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진짜 안녕, 이과수

Day 32,33 포즈 두 이과수, 브라질

by 시골쥐의 풀방구리

<Day 32: 국경 넘어 브라질로>

이과수 폭포는 아르헨티나, 브라질, 파라과이 삼국의 국경이 모이는 접경지대에 있는데, 폭포를 볼 수 있는 건 브라질과 아르헨티나 두 곳에서 볼 수 있다. 양쪽의 매력이 다르기에 하나만 보고 넘어가면 아쉽다. 하여 우리는 아르헨티나의 작은 시골 마을 푸에르토 이과수를 떠나, 국경을 넘어 브라질의 포즈 두 이과수에 도착했다. 국경을 넘는 데 시간이 걸렸지만, 놀랍게도 도착한 도시는 제법 큰 도시의 면모를 갖추고 있었다.


푸에르토 이과수는 분명히 정글 속 작은 시골마을 느낌이었는데, 국경 하나 넘었다고 갑자기 소도시라니. 이질감이 몹시도 신기하다. 우리는 도시에 도착한 것을 자축하며 거대한 쇼핑몰에서 무난하게 맥도널드로 점심을 때우고, 오락실에서 딸아이의 에너지를 방전시키는 것으로 하루를 보냈다. 아. 호텔 수영장은 덤. 내일은, 이과수 폭포를 다른 각도에서 만날 차례다.




<Day 33: 아르헨티나, 보고 있는가? 이게 휠체어다!>

다음 날 아침, 우리는 브라질 이과수 국립공원으로 향했다. 휠체어를 빌리러 가는 내 마음은 기대감 1도 없었다. 아르헨티나에서 만났던 그 삼발이 수레의 악몽이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게 웬일인가. 직원이 내어준 것은 바퀴 네 개가 멀쩡히 달린, 우리가 아는 바로 그 '제대로 된' 휠체어였다. 아아, 브라질, 복 받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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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헨티나에서 삼발이 수레와의 사투가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아르헨티나, 보고 있는가? 그 삼발이 수레는 휠체어가 아니라고! 게다가 입구에서 폭포 전망대까지는 버스로 이동하는데, 휠체어 사용자가 전혀 불편하지 않게 내리고 타는 것부터 모든 순간들이 배려 속에 진행되었다. 어찌나 감동스럽던지..



<엄마, 이과수 실컷 보고 마음에 잔뜩 담아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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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헨티나 이과수가 폭포 속으로 직접 걸어 들어가는 역동적인 경험이었다면, 브라질 이과수는 거대한 파노라마처럼 폭포 전체를 한눈에 조망하는 시원한 경험이었다. 개인적으로는 한 발짝 물러서서 바라보는 브라질 쪽의 풍경이 더 마음에 들었다. 항상 아름다운 것은 조금 떨어져 있을 때 더 잘 보이는 법이니까. 폭포에서 떨어지는 수증기가 빚어내는 무지개까지, 포즈 두 이과수는 신비롭고도 아름다웠다.


<아빠, 꼬마쥐 실컷 안아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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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참을 멀리서 이과수의 전경을 바라보고 난 뒤, 우리는 이제 저 폭포 속으로 걸어 들어가기로 했다. 전망대 엘리베이터를 타고 아래로 내려가니, 폭포에 둘러싸여 사방에서 물벼락을 맞는 나무 데크 길이 나타났다. 흠뻑 젖어 가며 장관을 즐기는 아빠와 꼬마쥐의 모습을 보니, 이곳에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때만 해도 자꾸 아빠 힘들게 꼬마쥐 안는다고 잔소리했는데, 그냥 둘 걸 그랬다. 아빠가 꼬마쥐를 안아줄 수 있었던 건 이때가 마지막이었으니까. 코로나가 터지고, 우리는 예상보다 긴 시간을 만날 수 없었다. 이렇게 어리던 꼬마쥐가 훌쩍 커버려서 더 이상 답싹 안아 올릴 수 없는 초등학교 2학년 어린이가 되어 할아버지와 다시 만나게 될 줄 누가 알았나. 정말 이때 남미 여행하기를 잘했다고 우리 가족은 두고두고 감사해한다. 하나하나 너무 소중한 시간이었다.


여하튼, 폭포 밑 데크길까지 다 걸었지만 관람은 한 시간 남짓 걸렸다. 아침부터 늦은 오후까지 꼬박 한나절이 걸렸던 아르헨티나에 비해 훨씬 짧고 굵었다. 아마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오랜 시간을 볼 수 있는 아르헨티나 쪽 이과수를 더 선호하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고된 노동 끝에 겨우 절경을 허락했던 아르헨티나와 달리, 문명의 이기(제대로 된 휠체어, 버스, 엘리베이터)를 통해 편안하게 감동을 선물한 브라질의 방식이 우리 가족에게는 더없이 고마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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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과수를 떠나기 아쉬워 밍기적 거리자, 어디선가 선물같이 카피바라 가족이 나타났다. 귀여운 아기하마처럼 생긴 카피바라들! 국립공원 내에 이렇게 야생의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을 줄은 또 몰랐다. 브라질 이과수는 정말이지 처음부터 끝까지 너무나 만족스러웠다.




<아르헨티나, 끝까지 이러기냐: 이과수 풀문투어>

숙소에서 잘 쉬다가 다음 날 이동을 준비했음 참 좋았겠지만.

나는 사진 한 장에 홀려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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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빛 아래 실크처럼 부드럽게 떨어지는 은청색 이과수 폭포라니.

또 마침, 이 날이 보름에 걸렸다. 풀문투어는 아르헨티나 이과수에서 진행하는 거라, 브라질에 묵고 있던 우리는 택시를 타고 다시 국경을 넘어가는 수고로움을 감수해야만 했지만, 이런 절경이라면 기꺼이 값을 치를 의향이 있었다. 하여 저녁 도시락을 사들고, 국경을 다시 넘어 아르헨티나의 이과수 공원까지 갔는데....


취소됐다.


구름이 껴서 오늘은 풀문투어를 못한단다.

... 그렇게 아빠와 남편과 나는 푸에르토 이과수 국립공원 입구에서 싸늘히 식은 도시락을 까먹고 쓸쓸히 도로 택시를 타고 돌아왔다. 왕복 택시비 7만 원짜리 피크닉.


아무래도 아르헨티나 이과수는 여러모로 나와 맞지 않았던 모양이다.

그렇게 파란만장했던 이과수와의 인연도 끝이 났다.


모든 일의 시작점이었던 이과수와 드디어 안녕을 고하고,

이제 리우를 거쳐 상파울루로 돌아가면 기나긴 여행도 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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