 밥이었다면 오늘 바게트는 내가 지금 쓰고 있는 압력밥솥으로 만들어진 밥 맛이다! 보다 영리한 바게트였다. 입에 감기는 맛이 훌륭했지만 나는 아궁이 밥이 더 그리웠다. 그러나 'Pain Pain'의 브리치즈 샌드위치는 치즈와 바게트의 멋진 하모니였다. 치즈가 충분히 맛있다면 바게트와 치즈 만으로도 다른 재료를 넘어설 수 있다. 치즈 샌드위치를 먹고 초코초코 한 에클레어의 감촉이 피곤에 지친 나를 일으켰다.


빨강 풍차, 물랑루즈(Moulin Rouge)를 향해 걷는다. 37살에 세상을 버린 외로운 로트렉의 인생이 그 곳에 있다.

20190606_201114.jpg (Moulin Rouge)

빨강 풍차와 영화 '아멜리에'의 배경인 카페 'Cafe des Deux Moulins'를 잠깐 보고 걷는다. 골목을 올라 걷다보니 멀리 세탁선(Le Bateau-Lavoir)!이다. 가난한 피카소가 아비뇽의 아가씨들(Les Demoiselles d'Avignon)를 완성한 현대미술의 탄생지 앞에 사람들이 사진을 찍는다. 나도 그들 중 하나이다. 본래의 건물은 1970년 화재로 없어지고 흔적만 남은 건물이지만 한 세기 전, 이 거리를 지나는 르느와르, 에밀 버나드, 수잔 발라동, 마티스, 브라크, 레제, 루쏘, 피카소를 상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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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마르트르 고흐의 파란 집을 향해 걸었다. 르픽 거리 54번지에 있는 허름한 아파트. 고흐와 동생 테오가 1886년부터 약 1년 6개월 정도 머물었던 집이다. 고흐를 위해 해바라기를 달아둔다는 창문에 꽃은 없었지만 파란 문 앞에 잠시 머무는 것으로도 마음이 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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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 집을 지나 순교자의 산 'Mont Martyre'의 뜻을 지닌 몽마르트르 'Montmartre'를 올랐다. 웅장한 예수성심성당 'Basilique du Sacre Coeur' 에 들어서니 길 잃은 어린 양들을 두 팔로 맞이하는 예수님의 천정화가 눈에 들어온다. 고흐의 파란 문이 그 안에 있다.


20190606_190038.jpg (예수성심성당 'Basilique du Sacre Coeu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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